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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이명옥님 전화가 부재중으로 와있길래 전화를 드렸더니...뭐했냐고 해서 어제 간 산행기 올립니다.^^)
요즘 걸리는 일이 많아서 갈까말까를 망설였는데...망설임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즐거운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보니 어제의 거센 바람은 어디 갔는지...구름 한 점없이 맑은 하늘...
이렇듯 맑은 날에 산행이 시작된 것은 시냇물님이 세상에 있는 각 신들에게 한 주문들이 다 들어주어진 터이겠지요..
아침 일찍 딸아이를 학교에 태워다주고 가는 길에 김밥 두 줄과 마실 물 1병, 음료수 1병, 집에서 깎아가지고 간 오이 7개만 달랑 배낭에 넣었는데도 조금 등이 묵직합니다.
한달 여전 배드민턴을 치다가 오른손목을 다친 것이 이제 거진 나은 상태였는데, 어젯밤 딸아이하고 장난치다가 다시 으악하는 바람에 손목이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운전은 하지 말아야지...하며 도착을 했습니다.
이미 와 계신 산호회장님과 동시에 도착한 소웅영님...곧이어 속속 도착하시는 분들과 반가운 인사를 하고 떠난 길...
익숙한 길...에 있어서 처음 산행이 크게 부담되지 않았는데...그래도 산인지라...가파지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길에는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시작합니다.
뒷머리를 묶은 것을 손으로 짰더니 땀물이 주루룩 흘러내립니다.
지난 번 오봉산을 올라갈 때보다는 그동안 배드민턴 연습한 것들이 효과를 본 덕인지...훨 수월해도...아직은 좀 멀었나봅니다.
청솔모와 다람쥐는 산길을 제 집처럼 뛰어다니는데...언제 나도 저런 시기가 있었나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듭니다. 예전 초등학교때 세계평화를 위해서 힘을 키운다며 매일 남한산성을 오르던 그때...가 살며니 그리워집니다. 그때에 나도 저 아이들처럼 산속을 휘휘 젓고 뛰어다녔는데...
------여기서 잠깐 (지난 번 오봉산 산행기 쓸 때에도 한꺼번에 다 쓰고 올리려고 했더니 올라가지 않아 한 시간내내 일일이 다시 쳤으므로...먼저 올리고...이어서^^)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길이라 햇빛으로부터는 좀 해방이 되었지만, 그래도 산을 오른다는 것은 참 힘듭니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정상까지 꼭 정복해야한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은 체...시원한 바람, 시원한 그늘만 보면 자리에 앉기 바쁩니다.
잠시 휴식시간에 등에 있던 오이를 꺼내 먹었더니 조금 가벼워졌지만...그래도 무겁습니다.
남들 다 먼저 올라가고 김회장과 선선한 바람에 앉았다가 서둘러 출발했지만 이미 다른 분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올라가면서 김회장에게 들려준 이야기( 다들 못 들으셨으니...다시 풀겠습니다.^^)
예전 84학번으로 방송대 중국어과 3학년에 재학중이던 시절...성대 다니던 친구들과 거창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도보여행을 떠나자...며 성대앞 카페에서 만나 지도를 보며 포항서부터 울진까지 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동대구역에서 내려 포항가는 기차표를 끊고 돌아서는데 돈을 걷어 책임지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지갑이 없어졌다고 하는 겁니다. 기차역에서 쓰리를 맞았던 것이죠...
다행이 포항가는 기차표는 끊은 상태라, 포항 칠포해수욕장에서부터 도보여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포항제철이 보이고, 칠포해수욕장의 바다가 철썩이는 그 곳에서부터 우리는 돈 한 푼 없이 무작정 걷고, 또 걷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배가 고파오고..그럴 때마다 아무 허름한 집을 찾아가 여행하는 데 돈을 분실했네...어쩌네 하면...마음씨 고운 우리 국토 어느 곳마다 계시는 아들딸 다 도회지에 나가 쓸쓸한 할머니들께서는 반가운 손님마냥 토속된장찌개에 풋고추와 맛있는 김치가 담겨진 저녁상을 차려주시고, 방도 하나 내주곤 했습니다. 외롭게 사시다가 손님이 찾아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반가워하셨습니다...불쌍한 할머니들... 사실 친구들에겐 비밀이였지만 제겐 당시에도 성남에서 학원을 하던 터라 어느 정도 비상금은 챙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했지요...제 비상금은 딱 돌아올 수 있는 세 명의 기차표를 살 돈과 한 번 라면 사먹을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거든요.
