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태양이 된 여자
[서평]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이명옥(mmsarah) 기자
일본의 태양신은 한국 여성일까?
일본은 8백만이 넘는 잡신이 신으로 받아들여져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상의 나라다. 집집마다 숨겨두고 숭배하는 가신을 다 합친다면 잡신의 수는 훨씬 더 많아 헤아리기 조차 힘들 것이다.
그 많은 신들 중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최고의 신은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다. 그들이 숭배하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는 야마타이국 여왕으로 일본 황실의 모태를 만든 실제 인물인 히미코가 모델이라고 한다.
그들이 천황을 신으로 받들며 경배하는 것을 본다면 황실의 모태를 만든 히미코가 가장 추앙받는 태양신으로 받들어 진다는 사실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쨌거나 일본 최고의 신인 태양신이 여성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 여성이 어쩌면 한국인 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이르면 더 놀라울 것이다.
사실 심심찮게 일본 황실은 백제인의 후손이라는 설이 나돌았고 지금도 회자되는 학설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에 따르면 157년 왜로 간 연오랑과 세오녀는 왜의 왕과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세오녀가 신라를 떠난 뒤 해가 사라졌으므로 왜의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모델이 된 히미코는 세오녀라고 주장하는 설도 있다
하지만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는 저자의 말대로 역사서가 아닌 허구적인 소설일 뿐이다. 그녀 ‘히미코’가 한국인이든 아니든,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의 성격을 통해 그녀가 초인적인 강인한 의지로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변화시키며 야망을 성취해가는 과정만 보면 된다.
영웅 설화에는 몇 가지 전형이 있는데 그 중 중요한 한 가지는 탄생 후 절대자의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신탁에 의해 버림을 받는 부분이다. 일본의 태양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히미코 역시 영웅 설화의 전형을 그대로 이어 받는다.
그녀는 일본인이 아니라 구다라(백제) 의 후손이며 그녀를 도구로 사용하는 대왕대비 역시 일본인이 아니라 앞선 문명을 지닌 구다라 사람이다. 구다라(백제)는 처녀가 임신을 하면 돌로 쳐 죽이는 법이 있었는데 아비도 모르는 자식을 임신한 순덕이라는 구다라 처녀가 신탁을 받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왜로 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미도리라는 기생에게는 바람둥이며 후손이 없는 왜왕의 아이로 둔갑시킬 존재가 필요했고 순덕의 출산 시기가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왜왕의 핏줄로 둔갑한 구다라 천민의 딸 ‘히미코’는 실권을 쥔 대왕대비 수인에 의해 궁으로 들여지고 왕족과 궁녀들에게 따돌림 받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실제로 출생이 불명확했던 히미코를 신격화하기 위해 영웅의 전형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영웅의 전형인 수호자 역시 히미코 곁에 연인이라는 형태로 자리한다. 어쨌거나 대왕대비인 수인은 히미코가 왜왕의 혈통이 아닌 구다라 천민의 소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필요에 의해 그녀를 궁에 들이고 오랜 세월을 지켜 본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무시하고 냉대하지만 다음 왕좌를 이을 세손 와타나베는 히미코를 만난 순간부터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녀를 돌보며 그녀 곁을 맴돈다.
구다라가 담로국 왜에 인질을 보내라고 요구하자 대왕대비 수인은 와타나베를 세자로 책봉하는데 동의해 주는 조건으로 히미코를 구다라에 인질로 보낸다. 히미코는 구다라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의후와 유일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왕이 될 야망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던 의후는 히미코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범부가 되어 한 여자의 남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와타나베의 끈질긴 간청으로 인질인 히미코는 왜로 돌아오게 되고, 구다라의 혼란을 틈타 왜의 입지를 굳히려는 커다란 야망을 지닌 대왕대비 수인은 영악하고 야망에 찬 히미코와 성정이 선하고 유약한 와타나베를 두고 저울질을 시작한다. 대왕대비는 신분을 알 수 없는 천한 핏줄을 통해 왜의 혈통을 이을 수 없다는 생각에 히미코의 여성을 제거하고 히미코를 여왕의 자리에 앉힌다.
히미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와타나베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신하로서 그림자처럼 히미코의 곁에 머물며 모든 위험으로부터 그녀의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실권을 쥐고 싶어 내전을 일으킨 친부 다카미의 목을 베고 히미코가 사랑하는 남자 의후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와타나베, 일부러 히미코의 독화살을 맞아 전쟁에서 패한 의후, 그 두 남자들은 사랑을 위해 왕좌와 목숨을 기꺼이 버린다.
그러나 스스로 태양이 되고자 했던 여자 히미코는 어미로 자식을 낳는 일도, 유일한 사랑도, 그 어느 것도 왕의 자리와 맞바꾸지 않는다. 칼로 손에 별을 새기면서까지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갔던 여자, 단 한순간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살지 못했던 여자, 스스로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태양이 되었던 여자 히미코는 과연 행복했을까?
소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는 실존 인물 히미코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역사적 고증에 입각해 진실을 밝히지는 않는다. 때문에 기록에 전혀 없는 사망원인을 근거로 실제와는 다른 여운을 남기며 소설을 마무리하고 있다.
단 한순간도 여성으로, 또 인간 본성에 충실한 자로 살지 못한 히미코란 여성에 대한 여성 작가로서의 연민과 위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통해 인간 욕망의 우위는 과연 무엇일까, 사랑, 권력, 명예, 자신의 정체성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얻은 욕망의 결과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간다.
사랑이란 건… 죽음조차 투명하게 보이게 만들지.
사람들은 생각한다.
버림받은 사람은, 한 번이라도 버림받아 본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을 버릴 수 없다고.
하지만 버림받은 사람은, 한 번이라도 버림받아 본 사람은
오히려 쉽게 버릴 수 있었다.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다시는 그렇게 비참하고 싶지 않아서.
- 본문 중-
사랑을 위해 과감하게 왕좌와 목숨을 버리면서 사랑을 선택한 남자들과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단 하나의 가치인 왕좌를 추구했던 여인 히미코 중 누구의 삶에 손을 들어 줄 것인지는 오로지 독자만의 선택이 될 것이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1.2/최유경/ 열매출판사/각권 9800원
2006-10-17 15:33
ⓒ 2006 OhmyNews
|
|
스스로 태양이 된 여자
졸업 리허설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