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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인 노발리스가 헤르만 헤세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이 글을 읽고 알겠되었습니다.
지난 출석수업 때 어느 분이 처음 보는 저에게 책을 선물하였는데
그 중에 한 권이 데미안입니다.
그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태풍 때문에 아파트 복도에 심어 놓은 도라지 꽃이 쉴새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 비바람을 견디고 나면 또 다시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을 얻게 되겠죠.
고난없고 시험없는 길이 없듯이 고난에 감사하고 시험과 유혹에
실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향기로운 꽃을 피어 올리는 그대들의 삶에 따뜻한 애정을 보냅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사랑은 천사의 모습이자 악마였고,
남자와 여자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인간이자 짐승이었고,
최고의 선이자 극도의 악이었다"
- 본문 중에서 -
종교적 관점에서 본 헤세의 {데미안}
정 경 량(목원대학교)
I. 들어가는 말
헤르만 헤세의 문학을 전체적으로 볼 때 {데미안 Demian}(1919)은 헤세에게 커다란 전환점을 의미하는
작품이다. {데미안}과 더불어 헤세는 본격적으로 "내면으로의 길 Weg nach Innen"을 향하게 되며,
아울러 "자기실현 Selbstverwirk- lichung"이라고 하는 문학 주제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작품
{데미안}의 서문에 헤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을 기록한다.
모든 인간의 인생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며,
하나의 길을 가는 시도이며, 하나의 좁은 길의 암시이다. 일찍이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었던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각자가 할 수 있는대로 어떤 사람은 둔하게 또 어떤 사람은 다소 밝게, 노력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헤세는 {데미안}의 주제가 "자기실현"이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아울러 "나는 구도자(求道者)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별들이나 책들 속에서 찾지 않고,
나는 피가 내 안에서 소리치는 교훈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각성한 사람들에게는 오직 한가지 의무,
즉 자기 자신을 추구하는 것, 자기 자신을 확고하게 하는 것,
자기의 고유한 길을 밟아 나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떠한 의무는 결코 없었던 것이다,
[...]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소명은 오직 한가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데미안}의 주제인 자기실현에서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종교적인 요소이다.
다시 말하면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무엇보다도 종교적인 차원에서
자기실현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작품 {데미안}의 종교적 배경과 구성을 살펴본 후,
싱클레어가 어떻게 기독교적 관점의 이분법적, 대립적 양극성을 극복하고,
신비주의적인 전일성을 지향하여 마침내 자기실현을 완성하게 되는지를 고찰하기로 하자.
II. {데미안}의 종교적 배경
헤세는 [나의 신앙 Mein Glaube](1931)이라는 글에서
"나는 결코 종교 없이 산 적이 없으며, 단 하루도 종교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다
Ich habe nie ohne Religion gelebt, und knnte keinen Tag ohne sie leben"(10, 73)고 고백했다.
헤세는 또한 1930년 12월 17일 빌헬름 쿤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 자신은 종교적인 추진력이 내 삶과 작업의 결정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만큼 종교는 헤세의 삶과 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헤세는 초기 문학 시기에 독일 낭만주의, 특히 노발리스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노발리스는 기독교 신비주의적인 성격이 아주 강한 작가인데,
이 노발리스의 영향을 받아 헤세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향하게 된다.
그러므로 노발리스는 헤세로 하여금 '내면으로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었던 최초의 안내자였다.
그런데 헤세는 이제 프로이트와 융을 중심으로 하는 심리학과 만나게 되면서
더욱더 심층적인 인간의 내면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스위스에 거주했던 헤세는 전쟁포로 구호사업에 온 정성을 기울이면서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계속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독일 언론으로부터 헤세는 '배신자', '변절자'라는 심한 비난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그의 아내(마리아 베르눌리)의 신경쇠약으로 인한 심한 발작증세, 아버지의 사망,
막내아들 마르틴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 등 안팎의 충격으로 인해 헤세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1916년 5월부터 1917년 11월까지 융의 제자인 랑 J. B. Lang 박사의 심리분석 치료를 받게 되었다.
