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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5.

'18세 대기 인생'에서 '크리넥스 노동자'가 되기까지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8.03.03. 09:35:04 조회: 491 글쓴이IP: 211.178.207.243

▲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왜 학생들의 운명을 국가와 학교가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지속되는 아이들에 대한 억압과 교육 부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철수와 영희 교육은 없다.

'18세 대기 인생'에서 '크리넥스 노동자'가 되기까지
[리뷰]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이명옥 (mmsarah)

해마다 입시철이 끝나면 점수를 비관하며 자살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입시를 위해 가장 생명력과 창의력이 넘치는 10대를 온전히 저당 잡혀야 하는 대한민국에 젊음과 청춘을 담보할 만큼 가치 있는 교육이나 장미빛 미래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득재 교수는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에서 대한민국에 교육을 빙자한 상품은 넘쳐나지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은 없다는 것을 18세 대기 인생, 수요자 중심 교육의 비밀, 위기의 교육, 국가와 자본 사이에서 동요하는 지식, 대학입시 철폐와 대학 평준화 운동 등 크게 5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다.

공교육이 공공재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한데는 교육철학과 신념의 부재와 일관성을 잃은 교육정책 탓이 가장 클 것이다. 거기에 교육을 수단 삼아 신분과 계층의 수직 이동, 직업의 대물림을 이어가려는 가진 자들의 이기심이 교육 상품화를 부채질하고 공교육 기능 마비를 가속화했다.

지식과 정보가 경제력이 되는 세상이 되다보니 어찌하든 투자해서 내 아이의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사람들로 인해 교육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16세면 결혼을 하고 프랑스에서는 청춘을 즐기느라 바쁜데 대한민국의 10대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유예시키는 인생 대기조로 살아간다. 스무 살 혹은 그 이상이 돼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도 대학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기 인생’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 교육에 목맨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청춘을 유예당한 대가로 얻은 대학의 졸업장으로 젊은이들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아니오' 이다. 대학은 이미 취업 대기소로 전락을 했음에도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업을 얻기 위한 고단한 사교육의 행군이 계속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대학이 어느새 학문을 연구하고 창의력을 발현하는 상아탑이 아니라 직업을 얻기 위한 직업인 양성소가 됐고, 그나마 힘들게 얻은 직장에서는 크리넥스처럼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지식기반사회라는 것이 '소수의 비싼 노동력'과 '대량의 값싼 노동자'로 새로운 사회의 틀을 짜겠다는 발상 위에 세운 틀이라고 한다. 저 두 가지 형태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전진기지가 바로 대학이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T산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다 CEO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하층계급인 디지털 파리아(digital pariah:디지털 하층민)로 전락한다. 오늘날 대학이 취업대비 기관으로 변한 것은 이것과 깊이 연관된다. 다른 한편으로 대학은 연구 개발 기능을 중시하는 기업과 유사한 성격을 갖게 되고 산-관-학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 -크리넥스 노동자 중-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드는 교육비가 2억 3천만 원 가량이라고 한다. 교육비 대비 효과를 따져본다면 이쯤에서 우리 사회는 교육의 방향과 필요성에 대해 한번 쯤 진지한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가장 짧게 14년에서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공부해 겨우 88만 원 비정규직 노동자로 남아야 한다면 주먹 구구 셈으로 따져 봐도 효용가치나 경제성 면에서 적자폭이 너무 크지 않은가.

저자는 5장에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긴 하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학교의 서열화 폐지, 뚜렷한 교육철학에 기초한 개방적인 창의력 교육, 대학의 평준화, 교과 과정 편성권을 교사에게 주는 것이다.

어쨌거나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핑계로 자녀 인생의 황금기를 부모와 사회가 마음대로 저당 잡아 조정한다는 것은 사랑과 관심의 이름을 빌어 행하는 폭력에 다름이 아니다. 당신 아이에 대해 제도권내 교육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 정말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더 나은 바람직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2008.03.03 09:12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