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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사회, 공존 기반 만들어야"
방송대 두 번째 문화마당... 김창남 교수와 이지상의 강연과 공연
이명옥(mmsarah) 기자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가 주최하고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관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두 번째 문화마당이 '시대와 함께, 대중과 더불어'라는 주제로 지난 19일 동숭교회에서 열렸다.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장이며 문화사회학자인 정준영 교수는 이번 문화마당 주제로 우리 사회 대한 관심을 심화시키는 대중문화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중문화 연구와 현장 활동을 병행해 온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와 삶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가수 이지상, 김현성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정준영 교수는 두 번째 문화마당을 계획한 의도가 "첫 번째 주제가 인권이었던 것처럼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을 수 있는 주제를 잡아 우리 사회를 더 잘 이해하는 도움이 되도록 했다"며 "강연만으로는 무미건조할 것 같아 공연을 결합시킴으로 지루함도 덜고 문화교양학과의 특성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공연이 있는 문화마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학생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공연 가능성에 대해 "공연의 역사가 축적되고 학생들의 역량이 검증되면 직접 참여하는 문화 마당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며 "이 행사는 학생들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닌 열린 마당으로 지역 사회에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박은 못 낼지언정 쪽박은 차지 말자?
이날 김창남 교수는 '대중문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재미있는 강연도 공연보다 재미없는 법"이라는 말과 함께 "대중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자"며 강의를 시작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대중문화는 매스미디어에 의해 생산되고 대중에게 상품으로 소비되는 문화이다. 현대자동차가 3년간의 벌어들인 돈보다 '쥬라기공원' 이라는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인 돈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고수익 상품이지만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율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박은 못 칠망정 쪽박은 면하자'라고 말한다. 위험을 줄인 상태에서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수단을 아래와 같이 강구하게 된다.
첫 번째는 스타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타 만들기는 경제 대공황 출발점인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지닌 배우들에게 비슷한 역할에 지속적으로 출연시켜 일정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존 웨인은 서부영화 시리즈에, 마릴?먼로는 백치미를 극대화해 섹스어필하는 역할만을 주는 식이다.
대중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몇몇의 스타들은 제작자와 감독들에 의해 사생활이 철저하게 감시되고 계획되어 졌다. 스타로 군림하는 동안 결혼도 금지되었으며 의도된 스캔들을 정기적으로 만들어 미디어에 노출시킴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지속시켜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타를 기용함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전략은 흥행성과 상품성이 검증된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다. 이미 시장성이 확인된 트랜드를 따라감으로 안전하게 흥행을 유지하는 것이다. 영화의 '조폭시리즈'나 드라마의 경우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같은 일정한 틀을 작용시킴으로 비슷비슷한 드라마를 양산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그렇게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며 상업적인 트랜드를 만들어간다.
세 번째는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은 다양성이 사라지고 주 소비층인 10대 청소년을 겨냥한 10대 취향의 음악만 남게 되었다. 자본가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한 결과 음악 시장을 1/3로 줄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결국 시장의 다양성을 사라지게 하면서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다."
TV가 당신을 보고 있다!
"한국인은 개인 당 하루 평균 3시간 TV를 시청하고, 6시간 이상 TV를 켜 둔다고 한다. 결국 6시간 동안 사람만 바뀔 뿐 지속적으로 TV를 본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TV 채널 선택권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TV를 보고 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TV가 시간대 별로 누가보고 있나 지켜보는 것이다.
그것을 전문 용어로 '편성'이라고 한다. 시청율을 조사해 그 시간대에 그 사람의 관심과 시선을 잡아 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 켜 놓은 TV에 자기도 모르게 끊임없이 노출되어 무의식적으로 매체에 중독이 되어 간다.
그렇게 대중문화는 일상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을 만나 '밥 먹었니?'라고 묻는 것은 타성으로 묻는 것이지 밥을 안 먹었으면 밥을 사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상이 가지고 있는 위험은 전혀 반성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호흡이나 발걸음 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접하고 경험되는 대중문화 역시 반성이 안 된다.
시인 김지하 선생이 감옥에서 빗자루 질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새벽종이 울렸네~~'라고 노래를 부르는 자신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는 일화가 있다. 그래서 권력자들의 대중문화를 통제하기 위한 검열과, 정체성을 찾는 대중문화를 만들려는 의식 있는 대중들간의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문화에 대한 검열이 가장 엄격한 나라다. 지금도 대중가요는 최소한 세 번의 검열을 받는다. 70년대 '고아'라는 번안 노래는 지나치게 슬프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어떤 가사는 지나치게 허무하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가 되기도 한다. 감정까지도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영화 쪽은 어땠을까?
