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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나는 18세 때부터 20년간을 두고 어지간히 남의 입에 오르내렸다. 즉, 우등 1등 졸업 사건, M과 연애 사건, 그와 사별 후 발광 사건, 다시 K와 연애 사건, 결혼 사건, 외교관 부인으로서의 활약 사건, 황옥(黃鈺)사건, 구미 만유 사건, 이혼 사건. 이혼고백서 발표 사건, 고소 사건, 이렇게 별별 것을 다 겪었다.”¹⁾
나혜석 자신이 ‘신생활에 들면서’에서 서술했듯이 그녀의 삶은 사적인 생활이 아니라 사건의 연속이었다. 이혼 사건이 없었더라면 그녀의 삶은 더욱 승승장구하여 현모양처의 역할을 확실히 해내면서 세계적인 화가로 이름을 떨치며 시대와 화합한 신여성의 표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의 삶을 백팔십도 돌려놓는다. 구미 만유로 예술적 성취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파리에서의 최린과의 관계가 밝혀지고 이혼을 당한다. 그리고 그녀가 승승장구함으로써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어휘가 사용되기를 바라지 않는 가부장제에 의해 그녀의 의지는 꺾이고야 만다. 그녀의 진취적인 삶은 문란한 사생활의 풍문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펄펄 날던 저 제비/ 참혹한 사람의 손에/ 두 쭉지 두 다리/ 모두 상하였네./ 다시 살아나려고/ 발버둥치고 허덕이다/ 끝끝내 못 이기고/ 그만 척 늘어졌네.”²⁾
혜석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다 빼앗기고야 현실의 모순을 더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하여 그녀는 더욱 투철하게 몸부림을 친다. 이는 한 여자로서가 아닌 인류의 ‘사람’으로서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인 것이다. 태생이 화가였던 그녀는 여성해방론자가 되었다. 사회 개혁자가 되었다.
“사 남매 아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 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이더니라. 후일 외교관이 되어 파리 오거든 네 에미의 묘를 찾아 꽃 한 송이 꽂아다오.”³⁾
조선에 태어나 화가, 문학가, 민족주의자 그리고 여성해방론자로서의 파란 많은 삶을 살다 간 나혜석을 분석해 보고, 신여성에대한 남성들의 시선을 확인해봄으로써 20세기의 신여성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본 론
1. 글을 통해 살펴본 나혜석
나혜석이 처음 호적에 등재된 이름은 ‘아기’였다가 진명여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명순’으로, 졸업할 때 ‘혜석’으로 바뀌었다. ⁴⁾ 조선사회의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상에 의해 계집아이와 부녀로 이분되던 시대에 ‘혜석’이라는 이름을 갖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갈 수 있었으니, 이는 가부장의 권력에서 벗어나 ‘여성’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근대적 여성 의식에 눈을 뜨고 자아의식을 가지게 된 혜석은 일본의 여성문예동인지 『세이토』를 중심으로 하는 여성 해방론과 신여성 운동의 형향을 받는다. 혜석은 라이초우의 글을 통해 혁신(카츄사), 이기(막다), 참연애(노라), 평등주의(스토우), 천재(라이초우), 원만한 가정(요시노)라는 이상정 여성상을 그린다. 그리고 도쿄 조선인 유학생 잡지인『학지광』3호에 「이상적 부인」을 발표하면서 양부현부(養夫賢父)의 교육이 없는 양처현모(良妻賢母)교육은 여자를 남자의 노예로 삼기 위한 허상임을 강조하며 여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무론 지식 지예(枝藝)가 필요타 하겠도다. 하사(何事)에 당하든지 상식으로 좌우를 처리할 실력이 있지 아니하면 아니 되겠도다. 일정한 목적으로 유의의(有意義)하게 자기 개성을 발휘코자 하는 자각을 가진 부인으로서 현대를 이해한 사상, 지식상 및 품성에 대하여, 그 시대의 선각자가 되어 실력과 권력으로, 사교우(又)는 신비상 내적 광명의 이상적 부인이 되지 아니하면 불가한 줄로 생각하는 바라.
그리고 1917년 『학지광』의「K언니에게 여(與)함」에 여자도 남자와 같이 그 본성이 다름없으므로 조선 여자도 사람이 될 욕심을 가져야 하고, 배움의 외적 자극을 받아 자기 소유를 만들려는 욕심을 가져야 하며, 우리의 자손들과 역사를 위하여 교육자로서 활동할 욕심을 가져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부장사회로부터 여자가 나섰다는 욕을 먹더라도 가치 있는 일이기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한다.