(비상금이 있다는 것을 알면...하루종일 쫄쫄 굶으면서 다닐 때 그 돈을 쓰자고 할까봐...)
하지만 대학생 여자애들 셋이 내내 해안선을 따라 걷는 여행길은 조금 위험한 길이였습니다. 가도가도 철망을 따라 철썩이는 파도가 보이는 길...다시 또 마을로 이어지는 길...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어떤 길은 산속을 통과해야 하기도 했으니까요...이틀째로 접어드는 날 해는 어둑어둑한데...저 멀리 동구입구 큰 나무밑에 아이들이 올망졸망 노는 것이 보였습니다. 멀리서 사람을 만나는 반가움으로 손을 흔들고 가까이 갔더니 동네 청년들이였습니다. 멀리서 보니 아이들처럼 보여서 제가 손을 흔들었는데...가까이 가보니 아니였던 거였조. 아차,큰일났다..싶었습니다. 청년 몇 명은 슬금슬금 우리를 따라오고, 안그래도 배는 고프고, 내내 걸어서 힘은 드는데...발길을 더욱 재촉해도 보이는 것은 푸른 논 뿐. 그나마 논에서 일하는 분이라도 계시면 다행이겠는데...아무도 없고.
겁에 질려 부지런히 걷다가 산길로 접어드는 길이 보였습니다. 저 산길을 따라 가야하는가...아님 돌아서 뒤에서 계속 따라오는 청년들과 마주쳐야 하는냐...하는 갈림길에서...멀리 산길에 있는 집이 보였습니다. 막 뛰듯이 달려 그 집 문을 두드리니..늘그막에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시골에 내려와 계시는 분들의 별장이였습니다. 다행이 사람은 있어서 그 집에서 사정을 말하고 한 두 시간을 밖을 보며 청년들이 돌아가길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다시 올리고, 수정하고^^)
비누가 떨어져 해안가 철망으로 둘러진 국토를 지키는 초소에 가서 비누도 얻고...운동하는 병사들의 열렬한 함성을 뒤로하고 계속 걷던 해안 길...
내내 걸어서 도착한 곳은 영덕의 어느 어부의 집...쫓아오던 청년들 때문에 너무 부지런히 걸었더니 그만 제가 발목을 삐어서 이젠 더 어쩔 수도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잠을 잘 공간 마련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그 부부는 새벽같이 나가 잡은 각종 고기들로 푸짐한 회를 내어주시었습니다. 당시에는 민박이란 것이 거의 없었지만 다음에 꼭 들려 신세를 갚겠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는데...아직까지 그 고마운 분들에게 가보지 못했습니다. 음...꼭 가봐야지...다시 다짐을 하면서...(그런데 그 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원래 목표는 울진까지 가는 것이였지만 영덕에서 그만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의성이 내 고향이니...그곳에 가서 돌아갈 차비를 얻어서 올라가자...하곤 이참저참 고3겨울 크리스마스날 돌아가신 할머니 산소에도 들릴 겸, 달성서가들의 집성촌인 제 고향으로 가는 길...
길에서 차를 하나 얻어 탔습니다. 안동까지만 태워달라며 겁도 없이 아저씨들이 세 분이나 있는 그 차를 얻어탔는데...주왕산 자락의 청송약수터 어느 메쯤에서 청송약수로 만든 닭백숙을 사줄 때부터 제가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안동댐도 보이고, 안동 시내가 다가오면서...이 분들이 우리가 잘 곳을 마련해주신다고 해서 전 계속 ' 경찰서 앞에서 세워주세요.'를 외치고 있었으니까요...
황당한 표정이던 이 분들이 저희를 안심시키며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다며 여관 방 하나를 얻어주고 나가셨는데...갑자기 문이 열리며 그 분들 중 한 나쁜 녀석이 제 친구를 확 껴앉는 겁니다. 제가 소리를 막 지르니까...당황하시며 나가시더라구요. 그래서 급히 문을 잠그고...그날 밤도 무사히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튿날 고향인 의성까지 가는 덜덜거리는 화물차 뒷자석을 얻어타고 선산에 계신 할머니도 만나고...
