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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7.

re: 상대주의에 대해서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2.10.18. 17:28:36 조회: 760 글쓴이IP: 203.232.178.46

소피스트가 나쁘다라고 보통 알려지게 된 것은 소피스트들이 살던 아테네의 정신적 상황이 전통적 그리스 사상의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태에 있을 때, 그 어지러운 지적 상황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 보다는 상대주의의 이름으로 더욱 부추겼고, 이른바 정치를 지망하는 청년들을 바로 이끌기는 커녕 돈을 받고 수사술을 가르켜 선동적 정치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에 연유합니다.

상대주의 자체는 세상과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의 하나로 그 자체로 나쁘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상대주의를 편 소피스트 조차 오늘날의 철학사가들은 그들을 당대의 보수적 사고방식을 타파하고 나선 진보적 사상가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절대론은 사상적 규범적 혼란기에 규범 내지 원리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요구가 강할 때 설득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다양성을 무시하는 독단론이나 교조적 경직성을 갖는 전체론에 빠지기 쉽고, 반면 상대주의는 전체론이나 교조적 이론이 갖는 허구성과 독단성을 폭로 내지 비판하고 사고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장점을 갖지만, 가치관이나 규범의 혼란기에 당위적으로 요구되는 옳고 그름의 확고한 기준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지성사를 통해 존귀한 가치로 확립된 자연법적 규범의 정당성 마저 상대화하고 무력화하는 약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상대주의와 회의주의는 절대적 진리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상대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회의하느냐에 따라 상대주의와 회의주의를 평가하는 내용이 달라지므로 그 둘을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문화상대주의와 같은 상대주의는 도덕 및 규범에 대한 상대적 이해와 다양성을 수용함으로써 긍정적인 삶의 연대를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그 반면에 가치 및 진리존재 일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적 성격의 상대주의는 삶의 긍정적인 연대 및 가치를 전면 부인하는 퇴폐적 파괴적 허무주의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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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를 드리며
이정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