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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는 태양
-송욱-
배운대로 바른대로 노한 그대로
물결치는 대열을 누가 막으랴
주권을 차지한 그대들이여
영원히 영원히 소리칠 태양
새로운 지평선이 피를 흘리며
세계를 흔들었다
맨 주먹으로--
영원히 영원히 소리칠 태양
정의는 오로지 벌거숭이다
어진 피, 젊은 피, 자라는 피다
용감하게 쓰러진 그대들이다
남산도 북악도 모두보았다
한강이 목놓아 부를 이름들
거리마다 목놓아 부를 이름들
영원히 영원히 소리칠 태양
새로운 수평선에 피를 흘리며
세계를 흔들었다
맨 주먹으로--
영원히 영원히 소리칠 태양
배운대로 바른대로 노한 그대로
물결치는 대열을
누가 막으랴
막바지서 뛰어난 민족정기여
역사를 차지한 그대들이여 영원히
영원히 소리칠 태양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4.19국립묘지,
일이 있어 잠시 나선 길에 들렀습니다.
삼각산이 우뚝 뒤에 서있고,
낮고 포근한 능선들이 병풍처럼 둘러진 곳.
깊어지는 가을이 가득 내린 그곳에
짐짓 근엄한 표정을 애써 지키는 어른들과 달리
까르르~~ 까르르~~ 맑은 햇살을 닮은 아이들의 웃음,
조형물 사이를 뛰놀며 보이는 유치원생들의 해맑은 미소가
‘국립묘지’라는 장소에 너무 생뚱맞은 것은 아닐까...그랬습니다.
중앙 계단으로 오르는 대신 가장 안쪽 산책로를 택했는데
이전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벽들에 적힌 詩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것들과 다르게 제 마음을 붙잡은 첫 행,
‘배운대로 바른대로 노한 그대로’
갑자기 무게를 가눌 수 없는 거대한 돌덩이 하나가
가슴에 내려앉는 느낌...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아침에 읽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이 생각났습니다.
영국문학사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잠시 언급하셨던
“말이 그렇지 ‘종교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의 광풍에 희생되었는지...“
라는 짧은 말씀으로 들었던 상황들이 배경이었습니다.
‘종교개혁-칼뱅-예정설’이라는 시험 준비를 위한
지나치게 압축된 얇은 지식의 단순한 연결고리의 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독단, 광신주의, 폭력의 역사가 들어왔습니다.
칼뱅의 성서 해석에 일치하지 않는 자기만의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목숨을 빼앗긴 세르베투스,
인문주의자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가,
‘세르베 투스 살해 사건’의 희생자를 위해 펼치는 변론...
<칼뱅의 글에 반대함>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글에 친필로 쓴
<<코끼리 앞의 모기>>라는 제목을 붙여야 했던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광기어린 시대.
400년 전의 이야기, 50년 전의 이야기,
그것이 그렇게 그냥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는...
그런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또한, 저에게는 그렇게 억압에 맞서 목숨을 내놓을
그런 용기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머릿속에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양심과 지식,
그것과 내가 현실에서 내딛는 발걸음이 다르다는 두려움.
걷잡을 수 없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묘지에 꽂힌 형광색의 조화는 ‘당집’을 연상시켰고
뜬금없이 나부끼는 태극기의 행렬은
시청 앞에 늘 함께 나부끼던 성조기의 부재를 떠올리게 하는
그 낯선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이질감과 함께...
그들의 목숨이 그들의 피의 의미가 퇴색 되어버린 오늘,
다시 자유와 정의와 상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위협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오늘.
차라리 양심이란 것이 없이 사는 것이 이런 괴리는 없지 않을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양성을 억누르는 저들처럼...
발길을 옮길 때마다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순간
다시 그 해맑은 아이들의 무리를 만났습니다.
“나 뿐만이 아니고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잖아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부모가 되었음에도,
그 부모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엄마가 되었음에도,
얼마인지 모를 그 짧은 부모님의 시간을 돌보기보다
내 아이만을 향해 달려가던 그 마음이...
그래서...매서운 봄바람 보다 마음이 훨씬 추웠던
그 해 3월의 여의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옆자리 낯선 이들과 하나가 되어서
오로지 단단하게 마주잡은 팔 하나로
서로 눈물 닦아주며 의지하고 버텼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지...
ㅎㅎㅎ
그러면서 다시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 모아,
이 난국에서 도망칠 ‘핑계’들을 찾아냅니다.
...그래 자고이래 현인들이 그러셨지,
‘무모함’과 ‘용기’는 다른 것이라고.
카스텔리오도 칼뱅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려던 것은 아니었어.
그 독단론자에게 ‘관용’을 요구했던 것이지.
그래...피할 수 없는 순간이 닥친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지금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
이번 주 치러지는 중간고사나 준비하지...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그 비생산적인 시간들 속에서...^^
‘어제 내린 비로 오늘 젖지도 말고,
내일 내릴 비를 위해 오늘 우산을 펼치지도 말라‘
기억도 희미한 누군가의 한 마디를 떠올리며,
오늘은...중간고사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
비록 한 과목이지만 교과서를 읽어야겠습니다.
괜한 생각에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물론,
아름다운 가을 외롭지 않도록
가끔 눈길도 주고 집 앞 공원 산책도 하면서요
시험이 인생의 전부도 아닌데,
시험이 저를 모두 사로잡게 하지는 말고...^^*
(이런 소리에 야단치실 교수님은 아니라고 믿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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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와 4.19국립묘지
이정호 교수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