랑 박사를 통하여 융과 프로이트의 분석심리학을 접하게 된 헤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게 중요하게 된 분석심리학을 나는 대략 1913년 혹은 1914년에 문헌을 통하여 알게 되었고,
1916년에는 나 자신이 심리분석 치료를 받았다. 부분적으로, 데미안은 그로부터 나온 결과물이었다.
치올코브스키는 "{데미안}이 헤세의 심리분석 치료와 그에 따른 헤세의 신앙 재검토로 인하여
나온 직접적인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헤세에게 심리분석 치료를 해 주었던 랑 박사는 신화를 탐구하는 연구가였고 동방언어학자였다.
그의 노트들에는 그와 헤세가 성서이야기들의 신화적 의미를 토론한 대화들이 기록되어 있다.
심리학은 내면세계와 무의식의 세계 등에 관한 헤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헤세에게서 심리학은 신화 및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다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융은 1950년 3월 24일의 편지에서 랑 박사와 헤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헤세의 작품을 알고 있으며, 그를 개인적으로 압니다.
나는 헤세를 진료한 정신과 의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의사는 몇 년 전에 죽었습니다.
그를 통해 나의 저술들은 헤세에게 확실한 영향을 주었습니다.(그 영향은 {데미안}, {싯달타}
그리고 {황야의 이리}에 나타나 있습니다.)
대략 그 시기(1916년)에 나는 헤세와 개인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정신과 의사는 J. B. 랑 박사였습니다. 그는 아주 특이한, 그러나 아주 탁월한 학자였는데,
동방의 언어(...)를 연구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노시스의 사상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를 통하여 그노시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었으며,
그는 또한 그 지식을 헤세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이 소재를 가지고 헤세는 그의 {데미안}을 쓴 것입니다.
이처럼 융이 말하고 있듯이 작품 {데미안}에는 랑 박사를 통한 융의 영향과 더불어
그노시스의 신비주의 종교적 요소가 나타난다.
"집단 무의식"이라는 말로 명명되는 융의 근본 사상은 시종 일관 종교적인 영역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인간의 내면을 신화와 종교적 표상을 통해 규명하고자 한 융의 분석심리학은
헤세에게 신화적, 종교적 차원에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III. {데미안}의 종교적 구성
1935년 2월 23일 어느 여성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헤세는 다음과 같이 쓴다:
나는 일생 동안 나에게 오게 될 종교를 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비록 진정으로 경건한 가정에서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기에서 나에게 제공된 하나님과 신앙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 나의 길은 우선 완전히 개인적으로 찾아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찾아야만 하고, 나에게 주어진 한, 나를 개성적 인격으로
형성해야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데미안}에서 이야기 한 것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헤세는 청소년 시절에 집안에서 기독교와 갈등을 겪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하여 개인적이고 독자적인 종교적 자기실현의 길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종교는 작품 {데미안}의 언어 표현적인 면에서 크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종교는 또한 작품의 본질적인 면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는 명백히 싱클레어가 추구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종교는 명확하게 이 작품의 음조와 분위기를 구성한다.
{데미안}의 전체적인 구조는 그만큼 종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헤세는 [신학 단상 Ein Stckchen Theologie](1932)이라는
글에서 "자기실현"을 "인간형성 Menschwerdung"이라는 말로 바꾸어 다음과 같이
3단계의 과정으로 "인간형성의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형성의 길은 무죄(천국, 어린 시절, 책임이 없는 전(前)단계)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서부터 인간형성의 길은 죄로,
선과 악을 아는 단계로, 문화와 도덕과 종교와 인류의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이 단계를 진지하게 그리고 개별화된 개인으로서 체험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 단계는 어김없이 절망으로 끝난다. [...] 이 절망은 이제 몰락으로 가거나 아니면
정신의 제 3세계로, 도덕과 법칙을 초월하는 상태의 체험으로,
은총과 구원의 상태로, [...] 신앙으로 나아간다.