"야가, 진희가?.."하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난 달성서가의 종손집 둘째 딸을 기억하는 고향분도 만나고 돌아서면서 친구들에게 고향분들이 용돈을 주셨다고 둘러대고...제 비상금을 꺼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늦은 밤 라면 한그릇씩 먹고 헤어진 그 친구들은 지금도 제가 비상금을 가진 것을 알지 못합니다.^^ 아, 그 친구들은 지금쯤 뭐하고 살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계속 올라가는데...능선마다 남양주시에서는 친절하게도 기다란 의자를 마련해 놓아서 산행길 지친 이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바람에 나뭇잎들은 사르륵거리는데...양쪽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잠시 하늘을 보는데...따르릉 전화가 울립니다.
시냇물님입니다.
"대간님, 어디세요? 지금 다 기다리고 있는데..." 헉, 시원한 바람이 문제가 아닙니다.
"빨랑 올라가자, 우리의 시냇물님이 우릴 기다리신다...좋아하는 시냇물님이 우릴 기다린다는데...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우린 이제부터 시냇물님의 졸졸이야. 시냇물님이 가는 곳마다 졸졸졸 하면서 따라다녀야지.." 김회장의 대답입니다.^^
부지런히 올라가다보니 또 숨이 턱턱 찹니다.
"암만해도 안되겠다. 김회장...먼저 올라가...난 돌아서 밑으로 가서 사람들 기다릴 테니..."하곤 돌아서서 몇 걸음 떼었는데...졸졸졸 시냇물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서 헉헉거리면서 로프를 타고 올라갔더니 순간 확 트이는 시야...사방이 갑자기 훤하게 온 산들이 내려다 보이는 곳입니다.
"야호~~" 거진 다 왔나보다...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저 윗쪽에서 기다리는 친절한 소웅영님.
갈림길이라 길을 잃을까봐 일부러 기다려 주신 그 감사한 마음...방송대에는 왜 이리 멋진 분들이 많은 건지...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방송대인들의 끈끈한 마음입니다.
배낭속에는 시원한 아이스박스까지 갖고다니며, 얼음물을 꺼내주시고, 맛난 자두까지...너무 맛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우리의 일행들이 벌써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속으로 야, 잘됐다...내려오는구나...더 이상 헉헉대며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구나...하는데...1분이면 정상이랍니다. 정상아,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보이렴...난 이곳에서 그냥 돌아가련다...
이곳까지 왔는데...사진은 찍어야지 하며 ...시냇물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는데...방금 이 글 쓰는 도중에 시냇물님이 계신 것이 보이더니...벌써 사진들을 올리셨군요.^^
내려오는 도중 지난 번 오봉산에 갔을 때에는 계곡물에 발 담글 때 수건이 없어 빌려썼으니...이번엔 수건까지 챙겼으므로...맑은 계곡물을 보는 순간..땀 좀 닦고 갑시다...하며 발도 물속에 담궜습니다. 찰랑찰랑 맑은 물...설악산 계곡처럼 차갑지는 않지만...그런대로 시원합니다.^^
내려와보니 총무님과 창전님께서 이십 여명 넘는 사람들의 백숙 준비로 분주합니다.
방금 사진을 보니...계곡물에 닭씻는 사진이 보이는데..쩝...어쩌지요...이 시간에 전 그 계곡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었으니...^^ 뭐 제 발만 담근 건 아닙니다. 김회장 발, 소웅영님 발, 조미애님 발 등이 다 그 시간 계곡물 속에 있었으니..ㅎㅎ
그리고 그 물로 씻은 옻닭백숙...참 맛있었습니다.
이런 시간 마련하신 고생하신 산호회장님,총무님, 창전님, 시냇물님,또 돌아오는 길 내내...살아오신 이야기로 제 고개를 끄덕이게 하신 씨앗님, 또 20여분 되는 많은 분들 다 반가웠습니다. 너무 시간이 늦어 일일이 부르기엔 이제 눈이 감깁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아, 오늘 운전은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술 먹지 못하는 죄로...결국 돌아오는 길에는 운전대를 잡고야 말았습니다. 이 글 맺을 때가 되니...오른 손목이 욱신욱신합니다. 쩝. 얘는 언제 다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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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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