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돋는 땅부터 해지는 땅까지
[서평] <뿌리 깊은 지명이야기>
이명옥(mmsarah)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Asia)의 어원이 무엇인지 아는가?
‘아시아’는 ‘나오다’, ‘떠오르다’라는 뜻의 아카드어에서 유래한 그리스어로 원래 뜻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라고 한다. ‘해가 저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유럽(Europe)’ 역시 아카드어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동방이나 해 뜨는 곳을 뜻하는 다른 용어인 오리엔트(Orient) 역시 그리스어인 옥시덴트(Occident)에서 파생된 로마어로 oriens(태양이 뜨는 곳)와 occidens(태양이 저무는 곳)가 어원인 지역명이지만 서양적 관점에서 동양의 정신과 문화를 폄훼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오리엔트 보다는 아시아(Asia)란 지명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랫동안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섬나라들과 유럽의 서구 열강들이 패권을 잡아 왔다.
신화와 전설, 역사가 새긴 지명으로 읽는 유럽문화사라는 설명이 붙은 <뿌리 깊은 지명이야기>는 먼저 소개한 <뿌리 깊은 인명이야기>의 자매편에 해당한다.
이름이 인간 개인의 역사와 가계의 얼이 담긴 것이라면, 지명은 국가와 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것이다. 지명 역시 인간이 독립된 역사의 주체가 되기를 열망하는 인간의 바람이 담긴 흔적이지만,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신화와 종교에서 유래된다.
자신들이 기거하는 터전에 이름을 붙여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신본주의와 인본주의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화해에서 시작된다. 군주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으로 신으로부터의 자유와 독립을 열망하는 한편, 어느 곳에는 자신들이 숭앙하는 신의 이름을 붙여 신의 가호와 보살핌을 바라고 기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의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가 거듭됨에 따라 지명도 패권자의 이름이나 패권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변화되어 간다. 그래서 지명에 인간 정복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서양문명의 출발지인 지중해 연안국 그리스와 페니키아를 시작으로 유럽의 토대를 만든 켈트족의 흔적이 남은 지역, 패권 국가 로마의 영향을 받은 유럽의 도시들, 영국을 정복한 게르만족, 앵글로 색슨족 등의 인종과 지형, 행정 체계, 종교적 영향을 받은 지명들이 ▲지중해 운명의 새벽과 세계관 ▲유럽의 기저민족 켈트인 ▲패자 로마와 유럽의 도시 ▲게르만적 브리든의 형성 ▲중세적 세계에서 대항해시대로 등 총 다섯 개의 장에 재미있고 간결하게 담겨있다.
외아들이 싸움에서 죽었다고 오해한 테세우스가 몸을 던졌다는 비극의 바다 에게해, 비극의 주인공들이 태어난 펠로폰네소스, 곳곳에 세워진 정복자의 도시 알렉산드로스 등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승리와 패망, 성장과 사멸의 과정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시아의 대륙과 대양 사이에 낀 반도국으로 외세의 침입이 잦았던 대한민국에도 역시 수난의 역사가 만들어 놓은 서럽고 부끄러운 지명들도 있다.
몽고에 공녀로 혹은 전쟁 포로로 끌려갔던 이 땅 여자들이 살아 돌아오자 그들을 정절을 더럽힌 환향녀(부끄럽게 살아 돌아온 여자들)라 하여 따로 모여 살게 한, 이타족의 마을 이태원, 그곳엔 지금도 여전히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해 슬픈 역사의 자취를 떠올리게 한다.
침략과 약탈로 늘 설움을 겪어야 했던 약소국 대한민국. 지금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 그러나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이렇게 노래했다.
동방의 등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The Lamp of the East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 - 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 전문
꽃이 피면 언젠가 지게 되어 있고, 달이 차면 반드시 기우는 법이 아니던가! 한국이 언젠가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던 타고르의 선각자적인 혜안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해 뜨는 곳 아시아(Asia)의 작은 반도국 대한민국에 서서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록 저 책이 유럽의 지명만 소개하고 있지만 새 역사의 주역이 될지도 모를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 아시아(Asia)에 뿌리 내리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개인과 인류 역사는 끝없는 탄생, 성장, 사멸을 거듭하며 새로운 역사의 흔적들을 덧입혀 간다. 역사의 그림이 완성되는 거시적인 시점에서 본다면 모두가 역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 작은 퍼즐조각일 뿐 패자도, 승자도, 더 귀함도, 덜 귀함도 없을 런지 모른다.
지금까지 유럽이 패권을 잡아왔고 신대륙 미국이 여전히 패권을 잡고 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인간 모두가 겸손해 질 수밖에 없음은 인간 역사와 삶의 유한함에 있는 것은 아닐 런지.
뿌리 깊은 지명이야기/우메다 오사무 지음. 위정훈 옮김/파피에/1만원
2006-09-25 08:39
ⓒ 2006 OhmyNews
|
|
해돋는 땅부터 해지는 땅까지
졸업 리허설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