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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억 분의 1, 그 경이로운 만남
김별아 ·김점선· 서명숙의 엄마 경험담 <첫아이>
이명옥(mmsarah) 기자
지독히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지녔던 나는 어린아이를 좋아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과연 나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혹은 아이 엄마 자격이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고, 부끄럽지만 이혼을 염두에 두고 뱃속의 아이를 어찌해볼까 잠정 범죄를 꿈꾸기도 한 못된 어미였다.
그러나 현재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나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엄마들은 알리라. 자신이 뱃속에 열 달을 품어 기른 그 아이를 세상 밖에서 만나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눈길을 맞추면서 경험하던 그 놀라운 변화를.
<제2의 성>을 쓴 '시몬느 드 보봐르'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 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흔히 여자는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한번은 생물학적인 의미인 자연인 여성으로, 그리고 두 번째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이라는 말과 '어머니'라는 말에 담긴 종속논리를 경계하라고 충고하지만 누가 뭐래도 65억 분의 1의 만남을 통해 한 인간을 세상과 만나게 하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신에 버금가는 위대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첫아이>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워킹우먼이자 위대한 엄마 스물 한명이 '첫아이'에 대한 자신만의 특별한 기억들을 털어 놓은 책이다. 그들 중에는 은혜처럼 장애아를 둔 장차현실 같은 이도 있는가 하면 자신이 장애를 지닌 엄마도 있다. 아들로 인해 다시 그림을 되찾은 화가 김점선, 가슴으로 낳은 입양아를 키우는 엄마 강옥희 같은 이들의 감동어린 고백도 있다.
신기한 것은 그들의 환경과 처지가 어떠했든지 간에 그들이 엄마로서 기억하는 '첫아이'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사만큼은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된다는 것이 무조건 감사와 경이로움과 감탄의 연속은 결코 아니다. 때론 아이가 생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 억울한 생각도 들고, 진짜 저 아이가 내 아이 맞나 싶을 만큼 야속하게 굴기도 한다고 애정이 듬뿍 담긴, 자랑인지 푸념인지 도무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와 엄마는 아이가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여 엄마, 아빠가 되기까지 '우리'라는 연대 안에서 함께 성장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라는 존재를 자기 안에 새기게 된다.
이 책에서 그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고백한다. 가난과 고통과 생의 좌절 가운데서 그들을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든 이는 다름 아닌, 그들의 자녀였다고. 집착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자신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세상에 온 손님이 65억 가운데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들을 통해 세상과 조우한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팔 길이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을 향한 일종의 경구로, 교육학자들이 "팔 길이만큼 떼어놓고 길러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팔 길이 사랑'이란 품 안에 가두지 않는 사랑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휘청거릴 땐 손을 뻗쳐 잡아 줄 수 있는 거리다." -책에서 인용
그렇다. 칼릴 지브란의 말을 빌지 않아도 아이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양육을 위탁받은 신의 선물인 것이다. 귀한 손님을 위탁 받은 청지기인 우리는 그들에게서 사랑의 눈길과 마음만큼은 거두지 않되 그들을 우리 뜻대로 재단하려 하거나 사랑이란 미명하에 굴절된 자기 욕망을 투사시키는 대상으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된다.
'젖먹이에게는 몸을 떼지 말 것.
어린아이에게는 몸은 떼되 손은 떼지 말 것.
소년에게는 손을 떼고 눈은 떼지 말 것.
청년에게는 눈을 떼되 마음은 떼지 말 것.'-책에서 인용
사랑하는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되 결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주는 일이란 이론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이를 통해 배우면서 그 아이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탄생이다. 아래 고백이 가슴에 와 닿는 이들이라면 바로 자신이 '첫아이'와 대면을 통해 '여자'에서 '엄마'로 변신한 경이로움을 기억하는 이들일 것이다.
"지금껏 비좁은 마음과 울퉁불퉁한 영혼으로 세상의 전부를 보지 못해 칙칙했다면, 첫아이를 품에 안고 바라본 세상은 '여자'에서 '엄마'로 거듭나 환해진 영혼이 새롭게 발견한 눈부신 봄이었다. 분명 '엄마의 봄'은 여자의 봄과 다르리라."-책에서 인용
저자 :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 김별아(소설가), 장차현실(만화가), 김영미(분쟁지역 전문PD), 서명숙(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김점선(화가), 서형숙(교육강사), 박미경(말아톤복지재단 이사), 이유명호(한의사), 강은주(옹기촌 대표), 나경원(국회의원), 고혜정(방송작가), 정유선(조지메이슨대 교수), 한영숙(주부), 박성희(이화여대 교수), 호원숙(수필가), 강옥희(주부), 오진이(서울문화재단 전략기획팀장), 허성미(주부), 한정희(한국알트루사 회장), 박어진(한겨레신문 여성살이 2050 필자)
2007-05-02 11: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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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억 분의 1, 그 경이로운 만남
봄꽃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