1918년 『여자계』에 소설「경희」를 발표하여, 부잣집에 시집가 호의호식하는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 아니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설 속 경희는 의지와 긍정적 성격과 근면함을 두루 갖춘,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만능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경희와 같은 삶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선택가능한 길이 아니다. 식민지시대의 모든 여성들이 전근대적 사회의 요구와 근대적 자아의 욕망 양자를 충족시킬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 경희의 방법론은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불가능하며, 기껏해야 엘리트주의로 경도되는 운명을 걸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경희가 스스로를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남성과 동등한 주체가 되기 위함이지만, 경희가 ‘인간이면서 곧 여성’라는 여성정체성의 인지, 성의 차이의 인지가 없는 동등한 근대적 인간의 설정은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글을 쓴 나혜석도 가부장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독교 계몽주의의 신여성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예술은 나의 일평생의 위안이요, 또 생활의 전부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것이 나의 취미요, 나의 직업입니다....중략... 붓을 들고 한참 열중하게 그리며, 또 거진 연구를 하였다가도 어린애가 울게 되면 그저 집어 내던지고 젖을 먹여야 합니다. 그런고로 가만히 생각하면 그림 그린다는 것이 욕이지요. 그러나 나의 예술을 위하여 어머니의 직무를 잊고 싶지는 않습니다.『매일신보』1930「살림과 육아」
만능 여성의 자세로 주부와 화가의 길에 필사의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엔 여성이기 때문에 불운한 결과를 맞고 말았다.
구미(區美) 만유(漫遊)를 통해 혜석은 사람으로서, 아내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화가로서의 인생관을 재정리한다. 태생이 화가인 그녀는 왕성한 예술 활동의 활력을 충전해왔다. 그러나 최린과의 연애 사건으로 이혼을 종용받게 된다. 사실 하게 되고 사회에서 배척을 당하고 가족에게도 외면을 당한다. 특히 아이들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자 심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현실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그녀는 급진적 자유주의 신여성으로 변신한다. 그녀는 솔직하고 파격적인 「이혼고백서」를 통해 그녀의 내면세계를 확인시키며 남편 김우영에게 항변한다. 그것은 전체 남성에 대한 항변이었고, 패쇄적인 사회제도와 인습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그리고 「신생활에 들면서」를 발표하며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한다.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이 어이한 미개명의 부도덕이냐.”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 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밥 먹고 싶을 때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거와 같이 임의용지(任意用志)로 할 것이요,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을 것이 아니다.”
자유연애를 넘어서 남녀차별적인정조문제에 대한 파격적인 발언을 한다. 조선사회의 축첩제도에 반감이 많았으나 직접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여성들로서는 참으로 통쾌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제도의 안락함에 기대어 살거나 가부장제도의 부당함에 대해 자각조차도 못하던 여성들에 의해 오히려 비난을 받았다. 그녀는 이혼을 당하면서 화가, 아내, 어머니로서의 지위를 깡그리 잃어버렸다. 그녀는 서울, 수원, 수덕사, 해인사 등지로 거처를 수시로 옮겨 다녔다.
그녀와 절친했던 김일엽의 기술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때 나혜석 씨로 말하면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모되어 있었다. 서글서글하고 밝은 그 눈의 동공은 빙글빙글 돌고 꿋꿋하던 몸은 떨리어 지탱해 가기 어렵게 되었다.‘......’웃음기가 가시지 않던 남편의 눈은 부라리는 원수의 눈으로 돌변하여 기름과 피를 짜서 기른 삼남매를 마지막 이별의 손목 한 번 못 만져보게 하고, 알몸으로 밀어내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이혼장을 든 손은 꽉 쥐어 펴지지가 않고, 눈은 빙글빙글 돌아가고, 몸은 비틀렸던 그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21년 『신가정』에「규원」을, 1926년『조선문단』에「원한」에 가부장제의 피해 여성을 적나라하게 발표하였으면서도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 아이러니하다.
