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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
윤구병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턱 없는 밥집’이 생겼습니다. 전철 2호선 합정역 2번 출구나 6호선 망원역 서교 성산쪽 출구로 나와서 오분에서 칠분 거리에 있는 집입니다. 밥집 옆에는 책과 옛 물건, 옷과 구두, 가방 같은 것을 파는 ‘기분 좋은 가게’가 같이 문을 열었습니다. ‘기분 좋은 가게’에서는 ‘변산공동체’에서 생산하는 유기농산물과 한 잔에 2,000원 하는 효소차 같은 것도 함께 팝니다.
‘문턱 없는 밥집’에 정말 문턱이 없느냐고요? 글쎄요. 1,000원짜리 문턱이 있기는 있습니다. 만원짜리 문턱도 있고요. 무슨 말이고 하면, ‘문턱 없는 밥집’에서 낮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 변산공동체와 두레 생협, 그밖에 유기농으로 생산한 여러 가지 먹을 거리로 비빔밥을 만들어 내놓는데 접심값은 천원에서부터 형편 닿는 대로 내면 됩니다. 다만 고춧가루 한톨이라도 남아 밥그릇에 벌건 기운이 있으면 벌금으로 만원을 내야 한답니다. 꼼짝없이 벌금을 문 사람도 더러 있다는 소문이 돕니다.
이 밥집에서 음식을 양껏 마음대로 드시되 고춧가루 한톨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우기는 까닭이 있습니다. 음식점 벽에 써붙여 놓은 그 까닭을 대충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옥에 아귀가 살고 있는데 이 귀신이 살아생전에 너무나 굶어서 입과 밥통이 바늘귀만해진 귀신이랍니다. 그래서 고춧가루 한톨이라도 목에 걸리거나 밥통에 들어가면 목이 막히고 밥통이 뒤틀려서 다시 굶주리게 되고 고통을 겪는다는군요. 이 아귀에게 다시는 굶주림의 고통을 주지 않고, 덩달아서 굶주리는 이웃과 형제가 이 세상 도처에 널려 있는데 이분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도 음식찌꺼기는 하나도 남기지 말고 그릇을 말끔히 비우자는 뜻이랍니다.
시골에서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형제들 형편이 도시빈민 못지 않게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건강한 음식을 도시에서 어렵게 사는 형제들과 함께 나누어 먹자는 마음을 낸 것은 이른바 ‘웰빙’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건강을 해칠 염려가 비교적 덜한 ‘있는사람’들보다 나날의 삶 속에서 건강을 가장 잃기 쉬운 ‘없는사람’들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밥집 운영에서 쌓이는 손해는 어떻게 감당하느냐고요? 저녁에 예약 손님을 받아 건강한 음식과 맛좋은 변산 약초술을 대접해서 메꾸고 ‘기분 좋은 가게’에서 파는 유기농산물과 물건들을 제값에 팔아서도 메꾼다고 합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기쁜 소식 하나 전해 드리면 밥집은 점심 시간에 발디딜 틈이 없이 성업 중이랍니다. 슬픈 소식도 있습니다. 천원짜리 유기농 식당으로 알려져서 자가용 타고 와서 먹고 나서 천원 내고 가는 분들도 있답니다. (제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알맞은 점심 값은 소득 월 50만원 이하는 1,000원, 100만원 이하는 2,000원, 150만원 이하는 2,500원, 200만원 이하는 3,500원, 250만원 이하는 4,000원, 그 이상은 5,000원 이상을 내는 것인데요)
제가 그 밥집 주인으로 알려지는 바람에 난처한 처지에 빠지는 일이 더러 있습니다. 가난한 유기농가들이 모두 그 밥집 주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밥집을 계기로 참된 뜻에서 이 세상을 건강하게 바꾸는 노농 연대가 탄탄하게 꾸려지기 바라 마지않습니다.
* 문턱 없는 밥집 예약 전화
011-9823-2743 홍경화
02- 324-4190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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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변산공동체 소식지에 실린 윤구병 선생님 글)
두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