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터

2024. 05. 19.

마음

글쓴이: 서진희 날짜: 2008.01.10. 15:02:45 조회: 462 글쓴이IP: 59.9.83.55

/ 마음 /

짙은 어둠속 새해일출을 맞기 위해 백봉산을 오르던 날

다른 날보다 추위가 더 기승을 부릴 거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새해를 맞이하던 tv저 편

아나운서는 tv 이 편에서 보기에도 추워보이는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

지난 겨울 이후로 처음으로 오리털 두툼한 긴 외투를 산에 가는데 입고 나서며

목에는 둘둘 목소리를 휘감았다

목을 휘감다 못해 머리를 휘감고 목을 꼭꼭 감싸 찬 바람은 절대 몸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별난 단속을 했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내 입에서 나오는 내 입김들이 내 안경을 뿌옇게 뒤덮어 내 갈길을 막을 때/에

기어이 목도리를 풀어 잠시 쉬어가는 약수터 옆에 놓았었다

목도리가 문득 다시 생각 난 것은 다시 백봉산 정상을 위해 한참을 오르던 길이였다

더운데 그냥 올라갈까, 안그래도 힘이 드는데 목도리를 들고 가는 것조차 귀찮은 마음이

승리를 하고 있었는데도 울 집에서 제일 가볍고, 제일 따뜻하고,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목도리를 누군가 내가 산을 올랐다 오는 길에 그새 가져갈까봐

까만 어둠속을 손 전등에 의지하며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갔었다

산길은 노상 바람을 막는 계곡만 있는 것이 아니여서,

능선을 따라 걸을 즈음엔 온몸을 감싸고 도는 추위로 풀어놓았던 목도리를

다시 꼭꼭 감싸면서 내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하였다.

조금 춥다고, 조금 덥다고, 풀었다, 다시 감았다, 널 버려두고 그냥 갈까, 가지러 다시 갈까

내 마음에 따라 널 잡았다, 널 놓았다, 널 감았다, 널 풀었다, 널 사랑했다, 널 미워했다.

널 머리까지 휘감았기에 내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거야 하면서...

노상 이러고 살아간다

넌 그때 내게 따뜻함을 주고 있었음에도

늘 되돌아보면

/내 안에서 꾸역구역 나오는 것들이 내 시야를 뿌옇게 가려 내 갈길을 막는 것이였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