생활이 궁핍하여지고, 그림이 불타 없어지고, 화가로서의 삶도 만만치 않아지면서 그녀는 한 곳에 머무르지를 못한다. 그러면서 1937년『삼천리』에 기고한 「어머니와 딸」에서는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고 세상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정된 거주지가 없고 경제적으로 비참하였을지 모르나 그녀는 자신의 삶을 욕되이 하지는 않았다. 모윤숙, 노천명 등이 친일시를 발표하고, 김우영, 이광수, 최린이 친일 행위를 하여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녀 역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친일의 마수는 뻗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친일 행위에 동참하지는 않음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글을 발표하지 않더니 그녀는 세상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1949년 서울에서 발행된 「관보」에 행려병자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그녀의 가족이나 친척 중 아무도 그녀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문서상 아직 살아있다고 한다. 그녀를 그토록 죽이려 했던 제도의 틀의 대표격인 호적이라는 문서 안에 아직도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2. 판화로 본 나혜석
지금부터 80여 년 전 일군의 여성들이 거리에 등장했다. 수백 년 동안 집안의 울타리 밖으로는 목소리조차 넘지 않아야 한다고 여겨졌던 여성들이 거리에 등장하자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 된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근대매체연구팀,『신여성』2005, 한겨례신문사)
‘신여성’이라 불린 이 여성들은 학교를 다니고 새로운 유행에 앞장섰으며, 자유연애의 주창자가 되었다. 그녀들의 출현에 당황하고 질시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은파리’라는 관음증적 시선에 의해 잡지에 실리고,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들을 ‘색상자’에 발표한다. 가부장제의 틀 밖으로 나오려는 그녀들을 비하하고 경멸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한 글들을 마구 실어댄다. 「녀학생의 아홉 가지 잘못」「곳치고 십흔 버릇」「안심하고 사괼 수 있는 여자」「반듯이 알아둘 주부 상식 20개조」등의 규율들을 나열하여 여성들조차 신여성을 멸시하게 만들었다.
그림도 남성에 의한 남성사회의 구조로 고정되어 있을 때, 나혜석은 판화를 통해 여성의식을 알렸다. ‘저것이 무엇인고’ 신여성을 단순히 비난의 대상이거나 성적 대상으로 파악하는 세태를 잘 나타냈다. ‘김일엽의 가정생활’은 가사노동을 완벽히 하면서 여성인권운동도 하려는 당당한 신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시풍속을 연재하며 풍요롭고 즐거운 남성들의 명절 뒤에는 여성들의 끝없는 가사노동이 숨겨져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윷괘’라는 작품에서 두 여인이 점을 쳐서 알고자 한 내용은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남편의 소실 문제였다. “아마 새해에는 작은집이 떨어질라나 봅니다.” “아이구, 작히나 좋을까마는......” 동서끼리의 축첩퇴출 문제는 어디까지나 남성본위 시대의 잔재, 그렇지만 여성들에게는 표현하기조차 어려웠던 고통의 덩어리였다. 나혜석은 대중 상대의 신문에서 이렇듯 여성 중심의 시각으로 사회라든가 전통 문제를 다루었다.
3. ‘모母된 감상기'를 통한 여성 해방 의식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육체적 심리적 구속을 생생하게 표현한 글이다. 대부분의 여성이라면 그녀의 글에 공감했을 것이다. ‘자식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는 표현에서 ‘악마’에 비유한 것은 심한 감이 없지 않지만 누구나 힘들 때면 ‘웬수’라는 표현을 한 번 쯤은 사용했으리라 본다. 여자로 태어나면 시집가서 아이 낳고 출산의 고통을 견뎌내며 절대적인 모성애로 아이를 귀하게 기르는 것이 여성이 해야 할 당연지사로 알고 있을 때 나혜석은 그 습관적인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성을 절대시하고 신비화하여 강요된 모성에 갇혀 여성들이 살아왔음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단호하게 밝혀낸다.
백결생은 그녀가 출산으로 고통당하며 울부짖은 소리에, 어미가 된 자로서 책임감을 갖지 않고 부모나 형제 그리고 남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무책임한 신여성이라며 반박하였다. 아이에게 ‘악마’라고 표현한 것은 자신의 부모에 대한 불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까지 하며, 자식을 예금통장쯤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여성 독자들의 바른 여성관을 기대한다는 희망의 글로 반박문을 맺는다.
과히 여성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이해할 필요조차 없던 그 시대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겠다.
백결생의 반박문에 대한 답문을 쓴 나혜석의 글이 참으로 통쾌하다.
어미가 되면서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느낀 감상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썼을 뿐인데 신여성과 구여성을 운운하며 논리적으로 대응하다니, 논설문과 감상문을 이해하는 방법도 모르느냐고 서두를 시작했다.
수 백 년을 내려오며 유전자변이를 일으켰을 법한 ‘본능으로의 모성’을 부정하여 여성해받을 주장한 그녀의 이성에 박수를 보낸다.