'전도환과 이신자라는 연인이 공원에서 국방색 벤치를 깔고 앉아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를 바라보며 어깨를 감싸고 앉아 있다'라는 영화 대본이 있다고 치자.
위 대본은 적어도 4가지 상황이 검열에 걸릴 것이다. 우선 이름이 특정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걸리고, 벤치의 색깔이 신성한 군을 모독하는 색이어서 안 되며, 철새가 왜 하필이면 북쪽으로 날아가느냐? 방향을 바꿔라. 공원에서 젊은 남녀가 어깨를 감싸고 앉아있는 것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풍기 문란이라 안된다 라고 할 것이다.
끝으로 대중문화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정체성이 무엇인가. 난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와 현실을 보면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문화적 다양성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모 아니면 도를 요구하는 승자 독식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 대중의 문화적 삶이 풍성해 질 수 없다. 대형 공연장, 일부 스타 군단을 통한 독식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독립 영화, 인디밴드, 언더그라운드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 역시 주류 미디어를 통해 들려지는 것만이 아닌, 드러나지 않는 작은 문화들을 듣고 보고 느끼고 그 문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음반을 구입하고 영화를 봐주려 노력한다면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살려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결같은 비주류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지켜 온 이지상과 김현성이 귀할 수밖에 없다. 이 강의와 공연이 주류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비성찰적 삶을 반성하고, 더 다양한 문화적 대안들을 함께 만들어 갈 귀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새로운 매체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뷰] 삶의 다양성을 노래하는 가수 이지상
-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삶의 다양한 내용 즉, 우리 삶의 다양성을 음악에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 패러다임과 맞아떨어지는 특화 된 몇몇 부분이 아닌, 삶의 다양한 모습들과 사람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를 노래를 통해서 알리려고 노력한다."
- 대중문화는 저급하고, 고급문화는 특정 계층이 향유하는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문화가 저급하다는 것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것은 대중문화 자체가 지닌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매체 자체가 지닌 문제점이다. 저급한 매체를 통해서 만들어진 문화는 저급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상업성과 맞아떨어지는 문화만 보급하려는 매체가 지닌 저급함이 대중문화의 저급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성을 떠난 다양한 삶을 담아내려는 문화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매체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상업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존 매체로부터 떠나서 새로운 매체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기존 매체와 연계성을 가지고 더불어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는가.
"희망사항이다. 매체와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즉, 사람의 삶이 깊어지는 것으로 지향하는 음악의 방향성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지향하는 것들을 매체가 수용할 수 있다면 함께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음악을 하면서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일차적으로는 끊임없이 음악 동력을 스스로 받아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으면 한다. 또 우리의 음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상업적 공간이 아닌 우리의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공간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다음은 이지상씨의 노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문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만주벌에서 풍찬노숙하던 조선청년 이우석
서로군정서에서 북로군정서까지 병서를 다 옮기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사들인 신식총
백두산 화룡헌 청산리 가져왔지
삼일 밤낮을 싸워 청사를 빛냈건만
마침내 부대원들 뿔뿔이 흩어져
로스케 한인부대 찾아갔지만
볼셰비즘에 물든 사람들과 다투다
시베리아에서 강제노동 했지 시베리아에서 강제노동 했지
눈보라 몰아치고 달님도 잠든 날 밤 시베리아 탈출한 그 사내
다시 만주벌을 누비는데 조국은 해방됐지
그러나 상처뿐인 몸뚱이로 엿장수가 되었지
의혈남아 기개와 순정뿐인 그 사내
보상심사에서 빠지더니
18년 꼭 18년만에 오만 천 원씩 연금 받았지
난곡철거민촌 단칸 셋방에서 부인은 파출부로
여든일곱 그 사내 막노동판에서 노익장 자랑한다지
공장에서 첫 월급 12만원 받아온 외아들
만주벌에서 풍찬노숙에서 하던 조선청년의 기쁨이지
만주벌에서 풍찬노숙에서 하던 조선청년의 마지막 희망이지/이명옥
2006-11-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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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사회, 공존 기반 만들어야" (문화마당)
'영화로 생각하기'이 과목의 영화로 인셉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