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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고, 멀어지고, 사라지는 것들과의 새로운 만남
나우갤러리서 열리는 신현림 힐링 포토전
이명옥(mmsarah) 기자
수평선과 마주하는 거대한 바다 앞에, 혹은 산의 정상에 서본 사람이라면 인간이 얼마나 작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며 유한한 존재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읊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8월 16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의 나우(Now)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시인이며 사진작가인 신현림씨의 두 번째 사진전은 지난 10년간 국토 기행을 하며 찍은 사진 20여 점이 물을 주제로 한 설치물과 함께 전시된다.
그의 이번 전시의 핵심을 보여주는 <치유의 문을 여는 일곱 인의 춤>이라는 퍼포먼스는 갈증, 채움, 참, 치유의 내용으로 전시되는 사진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특별히 이번 퍼포먼스에는 작가 신현림과 딸 신서윤이 20대의 끼 넘치는 예술학도들과 함께 해 의미를 더해준다.
전시장 입구에는 <나는 한 병의 생수다>, <힘드시죠, 시수(詩水)를 드세요> 란 제목의 설치 작품과 함께 설치된 생수와 작은 상자 속에 담긴 시 한 편씩을 가져 갈 수 있도록 했다.
생수 옆에는 그가 국토 기행을 하며 곳곳에서 가져 온 물들을 페트병에 담아 전시하고 있다. 작가는 이 전시가 삶이 고단한 이들에게 탄생 전 어머니의 자궁 속 양수의 바다에서 유영하던 편안한 휴식과 안온함을 얻고 치유와 성찰을 위한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물을 주제로 한 설치물을 본 후 만나는 사진의 컨셉트는 대자연속의 작은 존재인 사람을 찍은 것들과 태양이 떠오르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눈(雪),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갯벌 새만금, 하늘을 어스름하게 수놓는 불그스름한 노을 등, 작아지고 멀어지고 종국에는 사라지는 풍경들이 우수 어린 보랏빛으로 애잔하게 담겨져 있다.
그는 어쩌면 10년 동안 작아지고, 멀어지고, 사라지는 존재의 찰나적 순간을 잡아낸 풍경 앞에 멈춰선 이들도 그가 느낀 존재에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성찰과 깨달음에 함께 동참하길 원하는 듯하다.
그가 끝까지 붙들고 있는 한 가지가 사람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지나 온 모든 장소 만난 모든 사람들과의 추억에 담긴 변화, 이별, 생성과 소멸의 덧없음을 탄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시간 속에 맺어진 귀한 인연들을 더욱 사랑하고 보듬고 남은 시간들을 살아내는 삶의 여유와 원동력을 삼고자 한다.
큰 여운을 남기는 그의 흔적들을 통해 각자의 존재와 상처와 잊혀진 것들과 새로움 만남의 장이 펼쳐지길 바란다.
작가는 아마도 진정한 상처의 치유는 아프지만 상처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러기에 그는 작아지고 멀어지고 끝내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다.
오랫동안 상처를 안고 신음하던 작가가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며 깨달은 치유의 첫걸음을 이 전시를 통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과 함께 할 모양이다. 그의 치유에세그라피 <내 서른살은 어디로 갔나>도 민음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물이 만들어 준 7년의 인연
이번 전시에는 특이하게도 수자원 공사에서 매일 100병 이상의 생수를 협찬한다고 한다.
협찬 동기를 묻자, 담당자는 "수자원 공사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글짓기 대회의 심사를 신 시인이 맡아주면서 7년째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며 "신 시인이 생명의 근원인 물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기에 기꺼이 협찬을 했다"고 한다.
물 협찬으로 인해 전시 기간 중 많은 독자들이 정신적, 물리적 갈증을 한꺼 번에 해소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 기간 중 매일 100여명은 생수를 한 병씩 가져 갈 수 있다. / 이명옥
전시: 신현림 힐링 포토전
장소: 인사동 나우갤러리(02-725-2930)
기간: 8월 16- 8월 29일
*관람료는 없으며 인사동 수도약국 건너편 건물 3층
2006-08-17 17:58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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