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터

2024. 05. 02.

역무원에게 택시비 받아 집에 왔습니다.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8.07.04. 10:31:23 조회: 438 글쓴이IP: 211.200.92.68

저기 당고개행이라는 전광안내판이 보이시죠?

어디서 못된 권위의식들만 배웠는지 그저 힘없는 서민에게는 잘못을 해 놓고도 큰소리만 치면 해결이 되는 세상입니다.

요즘 이래저래 마지막 전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최대한 집 가까이가도 할증요금 물어가면서 택시를 타야하는 일이 빈번해서 잘못하면 밥 굶게 생겼습니다.

2일도 여지없이 3일이 시작돼서야 대학로 혜화역에서 당고개행 전철을 기다리는 중이었지요. 전철을 타려고 내려가 보니 다행이도 한성대행 다음에 당고개행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휴우 숨을 내쉬고 조신하게 앉아 한성대행을 보내고 당고개행 전철을 기다렸지요.

한 1분쯤 지나자 역무원이 무전기 비스름한 것을 들고 와서는 막차가 지나가서 문을 닫아야하니 얼른 나가라고 성화를 대는 겁니다.

저는 저기 마지막 전철이 남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앉아있었더니 그냥 올라가더군요. 잠시 후 한 남자를 더 데리고 나타나서는 전철 끊겼다 어서 나가라는 거예요. 저것은 뭐냐며 전광안내판을 가리켰더니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나요. 기가 막혀서...

나는 화를 내며 “아니, 에러가 났으면 당연히 고쳐놔야지 무슨 소리냐? ”그랬더니 한성대행이 마지막 전철이라고 안내방송을 했다는 거예요.

“나는 안내방송 들은 일이 없다. 그리고 잘못된 전광판을 고쳐놓지도 않고 어디서 큰소리냐? 분명 잘못은 당신네들이 한 것이 아니냐?” 고 따졌더니 기세가 한풀 꺾이며 “누가 잘했다고 했느냐. 전광판을 고쳐달라고 했는데 가끔 저런다. 미안하다. 다른 교통편을 찾아봐라.”하는 거예요.

나는 씩씩거리며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고 증거용 사진을 찍었지요. 제가 시정모니터거든요. 그랬더니 그들이 안색이 달라지면서 “정말 미안하다. 집이 어디시냐?”고 묻는 거예요.

“내가 당고개”라고 했더니 나를 따라 나오며 차비하라고 만원을 내놓더군요. 내가 왜 이러느냐? 돈 때문에 그러는 줄 아느냐?“고 화를 냈더니 ”그런게 아니라 어짜피 자기들 실수로 택시를 타셔야 하니 미안해서 그런다.“ 며 억지로 돈을 쥐어주더군요.“ 그 돈으로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정말 차가 끊겼거든요.

사실 안받으려다가 괘씸해서 받았습니다. 처음엔 자기들 잘못은 없으니 얼른 나가라는 식으로 막무가내 몰아내려고 했으니 제가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인간들이 어디서 이상한 권위의식들만 있어가지고 저 같은 쌈닭이 아니면 대부분 그냥 나오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여전히 잘못된 권위의식으로 폭력을 행사할 것이고요. 물리적인 폭력만 폭력인가요, 뭐. 사람들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더 큰 폭력일지도 모르는걸요. 잘못을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주는 돈 챙겨서 택시타고 집에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