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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우튀데모스(EUTHYDEMOS) 플라톤의 대화편중 형식과 내용이 가장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예술성 높은 작품. 신랄한 풍자, 젊은 세대의 행복한 삶을 위한 따끔한 충고가 담겨 있다.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여, 이 책을 집어들라!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에우튀데모스>
이명옥 (mmsarah)
지금 대한민국은 부모나 자녀나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도통 모른 채 혼란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영어를 구사하면 단숨에 신분의 수직 상승이 가능해질 것 같은 환상 때문에 모두가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찌하든 남의 나라 꼬부랑말 영어에 목숨을 걸 수 밖 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쨌거나 권력층의 전유물이던 지식의 대중화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너나 할것없이 교육은 신분의 수직 상승 통로라는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교육이란 것이 통치자들의 치밀한 계산아래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중화한 것이기에 통제하기에 가장 적합한 정도의 대중을 만들어 내도록 교육의 목표가 설정되어 있어 일정 이상의 혜택은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는 상황을 인식한다면 제도권이 강요하는 교육에 그렇게 목을 맬 일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뿌리가 시작되었다는 고대 아테네에서는 지식이나 지혜, 교육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을까? 고대 민주정치는 현대의 민주정치와는 판이하다. 민주시민의 자격 자체가 그리스 남성시민으로 한정이 되어 있었기에 어린아이, 여성, 이주민, 그리고 노예는 사람의 대열에조차 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당시 교육의 주된 관심사였던 사변을 위한 철학, 논변, 연설 기술 역시 잘 훈련된 소피스테스들에 의해 부유한 귀족의 자제들이나 정치가들에게 전수되는 귀족과 시민을 위한 전유물이었을 것임은 당연지사이다.
아고라 광장에서 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대중들을 선동해 대중들의 동의를 받아내려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언변이 필요했을 것이니 늘 대중을 선동해야하는 정치가나 정치에 뜻을 둔 귀족의 자제들이라면 일정 나이가 되면 당연히 연설기술이나 쟁론술을 배우는 것은 필수요건이었을 것이다.
플라톤의 작품 <에우튀데모스 Euthydemos>에는 소피스테스(sophistes:지혜로운자라는 뜻)들이 왜 그렇게 위세를 떨칠 수 있었는지 잘 드러나 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분과 직업, 계층의 대물림을 위해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돈주머니를 열어 자식들에게 투자할 용의가 있을 테니까.
소피스테스들이란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이나 부유한 귀족의 자제들에게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 기술, 궤변으로 법정에서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는 방법 등 사이비 정치기술이나 사이비 재판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권력의 주구들이었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귀족들이 언제 어느 곳이든 있었다.
에우튀데모스는 비교적 뒤늦게 소피스테스에 합류한 후기 소피스테스로 그의 형제 디오뉘소로도스와 함께 정치에 뜻을 둔 부유한 귀족의 자제들에게 접근하여 쟁론술을 가르치기 위해 외지에서 온 사람이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테스인 에우튀데모스와 디오뉘소로도스가 군대의 배치와 통솔, 중무장 전투 기술, 법정에서 승소하는 논변만이 아니라 지혜와 덕을 가르칠 수 있다는 말에 그들의 제자가 되기를 간청하면서 먼저 젊은 클레이니아스에게 능력을 입증해 보이라고 요구한다.
옮음과 행운을 제공하는 것은 앎이라는 사실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에 ,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지혜롭도록 모든 사람이 스스로 준비해야 할 듯 하네. (중략) 그리고 아마 아버지한테서는 돈보다 이것을 훨씬 더 많이 물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고 후견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외지인들이든 시민들이든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에게서도 이것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혜를 나누어 주기를 부탁하고 청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를 사랑하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시중을 들든 종살이를 하든, 그것이 아름답기만 하다면 지혜로워지기를 염원하여 그 어떤 시중을 들려고 든다 해도 그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전혀 비난받을 만한 일도 아닐세.
소크라테스는 지혜가 가르쳐 질 수 있고 사람에게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면 지혜를 얻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하며 그것은 결단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두 소피스테스들은 언어가 지닌 애매성을 이용해 배움은 무지한 자가 배우는 것이라거나 이미 글자를 알고 의미를 이해하는 자가 배우니 지혜로운 자가 배운다는 식의 상반된 궤변으로 클레이니아스를 사고의 혼란 속에 빠뜨린다.
지혜와 덕은 외부의 가르침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닌 소크라테스는 최대한 겸손한 외양을 취하면서 문답법으로 그 두 소피스테스들의 궤변이 지닌 오류가 드러나게 만든다.
어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 같은 논쟁들을 주욱 읽어가노라면 교육의 목표와 철학적 사고의 바탕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논제로 도출해내는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무엇이 선이며 진실에 근접해 있는 것인지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남을 밞고 올라선 경쟁에서 드러나는 탁월함이 아니라 선(덕: 훌륭함)을 추구하며 그 선에 다다르지 못한 자신에 대해 “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 뿐이다”라고 고백했던 소크라테스와 달리, 지식을 단지 현실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만 사용했던 소피스테스들이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쟁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과 독선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현대 사회 교육의 현실, 위선에 가득찬 사이비 지식인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쓴 웃음이 절로 났다.
안타깝지만 소크라테스가 궤변론자 에우튀데모스와 디오뉘소로도스와의 논쟁에서 명쾌하게 그들을 굴복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식의 교육을 걱정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지혜나 덕, 지식이 결코 현실의 부와 외적 행복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지만 내적 가치로 충족감을 준다면 최선을 다해 그것들을 구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니 크리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고, 철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쓸모 있든 쓸모 없든 상관하지 말게. 사물 자체를 훌륭하게 잘 검토해서 그것이 자네에게 분명히 하찮아 보인다면 자네 아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것에서 돌아서게 하게.
만약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것으로 보인다면, 속담마따나 그것을 ‘자네 자신과 자식들이’ 용감하게 탐구하고 연마하게.“
비록 당신이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의 미래와 행복을 당신의 임의대로 저당 잡을 권리는 없다. 자녀는 당신의 부속물이 아니라 다만 당신 집에 맡겨진 귀한 손님일 뿐이기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며 언제나 자식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달고 사는 부모들이여, 지금이라도 당신 자신이나 당신의 자녀가 진실로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라!”라는 소크라테스의 충고를 가슴 깊이 받아들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에우튀데모스/김주일 옮김/이제이북스 /9,000원
2008.01.31 09:29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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