이 신앙이 어떠한 형태와 표현을 취하든지 마찬가지다. 그 내용은 모두 똑같은 것이다: [...]
이것은 헤세가 종교적인 관점에서 자기실현의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처음에는 무죄의 상태에서 출발하여, 그 다음 제2단계에서 절망,
타락 혹은 죄의 상태에 빠졌다가,
마지막 제3단계에서 파멸로 가거나 구원의 상태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도 바로 이와 같은 3단계의 종교적 자기실현의 과정을 겪는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라고
부제가 붙어 있는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천진무구한 어린 시절,
즉 헤세가 말한 인간형성의 제1단계인 무죄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 천진무구의 상태는 분명 낙원의 에덴 동산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싱클레어는 이윽고 선과 악의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아울러 사과를 훔쳤다는 꾸며낸
거짓말로 인하여 크로머에게 걸려들어 고통을 당한다.
이리하여 싱클레어는 점차 악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고통과 절망의 세계를 겪게 되는데,
이것은 헤세가 말하는 인간형성의 제2단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자적 인물들의 도움과 가르침을 받아
성숙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선과 악을 초월하는, 인간형성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자기실현의 완성에 도달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부모의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싱클레어는 10살이 되었을 때 "두 개의 세계 Zwei Welten"({데미안} 제1장의 제목임) 즉, 둘로 대립된 양극적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두 개의 세계는 작품에서 "밝은 세계 lichte Welt"와 "어두운 세계 dunkle Welt"로 각각 묘사된다. 그런데 싱클레어에게 밝은 세계는 한마디로 그의 부모집으로 대변되는 기독교적인 세계이다. 이 밝은 세계에서는 "아침 합창 Morgenchoral"을 부르고,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며 hier wurde Weihnacht gefeiert", "양심의 가책과 회개
, 용서와 종교적인 선의, 사랑과 존경, 성경 말씀과 지혜
schlechtes Gewissen und Beichte, Verzeihung und gute Vors tze,
Liebe und Verehrung, Bibelwort und Weisheit"(5, 9)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밝은 세계와 함께 또 하나의 어두운 세계가 바로 가까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싱클레어는 인식한다.
"[...] 이 두 세계가 너무나도 서로 가까이 접한 채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다! 고
싱클레어는 말한다. 어두운 세계는 "감옥 Gefngnis"이나, "도둑질 Einbrchen",
"살인 Totschlgen", "자살 Selbstmord"(5, 10) 등으로 이루어진 세계인데,
그것은 윤리적으로 타락한 세계로서 싱클레어가 표현한 대로 "악마 Teufel"(5, 75)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라고 칭하는 이 두 개의 세계는 요컨대
이 작품의 종교적 성격상 전통적인 기독교적 관점의 이분법적인, 선과 악의 세계를 각각 나타낸다.
IV. 양극성의 극복
싱클레어의 자기실현에서 우선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대립적인 양극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두 개의 세계로 대변되는 이분법적인 전통적 기독교의 고정관념과
윤리적 가치관을 깨뜨리고 전일성에 도달하는 것이 싱클레어의 자기실현에서 결정적인 관건인 것이다.
이러한 싱클레어의 자기실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지도자적 인물이 바로 데미안이다.
작품의 제2장 "카인"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성경 창세기(4장)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색다르게 풀이해 주면서,
싱클레어가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종교적 틀에 도전을 한다.
그리하여 데미안은 종교적인 영역에서 싱클레어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다.
성경에서 보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형인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는 이야기이다.
