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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01.

교수들이 차린 졸업잔치상 받으시오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8.02.18. 20:26:00 조회: 460 글쓴이IP: 211.178.207.243

교수들이 차린 졸업잔치상 받으시오
사은회 대신 졸업축하잔치 연 한국방송통신대

이명옥 (mmsarah)

4년 전인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대한민국 최초로 '문화교양학과'가 신설되었다.

문화가 미래 지향적인 코드임을 알기에 과감하게 시도한 변화였지만, 사실 교수들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초조한 심정으로 첫 신입생들을 기다렸다. 우려와는 달리 기대이상 많은 학생들이 문화교양학과의 식구가 되어 새로운 살림에 들어갔다.

첫 제자를 맞아들인 스승들은 어린 자식을 돌보듯 애틋한 마음으로 애정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활동으로 교감을 나눴다. 문화교양학과 맏이가 된 학생들 또한 스승의 넘치는 사랑과 관심, 자상한 가르침을 자양분삼아 내외적으로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스승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기대와 열정, 그리고 기쁨으로 달려온 4년이 지나 어느덧 470명이 졸업이라는 관문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갈 시기가 되었다. 그 맏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스승을 위한 사은회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스승들은 깜짝 놀라며 곧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보낼 제자들에게 스승들이 일방적으로 노고를 치하 받는 사은회가 아닌, 스승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첫 졸업생들에게 격려의 축하 잔치를 열어주기로 했다.

졸업생들이 돈을 걷고 새로 장만한 성장을 하고 큰절을 하며 일방적으로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례적 행사가 아닌, 스승과 제자가 한 데 어우러져 서로 감회를 나눌 자리를 만드느라 스승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주인공인 졸업생들이 가장 즐거울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모든 행사 일정도 그들에게 일임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여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연극배우 출신 학우는 사회를 맡고, 문화계의 마당발인 학우는 라이브 공연을 해줄 그룹 섭외를 하며 메인행사의 기획부터 뒤풀이 자리까지 학생들이 서로 의논하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된 방송대 개교 이래 처음인, 아니 어쩌면 대학졸업 사상 처음일지도 모르는 '졸업생을 위한 축하잔치'가 2월 16일 저녁 대학로의 한 장소에서 열렸다.

4년간 문화에 대한 또 인문학에 대한 교감을 나눠온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일일이 장미꽃과 카드를 건네는 스승의 모습은, 자신이 길들인 상대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어린왕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처럼 그들은 새로운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더 높고 넓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것이다.

첫 제자들을 떠나보내며 이런 아이디어를 맨 처음 생각해 낸 이정호 교수는 그동안 커다란 기쁨이 돼준 제자들에게 애정이 듬뿍 어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교수는 "첫 졸업생들이야말로 문화교양학과가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한 실제적인 주역들인데, 학교가 충분한 준비 없이 학과를 개설해 시행착오도 많았다"는 말로 더 잘해주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세상으로 나가는 제자들을 향해 "자유롭게 남과 더불어 착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문화와 교양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품격있는 삶"이라며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마쳤다.

송찬섭 교수는 "이번 축하잔치의 제목이 '문화교양인의 새로운 비상'이라며 학생들의 과거와 현재를 지켜 봤기 때문에 미래의 새로운 비상을 확신할 수 있다"며 동문회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100만원을 격려금으로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2년간 학보사 기자활동을 하면서 문화교양학과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김정란 학우는 "나는 도발적 홍보문구와 <성, 사랑, 사회> <문학과 영화 속의 과학> 등 흥미진진해 보이는 커리큘럼에 매혹돼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한 늦깎이 주부 학생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학우는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주부들이 사회에서 소비계층으로 인정될 뿐 생산계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느꼈다"며 "이제는 30~40대 주부들이 소비 계층이 아닌 생산 계층으로 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로 그 변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교양학과 과목을 모두 이수하고 보니 실제적인 도움이 많이 되고 예전에 대학을 다니셨던 분들은 전혀 접해보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며 "문화교양학과 동문이 된 것에 자긍심을 갖는다, 문화교양학과 졸업생 모두가 방송대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이 되기 바란다"고 인사 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졸업생들은 "공부를 하는 4년 동안 너무나 행복한 추억들이 많았다"며 "만일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우울증에 걸려 고생을 했을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사회 현실이나 역사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긍지와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미꽃과 격려의 문구가 담긴 카드를 건네받고 난 뒤, 스승과 제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둥근 원을 그리며 즐겁게 돌다가 "새로운 비상"을 외치며 공중으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분홍색 풍선들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려는 모두의 아름다운 소망을 실어 두둥실 높이 떠올랐다.