결론
1910년대 발표한 논설과 소설에서 실력배양으로 여성의 권력을 획득하자는 주장을 전개했던 나혜석은 이혼에 얽혀 주장한 내용들에서 철저하게 남성에게 종속되면서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 최린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무오류성만 강조하면서 책임을 남성에게 전가시켰다. 그녀의 이중적인 태도는 일종의 ‘여왕벌 콤플렉스’와 상통한다. 마치 수많은 벌을 거느리지만 배우자 숫벌이 없을 경우 죽음에 이르는 여왕벌과 닮은 것이다. (이호숙 「페미니즘과 소설비평」)
‘나혜석 평전’과 ‘한국여성소설선’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혜석을 깔아주는 멍석 위에서 재주나 부리는 여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쓴 글들을 읽으며 참으로 이성이 밝고 용기가 넘치며 자신의 신념대로 살던 여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자신의 외침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일지라도 ‘탐험이 없으면 그 길을 영원히 못 갈 것’이라며 ‘욕먹기’를 자처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삶을 패배한 삶이라고 글을 맺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에게 영향을 준 많은 사람 -최승구, 카츄사, 막다, 노라, 스토우, 라이초우, 요시노-들을 만난다면 기립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아끼면서도 시대의 틀을 뚫고 오르는 것을 막았던 많은 지식인들은 참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나혜석을 모델로 한 염상섭의 ‘해바라기’에 나타난 모습이 그 시대의 남성상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는 호기로운척하나 불안해하면서 먼 하늘이나 쳐다보며 허허거리고,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놓지 않으려는 남성들 말이다. 그녀를 불행으로 이끌어가는 데 협력한 모든 남성들은 그녀의 무덤에 꽃 한 송이를 바치며 용서를 구하는 트인 인간의 모습을 보려주길 바래본다.
나혜석을 함께 분석하기로 했던 이들의 말을 몇 줄로 간추려 본다.
화가로서의 나혜석을 맡았던 정희영은 최초의 여성화가라는 타이틀이 빛날 뿐 프리다 칼로나 까미유 끌로델에 비하면 너무 미약한 존재라 실망을 했다고 한다.
문학가로서의 나혜석을 맡았던 이순정은 ‘나혜석 평전’을 읽고 나혜석에 실망하여 더 이상의 글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천재라는 소문에 뭔가 다른 면을 기대했는데. 그녀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모성애를 가진 여성이었음에 실망스러웠으며 그저 선각자였을 뿐이라고 했다.
여성으로서의 나혜석을 맡았던 최영임은 ‘모된 감상기’를 통해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백결생의 상투적인 반박문에 어이없었다고 한다. 예술가이며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녀를 위로하고 칭찬하고 싶어 했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열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남성들이 주먹을 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자유를 꿈꾸며 질곡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선각자 나혜석 선생에게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1. 『나혜석 평전』-(내 무덤에 꽃 한 송이 꽂아주오), 정규웅 ,중앙M&B
2. 『화가 나혜석 』윤범모 ,현암사
3. 『나혜석 전집』 이상경, 태학사
4. 『신여성-(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 연구공간 수유+너머 근대매체연구팀, 한겨레신문사
5. 『신여성을 만나다-근대 초기 한·중·일 여성소설 읽기』 김은희 외 공저, 새미
6.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나영균,황소자리
7. 『만세전』 염상섭,문학과지성사
8. 『남성 페미니스트』 샌드라 바트키 / 김고연주, 또하나의문화
9. 『여행자 문학의 시각에서 본 나혜석 문학 -그의 『구미시찰기』를 중심으로』 김효중, 세계 문학 비교연구 | 2006
10. 『고백체와 여성적 글쓰기 -나혜석을 중심으로』 유홍주 ,현대문학이론학회 | 현대문학이론 연구 | 2006
11. 『근대/여성에 대한 인식과 재현 -유진월의 〈불꽃의 여자 나혜석〉론-』 최상민, 한민족어 문학회 | 한민족어문학 | 2005
12. 『노신의 <광인일기>와 나혜석의 <경희> 비교 연구 -인습의 폐해와 그 극복 방안을 중심으 로』-송현호, 한국현대소설학회 | 현대소설연구 | 2004
13. 『하위주체로서의 여성과 근대문학 ; 신여성과 에로스의 역전극 - 나혜석의 「 현숙 」 과 김 동인의 「 김연실전 」 을 대상으로』 안숙원, 한국여성문학학회 | 여성문학연구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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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선생과 징하게 놀았답니다~~
봄꽃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