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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덜이 댕긴 핵교 외지인에게 내돌릴 수는 없지예"
이오덕 선생이 근무했던 안동시 임곡면 대성분교 지켜낸 마을 사람들
이명옥 (mmsarah)
안동시 임곡면 대곡 2리에는 이오덕 선생이 3년 간 근무했던 대성분교(구 대곡분교)가 있다. 1946년 3월 1일에 문을 연 대곡분교는 한때 대성초등학교로 승격됐다가 대성초분교가 되었고 졸업생 503명을 배출한 뒤, 1997년 3월에 1일에 폐교되어 여전히 폐교로 남아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들이 대곡분교를 찾은 22일 오후에는 ‘제4회 대곡 산골 문화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해 보내기 고사에 이어 풍물패의 풍물이 신명을 더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엄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뒤뜰에서는 가마솥을 걸어 놓고 돼지고기와 동지팥죽 국밥을 끓이느라 분주하다.
학교를 돌아보니 여기저기 깨진 유리창과 복도에 쌓인 낙엽으로 미루어 마을 주민들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대성분교(구 대곡분교)는 이오덕 선생이 교감으로 재직하던 학교다. 현재 마을에 살고 있는 나이가 지긋한 주민들은 대부분 이오덕 선생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오덕 선생에게 자녀를 맡겼거나 자신이 제자인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에게 임대되어 마을 주민이나 학교 취지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폐교가 활용되는 것을 보고는 주민들끼리 9천만원을 모아 임대 기간이 끝난 그 학교 부지를 교육청으로부터 영구 매입했다고 한다. 이제 그 누구도 맘대로 학교를 없애거나 주민들의 의사에 어긋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저 학교는 이제 우리 학교라예. 주민들이 백만원 이백만원씩 모아가 9천만원을 만들어 학교 부지를 샀어예. 교육청과 마찰이 좀 있었지만도 이제 우리 학교니끼네 누구한테 빌려주든 이오덕 선생님의 뜻도 살리고 마을 주민들의 뜻도 살려가 학교를 잘 사용할 끼라예."
자신의 딸과 아들도 이오덕 선생의 제자라며 이야기를 들려 주던 아주머니 얼굴에는 마을 주민들 스스로 학교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손수 벽돌을 날랐고 자신들의 딸과 아들이 다닌 학교를 타지에서 온 외지인에게 넘기고 싶지 않은 마음, 주민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큰 스승으로 남아있는 이오덕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잘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의 그런 결단이 거저 생겨난 것은 아니다. 대성분교(구 대곡분교)에는 우리시대 최고의 큰스승이라 불리는 이오덕 선생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것은 ‘산골 문화제’에서 지금도 읽혀지고 있는 동시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촌
우리는 촌에서 마로 사노?
도시에 가서 살지.
라디오에서 노래하는 것 들으면 참 슬프다
그런 사람들은 도시에 가서
돈도 많이 벌일 게다.
우리는 이런 데 마로 사노?
- 1969년 안동 대곡분교 2학년 김종철
이총매미
이총매미가 우네
소리도 곱게
이총이총하며 우네
복숭아나무에서
궁디를 까불석까불석 하며
소리를 지른다
해자네 할머니가
저 매미는 울다가 세월 다 보내겠다
하신다
온 마을이 떠들썩하다
- 1970년 6월 10일 안동 대곡분교 3학년 박청자
저 시들은 이오덕 선생이 20년간 어린이들의 글을 모아 엮은 <일하는 아이들>에 실려 있다. 이오덕 선생은 "이 시집에 시를 쓴 아이들은 지금 거의 모두 40대의 장년이 되어 우리 역사의 가장 힘겨운 고비를 넘기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그 어린 시절에 자연 속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살던 그 몸과 마음을 잃지 않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온갖 어려운 일들을 잘 이겨내면서 바르고 착하게 살아가리라 굳게 믿습니다"라고 책 말미에 썼다.
선생의 제자 권상출씨가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듯, 비록 촌에서 살며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이오덕 선생처럼 참다운 가치를 지켜온 이가 가르친 제자들이 있었기에 주민들은 학교를 놓지 않은 것이다.
요즘 지방, 특히 산골로 갈수록 입학할 초등학생이 없어 초등학교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교육청에서는 조건이 맞으면 외지인이라도 학교를 일정 기간 임대해 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매각까지 한다.
강원도 봉평의 ‘무이 예술관’이나 강화도 ‘오마이스쿨’처럼 본래 학교의 용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폐교를 임대를 하는 사람들이 외지인이라 학교를 임대해 음식점 등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일도 많다. 자연히 외지인이 들끓고 바람직하지 못한 소비문화나 쓰레기 등이 넘쳐나 원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주민들 입장으로 본다면 자신들과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준 스승의 그림자와 추억이 어린 학교를 그곳과 상관이 없는 외지인이 임대하고 리모델링해서 음식점처럼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면 학교를 잃어버렸다는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음식점이나 문화행사를 빌미로 외지인들을 초청해 행사를 기획하고 마을주민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면 그들은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폐교를 활용하려는 외지인들은 원래 학교의 취지를 살리는 것, 마을 주민들과 화합을 이루어내는 것 등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교육청 역시 무분별한 임대나 매각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학교를 살려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땀방울이 어린 학교를 외지인에게 내주지 않고 자신들의 학교로 남긴 대곡 2리 주민들의 ‘폐교 살리기’는 타 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자신들의 학교를 지켜내는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폐교살리기’ 공모글입니다.
2007년 12월 22일부터 23일 이틀간 이오덕 글쓰기 연구회와 동화밥그릇에서는 ‘이오덕-권정생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글은 문학 기행을 다녀온 후 쓴 글입니다.
2007.12.26 10:54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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