참으로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신선한 문화를 접하는 순간이었다.

스승의 도는 이미 오래 전 땅에 떨어졌고 교육은 사회적으로 더 나은 발판을 얻으려는 이들에게 지식을 파는 일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한탄의 소리만 높일 일은 아니다.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의 마음과 같다'고 하지 않던가. 어버이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과 관심으로 지금도 여전히 어버이의 마음으로 참교육을 하는 참스승들이 많으며 희망은 여전히 배움을 나누는 일에 자리하고 있음에 .

정준영교수(학과장)와 간단 인터뷰

- 사은회 대신 졸업생을 위한 축하자리를 만든 이유는?

"사은회라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화되어 있고 한쪽의 공적에 대한 일방적인 치하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선생과 학생사이에 교감을 이루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그래서 사은회라는 일방적 형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의 형태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 이전에도 방송대에 이런 형식의 졸업 행사가 있었나?

"우리 과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안다."

-문화제나 문화행사를 졸업생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로 이어갈 계획인가?

"이번에 졸업하는 분들은 처음 우리 과를 찾아주신 분들이고 우리 과를 지탱해 준 분들이다. 그 분들께 먼저 감사를 드린다. 이번 '졸업축하연'은 관계를 지속시키겠다는 의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교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개인의 주체적인 활동을 반영하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분들이 구성원으로 함께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화되지 못했던 분야까지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들을 구상하며 행사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백기자 학우(47. 2008년 졸업생)

- 입학 동기는?

"커리큘럼에 대중문화에 대한 과목들이 있어 관심을 가졌고 편안하고 즐겁게 공부하고 졸업을 하겠다고 생각 했는데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답사나 독특하고 신선한 행사를 통해 일반대학을 다니는 것처럼 학창생활을 했고 교수님과 함께 하는 시간들도 많아 즐겁게 공부했다."

-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사회적 역사적 현상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즉 던져진 현상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면까지 생각해보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것이다."

- 학과에 부족하다거나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모두 전문가는 아니지만 해마다 전국 학우들이 문화제라 행사를 열었다. 처음에는 행사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주관하며 행사 내용이나 질보다는 모이는 것 자체에 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년 행사 같은 경우 역사적 사건을 놓고 창작 대본부터 시작하여 무대의상까지 전체 작품을 스스로 창작하고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그동안의 아쉬움이 해소됐다.

다만 문화에 대해 비판적이고 의식있는 사람들이라면 문화마당들을 통해서 주류문화에 대한 답습보다는 비주류문화에 대해 의식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권 문화는 선택 없이 향유할 수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독자들이 일부러 찾아주고 길을 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이 졸업축하잔치를 열게 된 경위와 특징이라면?

"사은회라는 것은 은사님께 제자들의 감사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한 일방적인 행사로 알고 있다. 우리 행사는 스승과 제자 서로를 위한 소통과 감사의 자리다. 이번 행사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교수님들의 특별한 사랑과 열린 시각으로 만들어진 쌍방소통의 자리라는 점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의례적인 사은회에서보다 더 큰 감사를 느끼게 되어 진정성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를 알게 됐다.

두 번째는 특정임원이 아닌, 모든 학우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낸 행사라는 점이다. 연극배우인 학우는 사회를 맡고 사진 전문가는 사진, 음식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우는 먹을거리, 행사장 꾸미는 등 모든 학우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동참했다.

마지막으로 흔한 노래방 기계를 빌어 놀자가 아닌, 공연과 함께 하는 행사로 준비했다. 의상도 드레스나 한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모습으로 와서 내용에 충실한 행사의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2008.02.18 09:24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