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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양학과 선배이신 오주희님의 연기를 통해 슬프고 고통스런 여인을 만나고 왔지요.
오주희님은 레베카 바로 그녀였습니다!
좋은 분들과의 뒤풀이는 연극의 내용을 파헤치며 다양한 가지를 쭉쭉 뻗을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철학자와 문학도 그리고 저마다의 색깔을 간직한 분들과의 대화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두 시간 만에 풍성해진 이야기 나무 한 그루를 키워온 느낌입니다.
그동안 보았던 온갖 홀로코스트 영화를 동원해서 해석해보려던 나의 말초적인 생각들.....
나치에 동조하여 많은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냄으로써, 보따리로 둔갑한 자신의 아기를 빼앗기고 살아남은 죄책감..
그녀의 고통에 위로의 손길 보다는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여 자신을 용서하게 하려는 남자.
그는 결코 그녀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죽음만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그녀를 기꺼이 죽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자신을 죽이기 위해 그 남자를 동원했다는 생각을 해봤다.
용서......
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에서의 죽음은 의미있기에 오히려 행복일 수 있겠지만,
기를 쓰고 살아남으려는 무력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음이 두려웠을 것이라고,
그 상황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시궁창을 돌아다니는 쥐새끼가 되기도 하고
열심히 꼬리를 흔드는 개새끼가 되기도 해야했을 것이라고.
세상에 용서 못할 것은 없다고 레베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벌'이란 사람을 용서하기 위한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란 생각을 해봤다.
그녀가 전범으로 잡혀 무기징역 따위로 대가를 치루었다면 차라리 그녀를 편하게 해주진 않았을까...
스스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루어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아이들을 위한 선행으로
삶을 이어가며 또다른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의 파편적인 의식의 흐름을 보며 그녀를 이해하려고, 그리고 위로하려고 노력하며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배우 오주희님께 들어보니 그 남자는 남편이나 연인이 아닌 또다른 '레베카 자신'이라고 한다.
이정호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개인의 삶 속에서 사회의 선과 악을 보는 미시사적 관점이며,
자신의 고통을 고착화시켜 그 고통 속에서 오히려 안주하려는 정신분열이란다.
어떤 분은 언어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했고, 어떤 이는 ...................
그렇게 많은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에서 '사람과 낭만' 이란 말을 떠올렸다.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객기도 부리며 뒤집어지게 웃기도 하면서
삶이 풍요로워지리란 생각을 하면서 분위기에 취해 있었는데......
난 시계바늘에 벌떡 일어나야하는 신데렐라(?)- -;;
10:40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조급하게 회비를 내고 분위기 깨면서 일어나야 했다는.......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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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핀터 원작 연극 [재는 재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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