이에 카인은 살인자로서 하나님으로부터 형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데미안은 카인을 가리켜 용기와 개성을 지닌 "고귀한 인간 edler Mensch"이라고 하면서,
카인의 표지는 탁월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싱클레어에게 설명한다.(5, 33 참조)
데미안이 이처럼 카인과 아벨의 성경 이야기를 변형시켜 해석하는 것은
전통적 기독교에 대한 거리감을 나타내며, 아울러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카인에 대한 데미안의 해석에 싱클레어는 크게 당황하면서, 오랫동안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싱클레어는 점차 카인에 대한 데미안의 해석에 공감을 하게 된다.
헤세는 1930년 4월 13일의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데미안}에서 카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는 어떤 문헌적인 출처가 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아마도 그노시스파에 그와 비슷한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신학이었던 것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보다 더 심리학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똑같은 것입니다. [...] 성경의 신화들은 인류의 모든 신화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것들을 개인적으로 그리고 우리와 우리 시대를 위해 해석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한편 데미안은 골고다 십자가 상의 죄수 이야기 역시 성경의 입장과 다른 해석을 한다.
즉, 골고다에서 예수와 함께 십자가형을 받은 두 죄인 중에 회개한 죄인은 비겁한 자이고,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 죄인은 독자적 개성이 있는
'카인의 후예 Abkmmling von Kain"(5, 62)'라는 것이다.
"무덤에 들어가기 두 발자국 앞에서 그러한 회개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Was fr einen Sinn hat solche Reue zwei Schritt vom Grabe weg[...]?"고 데미안은 반문한다.
여기에도 역시
카인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기독교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다.
아울러 이것은 또한 강한 주체의식을 가지고 자기 인생의 길을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주체적 자기실현에 대한 헤세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카인의 이야기와 골고다 죄수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를 그처럼 변형시킨 데미안의 해석을 듣고 난 후에, 이제 싱클레어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태도를 갖게 되는가? 싱클레어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종교상의 문제에 있어서 나의 신앙심은 그동안 여러 가지 헛점을 지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순전히 데미안에게서 영향을 받은 나의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완전히 무신앙적으로
보였던 동급생들과는 아주 달랐다. [...] 나는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 여전히
너무도 깊은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다만 나로 하여금 이야기나 교의(敎義)를 보다 더
자유롭고 개인적으로 보다 더 유희적이며 상상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에 익숙하도록 해 주었다.
적어도 그가 내게 보여 준 해석을 나는 언제나 기꺼이 그리고 즐겨 추종하였다.
이처럼 싱클레어의 종교적 태도와 관점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 후,
이제 데미안은 본격적으로 종교적 관점에서 양극성을 극복하고자 싱클레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사람들이 이 여호와 하나님을 숭배하는 것에 전혀, 조금도 반대하지 않아.
그러나 내 생각에, 우리는 모든 것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야만 해!
그저 인위적으로 나눈, 이 공적인 절반만이 아니라,
전체의 세계를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신에 대한 예배 외에 악마에 대한 예배도 해야만 해.
그게 옳다고 나는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악마를 또한 자기 안에 내포하고 있는 신을 하나 만들어내야 할거야, [...]
이와 같은 데미안의 말에 싱클레어는 후에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데미안이 그때 신과 악마에 대해, 신적-공적인 세계와 죽은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악마의 세계에 대해 말했던 것,
그것은 두 개의 세계 혹은 두 개의 반쪽세계에 대한 생각 -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 대한
생각으로서, 정말이지 정확하게 내 자신의 생각이자 내 자신의 신화였던 것이다.
이것은 데미안의 지도를 받은 싱클레어가 이제 데미안의 생각과 견해를 수용하여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자기실현의 성숙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V. 전일성을 향한 자기실현
데미안의 종교적 지도를 통하여 싱클레어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졌던 대립적 양극성을 극복하여,
신비주의 종교적 전일성을 지향하는 자기실현의 길을 가게 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로 하여금 전일성을
지향하도록 지도할 뿐만 아니라,
데미안은 또한 작품에서 양극성이 전일적으로 혼합되어 있는 신비적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므로 싱클레어가 지향하는 지도자 데미안은 말하자면 양극성을 내포한 전일적 인물인 것이다.
