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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싸워 이긴 스무살 여자의 실화
[서평] <사막에 숲이 있다>를 읽고
이명옥(mmsarah) 기자
지구의 사막화와 온난화는 절반이 인간 자신이 불러들인 재앙이고, 재앙의 피해자는 바로 인간 자신이다.
중국의 4대 사막으로 꼽히는 마오우쑤 사막은 황사의 진원지로 알려졌으며, 모래의 이동이 변화무쌍해서 '움직이는 모래 언덕'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무부별한 벌목, 초원의 양떼가 사막화를 가속시켰고, 지구의 온난화 현상까지 사막화를 부채질했다.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땅이 황폐화되자, 사람들은 그 죽음의 땅을 떠나 그곳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버려진 땅이 되었다.
책 <사막에 숲이 있다>는 인위쩐과 바이완상이라는 부부가 불모지가 된 마오우쑤 사막에 20년간 우직하게 나무를 심어 사막을 숲으로 바꾼 인간 승리의 실화이다.
황사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 마오우쑤 사막에서 들짐승처럼 살아가던 총각 바이완상, 그는 늘 모래사막에 포위된 채, 고독과 싸우며 모래 바람의 광란이 잠잠해지면 구걸과 날품으로 목숨을 이어가던, 희망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인위쩐이라는 스무 살 처녀를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인위찐과 함께 자신들의 운명과 끈질기게 맞서 마침내 사막을 숲으로 바꾸어 놓고야 만다.
인위쩐은 아버지에 의해 스무 살 되던 어느 날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목민으로 동정심에서 한 약속을 지키느라 무일푼에 알거지와 다름없는 모래사막의 바이완상에게 인위찐을 넘겨주고는 죄책감에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다.
모래사막에 짐승처럼 버려진 채 일주일을 통곡하던 인위찐은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면 살만한 땅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게 된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천성이 선한 바이완상과 토굴 속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인위쩐은 자신의 토굴에서 70리나 떨어진 곳으로 묘목을 구하러 간다. 돈이 없는 그들은 하루종일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손가락 굵기의 백양나무 서른 그루를 품삯 대신 받아 온다.
처음으로 묘목을 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리던 비는 오지 않고, 오히려 모래 바람이 어린 묘목을 세차게 휘감아 나무들은 허리가 동강난다. 그리고 뿌리가 뽑혀 단 한그루도 남지 않고 전멸構?말았다.
그녀는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 있다가 석 달 보름 만에 모래사막을 헤매 친정집을 찾아 나선다.
어렵사리 찾아간 친정집에 아버지는 몸져누워 있었다. 가족들은 물론 당사자인 딸과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모래더미에 딸을 떼어 놓고 돌아온 뒤 아버지는 '사막이 싫다. 데려가 달라'고 모래를 치며 울부짖던 딸의 목소리가 뒷덜미에 달라붙어 죄의식으로 병이 생긴 것이었다.
인위쩐은 아버지의 굽은 등을 쳐다보며 아버지를 원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정부로부터 사막을 임차해 나무를 심는다는 니우위친이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날로 모래사막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남편이 가르쳐준 대로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 토굴로 돌아오며 언젠가는 그곳에 길을 내고야 말리라고 결심한다.
인위쩐이 친정을 다녀온 지 두 달 만에 울화병으로 몸져누웠던 아버지는 다른 병까지 겹쳐 세상을 뜬다. 딸을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 던진 죄가 너무 커 조상을 보기가 두렵다며 죽음을 겁내며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인위쩐은 가슴에 남은 한을 이렇게 고백한다.
"아, 아버지….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왜 못했을까요? 당신의 사위 바이완상은 좋은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저를 두고 간 사막에는 울어야 할 이유 말고 살아야 할 이유도 아주 많답니다. 그러니 이제 등을 펴세요."
그녀는 무쇠처럼 쉬지 않고 일하느라 뱃속의 아이를 조산하고, 둘째 아이를 잃으면서도 나무 심기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남편 바이완상의 곁을 떠나지도 않는다.
밥보다 모래를 더 많이 먹고 7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녀는 나무와 사막의 생리를 몸으로 하나씩 터득해 간다. 그녀의 경험이 깊어질수록 사막나무의 생존 비밀은 하나씩 그녀의 것이 되고 나무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그렇게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은 지 어느덧 스무 해가 흐르고 그녀는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살렸다. 총 1400만평의 모래 언덕이 숲이 되었다. 20년 전 아버지의 손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사막에 내던져져 모래를 치며 울던 작은 여자가 이룬 기적이다.
한 여자가 만들어 낸 놀라운 기적은 곧 전 세계에 알려졌고, 환경운동가들과 지구를 살리려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희망의 푯대가 되었다.
이제 그곳은 더는 버려진 땅이 아니다. 깊은 우물이 2개나 파졌고, 전기가 들어왔으며, 모래를 다져 세상과 통하게 만든 길도 있다. 기적의 현장을 보려 다녀간 사람만도 1000여 명에 이르며, 언론은 다투어 그녀를 소개해 많은 이들의 의식을 깨웠다.
그녀는 80만 그루 나무의 주인이자 모범노동자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갖췄지만 여전히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무에 물을 주고 살갗을 후벼 파는 모래 바람을 맞으며 풀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막의 고독한 전사일 뿐이다.
그녀는 언젠가 방송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그녀가 운명 앞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었거나, 핑계가 생길 때마다 사막을 피해 달아날 궁리만 했다면 사막의 모래바람은 여전히 비웃듯 그녀를 휘둘렀을 것이며,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는 굴레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운명과 맞서, 자신의 운명의 지도를 자신의 의지대로 그려 내었다.
그녀의 무기는 포기하지 않는 우직함, 단 한 가지였다. 넘쳐나는 물질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공허해 하거나, 정신의 유약함에 자신의 의지를 내어주고 마는 수많은 현대인들이 그녀로부터 인간의 무한한 능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뒤, 다시 한번 일어설 힘을 얻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시간이라는 모래 위에 지표가 될만한 발자국을 남기며 앞서 간 자가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새벽마다 풀씨를 매고 집을 나서며 자신에게 이런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
사막에 숲이 있다/이미애 글/서해문집
2006-12-14 17:02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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