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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22.

사막의 새벽을 밝히러 돌아오다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7.10.29. 23:07:53 조회: 612 글쓴이IP: 211.178.207.146

▲ <사막의 새벽> 여성 할례를 고발한 <사막의 꽃>의 저자인 와리스 디리가 FGM 근절을 위한 '사막의 새벽' 기금을 가지고 조국 소말리아에 희망의 불을 당긴다.
ⓒ 섬앤섬 여성 할례

사막의 새벽을 밝히러 돌아오다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열정과 희망 <사막의 새벽>

이명옥 (mmsarah)

여성 할례 고발 그 이후

이집트를 비롯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여성 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의 끔찍함을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모델 와리스 디리가 <사막의 꽃>에서 용기 있게 고발한 바 있다.

위생과 청결을 위해 귀두를 덮은 표피를 살짝 제거하는 남성 할례와 달리, 여성의 할례는 음핵 또는 소음순을 절개하고 음부를 봉합하는 끔찍한 방법이다.

여성 할례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음핵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음핵과 소음순을 잘라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가장 잔인한 방식인데 음핵, 소음순, 대음순을 모두 잘라 낸 후, 소변이나 월경의 피가 흘러나올 수 있도록 성냥개비 두 개 정도가 들어갈 구멍만 남기고 여성 성기를 봉합하는 방법인 파라오식 할례법이다.

소말리아와 이집트 등에서는 파라오식 할례를 하고 있으며 파라오식 할례를 받은 여성들은 결혼 후 남편과의 성관계나 출산을 위해 봉합 부분을 다시 열었다가 남편이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다시 봉합을 한다고 한다.

여성 할례는 대부분 10대 안팎의 소녀들에게 행해지며 병원이 아닌 떠돌이 여성들에 의해 들판이나 집안에서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시술되기에 수많은 어린 소녀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약 7억 명의 여성이 고대로부터 이어진 전통의 희생자가 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지금도 이집트에서는 매일 3600명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지난 97년 이집트 최고법정은 "코란(이슬람 경전)과 하디스(무하마드의 계도와 언행을 기록한 책) 어디에도 여성 할례를 해야한다는 구절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여성할례 금지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렇게 불법으로 판결 난 여성 할례를 아직도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할례를 행하지 않은 여성은 방탕하며 순결하지 않다고 하여 결혼을 할 수 없어, 딸을 가진 부모가 딸을 결혼시키는 대가인 지참금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와리스(사막의 꽃이라는 의미) 디리 역시 5살 때 파라오식 할례를 받았다. 십 대에 60살 노인에게 낙타 5마리를 받고 결혼시키려는 아버지를 피해 영국으로 도망한 와리스는 세계적인 패션모델이 되어 유럽과 뉴욕에서 활동했고 1995년 입에 담는 것조차 금지되어온 여성 할례의 실태를 고발했다.

그 이후 FGM 근절을 위한 홍보와 강연을 계속해 1997년 아프리카 여성인권 보호를 위한 UN 특별대사로 임명되었고 ‘와리스 디리 재단’을 설립하여 FGM 근절을 위해 힘쓴 공로로 200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사막에도 새벽은 동터온다

<사막의 꽃>이 유목민인 낙타 소녀가 세계적인 패션모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여성 할례를 고발한 용기있는 아프리카 소녀의 인생개척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에 출간된 <사막의 새벽>은 싱글맘인 와리스 디리가 소말리아를 떠난 지 19년 만에 자신이 태어난 소말리아의 가족에게로 돌아가 피폐한 자신의 내면과 영혼에 자양분을 얻고 돌아오면서 여성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려는 의지를 굳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프리카여, 너는 아름답다
- 라시다 이스마일리

아프리카여, 누군가
너에게 말해주었니?
네가 아름답다는 것을.
너의 풍만한 몸과
매혹적인 입술이
내 영혼에 입맞추었다.
아프리카여, 내 심장이
내 존재의 피를
길어올릴 때, 나는
너에게 매여 있다.
너는 내 안에 있다.

아마도 문명인들은 아프리카에 대해 '원시의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가난과 야만적 풍습을 경멸'하는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감정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자신의 나라를 떠나 유럽에서 활동하며 소말리아 언어조차 잊어버린 와리스 디리 역시 모든 문명으로부터 소외된 자신의 나라에 대해 서구인과 비슷한 감정적 분열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가족, 특별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강인한 생명의 아름다움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목민의 용기를 확인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정신적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조국 아프리카를 위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확신하고 돌아온다.

지금 와리스 디리는 여성 할례 금지만이 아니라 아직도 여성과 남성은 식당에서조차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없고 다리나 얼굴조차 드러낼 수 없으며 심지어 여성들은 남성에게 묻지도 못하는 수많은 금기와 여성차별에 도전하며 여성 인권 회복에 힘쓰고 있다.

와리스 디리는 ‘사막의 새벽’이라는 여성과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해 보사소에 지역건강센터를 짓고 여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며 외딴 지역에 있는 유목민 가족들을 위한 의료와 교육을 담당하는 이동활동반에 자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기 TV에서 뵌 분 같아요.”
“스웨덴에서 TV로 소말리아 여자를 보았다구요?”
“… 그 여자가 TV에서 뭘 했는데요?”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부인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군가가 그 문제에 대해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사람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그 문제를 입 밖에 내지 않죠! 그런데 그 사람은 정말 용감해요. 이제 변화가 오리라는 용기와 희망을 우리 모두에게 줬어요.”
“그 사람 이름을 아세요?”
“와리스인 것 같아요. 정말 그분이 아닌가요?”

그녀는 고백한다. 멀리서 뭔가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기는 쉽지만 자기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서양에서 FGM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만 진짜 싸움은 소말리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사막의 새벽’은 한 여성의 용기와 행동으로부터 희망의 햇살을 담고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사막의 새벽> 와리스 디리. 잔 다엠 지음. 문영혜 옮김 / 섬앤 섬 / 1만 500원

2007.10.29 10:40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