싱클레어가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승화시켜 동경하는 베아트리체의 모습 역시,
싱클레어는 그림으로 나타난 베아트리체의 얼굴을 보면서, "[...] 그것은 여자였고, 남자였으며,[...]
es war Frau, war Mann,"(5, 117) "남자이자 여자인 꿈의 상
das mannweibliche Traumbild"(5, 121)이었던 것이다.
싱클레어는 또한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것은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모습이었다!
그녀는 바로 그 여인으로, 크고도 거의 남성적인 여인의 자태였다. 아들을 닮았고, 어머니다운 표정과,
엄한 표정과, 깊은 정열에 넘쳐 있는, 아름답고 유혹적인, 아름답고 접근하기 어려운,
악령인 동시에 어머니이며, 운명인 동시에 애인인, 바로 그 여인이었다!
이처럼 싱클레어가 지향하는 인물들은 바로
양극적 요소를 내포한 신비스럽고도 전일적인 인물들인 것이다.
헤세는 1962년 {싱클레어의 메모책 Sinclairs Notizbuch} 개정판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 "싱클레어"라는 기호는 오늘날 나에게 저 격정적인 시기,
아름다운 세계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세계가 사라졌다는 것,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나중에는 내면적으로 긍정하면서, 세계와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게 된, 각성,
양극성이라는 기호 속에, 대립적인 것이 허물어지는 기호 속에, 수천 년 전 중국에서
'선(禪)'의 대가들이 마술적인 형식으로 표출하고자 노력했던, 단일성에 대한 섬광과도 같은
통찰을 의미한다.
그런데 싱클레어가 지향하는 이 신비주의적 전일성은 작품에서 무엇보다도
"아브락사스 Abraxas"라고 하는 신비주의적 신성에 의해 표출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Der Vogel k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 eine Welt zerst 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 t Abraxas.(5, 91)
이 구절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작품 {데미안}의 핵심적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보낸 것으로 간주되는 이 구절에 나오는 아브락사스는 이제
싱클레어가 종교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적 표상이 된다.
이 아브락사스는 종교적 관점에서 전일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가지고 있는 신성이다.
"[...] 우리의 신은 아브락사스다. 그리고 그는 신이자 악마이며,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자기 안에 내포하고 있다 "(5, 109)고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말한다.
그런데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새와 알 -
이것은 원래 로마 가톨릭교에서
개인의 영적 재탄생을 상징하는 것인데 -
{데미안}에서는 싱클레어의 종교적 추구와 성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종교적 관점에서 깨어진 알은 선과 악, 밝음과 어둠 등 전통적인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세상이고,
새가 날아오르는 목표는 "선과 악을 초월하는" 새로운 인간 상황,
다른 말로 하면 새로운 윤리적, 종교적 목표인 것이다.
여기에 또한 작품 {데미안}의 종교적 성격이 드러난다.
작품에서 가장 주도적인 이 상징의 효력은 바로 그것이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에 의해 강화되는 것이다.
한편 싱클레어는 꿈에서 본 사랑의 형상과 사랑마저도 아브락사스와 같은 전일적인 것으로 파악하게 된다.
희열과 공포, 남성과 여성의 혼합, 성스러운 것과 추악한 것과의 뒤섞임,
부드러운 천진성을 통해 경련을 일으키는 깊은 죄악 - 내 사랑의 꿈속의 영상은 그러했으며,
아브락사스도 그러했었다. 사랑은 내가 처음에 불안해하며 느꼈던 것처럼 그렇게 동물적이며
어두운 충동은 아니었다. 또한 사랑은 내가 베아트리체의 영상에 빠졌던 것과 같은
경건하게 승화된 숭배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두 가지를 다 지니고 있었다.
