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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겨져 있는 편이 좋았을거라는 어떤 늑대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늑대가 나들이를 갔다가 여러 마리의 큰 개들에게 쫓기게 되었습니다. 개들이 끈질기게 추적을 계속해 와서 조금만 이대로 가다가는 늑대가 붙잡힐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늑대는 산 속에서 굴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안으로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였기 때문에, 그 속으로 재빨리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추적하던 개들은 그보다 몸집이 훨씬 컸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일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후 늑대는 헉헉 하고 숨이 차던 것을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기분이 좀 나아지자 그는 이 굴속으로 들어온 것은 자신이 매우 영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늑대는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나의 발들아, 내가 이 굴속으로 들어어는 데 자네들은 나한테 무엇을 해주었지?"
그러자 "물론, 우리는 바위를 뛰어넘어 강을 건너서 자네를 여기까지 데려다 주었지." 하고 발들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훌륭한 발들이구나!"라고 늑대가 말했습니다.
다음에는 귀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귀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지?"
"우리는 오른쪽을 쫑긋 세우고 또 왼쪽을 쫑긋 세우면서, 어느 쭉으로 도망가야 하는지 알려 주었지." 하고 두 귀들이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 잘했군 잘했다."
그래서 늑대는 이번에는 두 눈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나한테 무엇을 해주었지?"
"물론, 우리는 바른 방향을 알아보고 지시를 내렸지. 우리가 바로 이 굴을 발견한 거야."
그리고 늑대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발과 이렇게 좋은 귀, 그리고 이렇게 좋은 눈을 가진 나는 얼마나 훌륭한 존재인가! 나는 정말 영리하단 말이야.'
그리고는 땅바닥에 넙죽 엎드리려고 하다가 꼬리로 자신의 등을 탁 치게 되었습니다. 늑대는 그제야 자신에게 꼬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꼬리야, 너는 나한테 무엇을 해주었지? 아무 것도 거들어 주지 않은 게 틀림없어. 너는 내가 데려가는 것만 믿고, 그저 내 꽁무니에 매달려만 있었지. 그리고 나를 도우려고도 하지 않았어. 너 때문에 하마터면 개한테 불들릴 뻔했다고. 도대체 너는 내게 무엇을 해주었지?" 하고 물었습니다.
그말을 들은 늑대의 꼬리는 몹시 기분이 상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했냐고? 나는 개들한테 너를 붙잡으로나는 표시로 꼬리를 흔들었지."
그러자 늑대는, "이 나쁜 꼬리 녀석 같으니라고!" 하고 소리치며, 빙글빙글 돌면서 있는 힘을 다해 꼬리를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이 더럽고 낡아빠진 꼬리 녀석아! 이 굴속에서 나가라고!"
그리고 늑대는 자기 꼬리를 굴속에서 내보냈습니다. 물론 꼬리를 밖으로 내밀었을 때, 자신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늑대의 넋두리를 밖에서 들으며 기다리고 있던 개들은 늑대를 덥석 붙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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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조차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에 골몰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존재의 가치를 '쓸모 있음'에만 둔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공허할 것입니다.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의 숨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18가지 철학적 우화/ 레일라 버그 지음/이기홍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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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우화
하루하루가 이렇게 빨리 흐를 줄 몰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