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터

2024. 04. 30.

뷰티풀 마인드

글쓴이: 가로등 날짜: 2002.06.21. 15:10:38 조회: 735 글쓴이IP: 211.222.220.235

표어 같은 말을 자주 하게되는 날들이다.
오늘을 계기로 표어 같기만 한 말들을 대폭 줄이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대목은 달력의 빈 공간에 적어 넣어둬서 잊지 말아야겠다. (^.^)

일상이 개그처럼 유쾌하고 가볍기만 하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보기도 하지만,
어쩐지 온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에는 수긍이 잘 되질 않아서 창 밖으로 지나가는 전철의 숨가쁜 소리에 실없이 의미를 부여해보곤 하며 지내는 일상이다.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를 봤다.
이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공짜로 시디에 다운을 받아서 봤는데, 화질이 요즘 유행하는 DVD화질처럼 선명해서 놀라면서 봤다.
나는 전혀 몰랐는데, 영화는 실화였다. 정신병을 지닌 채 평생을 살아낸 주인공 '존 내쉬'박사는 아내 알리샤 내쉬와 함께 지금도 생존해 계신다는 자막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뷰티풀 마인드'
우리는 모두 세상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자신만의 생각 속에서 자주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고 턱없이 심란해하기도 하며 지낸다고 본다면, 과연 존 내쉬의 신경증이 그 만의 '병'이라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존 내쉬'의 말처럼 누구나 과거의 생각으로부터 스스로 조금씩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노벨 수학상을 받은 그가 말한 인류 최대의 공식이 '사랑'이라면, 정말 믿을만한 공식이 아닐까.
나는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과 어처구니없이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는데 그럴 때의 우리는 뭐가 진짜이고 뭐가 가짜인지 전혀 구별 할 줄 모르는 정신병동의 환자들과 다름없는 것 같다.
알리샤가 자신의 작은 손으로 존의 볼과 가슴을 만지며 했던 말처럼 '이것이 진짜예요'라는 구절이 나의 간사하고 가벼운 마음을 지긋하게 눌렀다.
'진짜'가 무엇인지 알고 지내는 일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부부가 그토록 아름다운(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정신세계를 지니고 살아냈다면 나 또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 그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좋은 욕심이란 지나칠수록 좋으니까, 마음대로 꿈꿔본다.
내게는 오래 기억될(기억해야 될)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