그 두 가지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사랑은 천사의 모습이자 악마였고, 남자와 여자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인간이자 짐승이었고,
최고의 선이자 극도의 악이었다.
이와 같이 아브락사스를 통해 양극성을 극복하고 전일성에 도달한 싱클레어에게
종교 미식가라고 할 수 있는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 모든 종교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종교는 영혼입니다.
사람들이 기독교 성만찬에 참여하든지, 아니면 메카로 순례를 하든지 간에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피스토리우스는 기독교와 회교는 물론 배화교, 그노시스파, 불교, 힌두교 등 동서양의 모든 종교를
아름다운 영혼으로 본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종교관과 함께 피스토리우스 역시 종교적 면에서 싱클레어의 성장을 도와주고,
신비주의 종교적 관점에서 싱클레어의 자기실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데미안}은 어떤 의미에서 사실상 비교종교의 백과사전이다.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조로아스터에 대해 말해주고,
베다를 읽어주는가 하면, 신성한 옴 Om을 외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학교에서 싱클레어는 심령주의자들과 신지학자들을 만난다. 데미안은 종교를 추구하는 무리들,
즉 점성가들, 밀교주의자들, 톨스토이의 원시기독교를 신봉하는 자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교의 제의들을 지지하는 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데미안 주변의 구도자 그룹은 결국 종교적 인물들의 집합체와 같다.
그리고 싱클레어의 자기실현 과정에서 싱클레어는 가능한 거의 모든 다양한 종교적 경험에
접하게 되는 것이다.
에바 부인은 선과 악을 초월한 존재로서 싱클레어의 종교적 발전과정의 마지막 단계로서,
싱클레어가 추구하는 신비주의적 신성 아브락사스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싱클레어에게 "그녀의 시선은 완성 Ihr Blick war Erf llung."(5, 138)을 의미했다.
작품의 끝부분에 가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에바 부인의 키스를 전달하는 것은 바로
싱클레어가 자기실현의 완성에 도달했다는 상징적으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데미안이 죽게 되는데,
이 데미안의 죽음은 싱클레어가 이제 자기실현의 목표를 달성하여 독립적인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싱클레어의 자기실현은 이 소설에서 그의 지도자인 데미안의 형상을 자기자신 안에
내포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5, 129 참조) 그것은 바로 싱클레어가 지도자인
데미안과 하나가 됨으로써 자기실현을 완성시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VI. 맺는 말
{데미안}의 핵심적 주제인 싱클레어의 자기실현은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적 차원의 자기실현이다.
노발리스의 사상과, 융의 심리학 등을 기반으로 하여 신비주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러한 신비주의 종교적 차원의 자기실현의 길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이분법적 양극성의 세계를 극복하여 신비주의적인 전일성에 도달하는 자기실현의 과정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결국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전통적인 기독교적 이분법의 세계를 초월하는
신비주의적 종교관과 윤리관인 것이다.
이로써 헤세는 당시 독일을 비롯한 서구 기독교 사회가 종교적인 관점에서 지니고 있었던
부정적인 면에 비판을 가한 것이며, 신비주의 종교성을 바탕으로 종교 간의 상호 이해와 진지한
종교적 자기실현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헤세가 문학적 주제로 설정한 자기실현에는
사실 인간 개개인의 삶과 영혼에 대한 그의 종교적인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다.
헤세는 {데미안}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 일회적인, 아주 특별한 존재로서,
세계의 현상들이 교차되는, 오직 단 한 번뿐 결코 되풀이 되지 않는,
어떤 경우에라도 중요하고도 진기한 지점이다.
그러기에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적이며, 그러기에 모든 인간은,
그가 아무튼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자연의 의지를 실현시키고 있는 한,
놀라운 존재이며 모든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 것이다.
Jeder Mensch [...] ist [...] auch der einmalige, ganz besondere,
in jedem Fall wichtige und merkwrdige Punkt, wo die Erscheinungen der Welt sich kreuzen,
nur einmal so und nie wieder. Darum ist jedes Menschen Geschichte wichtig,
ewig, gttlich, darum ist jeder Mensch, solange er irgend lebt und den Willen der Natur erfllt,
wunderbar und jeder Aufmerksamkeit wrdig.(5, 7-8)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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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se, Hermann: Ausgewhlte Briefe. Erweiterte Ausgabe. Zusammengestellt von Hermann Hesse und Ninon Hesse. Frankfurt/M.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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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차문헌
Hackelsberger, Luise: Individiuum und Umwelt im Werk Hermann Hesses. Diss. Friburg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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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s, Volker(Hrsg.): Materialien zu Hermann Hesse "Demian". Entstehungs- geschichte in Selbstzeugnissen. Baden-Baden(Suhrkamp)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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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e Wolff: Hermann Hesse. Demian - Die Botschaft vom Selbst. Bonn 1979.
Ziolkowski, Theodore: The Novels of Hermann Hesse. A Study in Theme and Structure. Princeton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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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올코프스키, 테오도르: 성자에서 민중으로. 고진하 옮김. 서울(세계사) 1990.
한국헤세학회: 헤세연구. 제1집. 대전(세종문화사) 1998.
한국헤세학회: 헤세연구. 제2집. 대전 1999.
Zusammenfassung
Hermann Hesses Demian aus dem religisen Gesichtspunkt
Kyung Yang Cheong (Mokwon University)
Auf der Basis der Einflsse vom Gedanken des Novalis und von der Psychologie des C. G. Jungs beginnt Hermann Hesse mit seinem Werk Demian den Weg nach Innen. Dabei gestaltet er im Demian sein literarisches Hauptthema "Selbstverwirklichung" und zwar, den "Weg zu sich selbst" aus dem religisen Gesichtspunkt.
Durch den Psychiater Dr J. B. Lang bten die Schriften Jungs einen starken Einflu auf Hesse aus. Dr. Lang erwarb durch Jung ein reiches Wissen ber Gnosis, und das gab er an Hesse weiter. Aus diesem Stoff schrieb Hesse seinen Demian. Die Psychoanalyse Jungs spielt eine wichtige Rolle besonders auf der Ebene der Mythologie und Religion.
Hesse erlutert 1932 ber die Stufen der Menschwerdung. Nach Hesse beginnt der Weg der Menschwerdung mit der Unschuld. Von da fhrt er in die Schuld, in das Wissen um Gut und Bse. Bei jedem, der diese Stufe ernstlich durchlebt, endet sie unweigerlich mit Verzweiflung. Diese Verzweiflung fhrt nun entweder zum Untergang oder aber z
um Erleben eines Zustandes jenseits von Moral und Gesetz, ein Vordringen zu Gnade und Erlstsein, zum Glauben.
Entsprechend diesen Stufen der Menschwerdung folgt Sinclair, die Hauptfigur im Demian den drei Stufen der Selbstverwirklichung auf der religisen Ebene.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beginnt mit der ersten Stufe der Unschuld. Dann erkennt er die zwei Welten und zwar, die lichte und die dunkle Welt. Die Hauptaufgabe Sinclairs bei seiner Selbstverwirklichung ist, dass er die Polaritt berwindet und die Alleinheit erreicht.
Die Alleinheit wird im Werk vor allem mit Abraxas symbolisiert. Abraxas ist die gnostische, mystische Gottheit, welche die symbolische Aufgabe hatte, das Gttliche und das Teuflische zu vereinigen. Durch die Hilfe und Leitung Demians vollendet Sinclair endlich seine Selbstverwirk- lichung. Die Vollendung der Selbstverwirklichung Sinclairs wird am Ende des Werkes symbolisiert durch den Kuss von Frau Eva, der die mystische Verein
igung Sinclairs mit Frau Eva bedeu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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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기말고사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