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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공연 카네기홀 공연에서 저 노익장들은 기립박수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 비포 나잇 폴스 쿠바의 시인이며 작가인 레어날도 아레나스의 생애를 조명한 실화다.
영화로 만나는 쿠바의 음악과 예술
[리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비포 나잇 폴스>
이명옥 (mmsarah)
1.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1997년 그래미 상을 수상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이브라힘 페레의 솔로 앨범 작업 과정, 암스테르담과 카네기홀 공연과정을 담아 음반과 동일한 제목으로 내놓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1996년 라틴 아메리카의 재즈 뮤지션들을 모아 음반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재즈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는 퍼커션 연주자인 아들과 쿠바의 아바나로 향한다. 그들이 아바나에 도착해 고급 사교클럽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위치를 묻자 클럽이 없어져 건물은 개인 소유가 되었다며 위치를 알려준다.
라이 쿠더는 한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연주활동을 하던 쿠바의 노장 뮤지션들을 찾아다닌다. 전설의 피아노 연주자인 루벤 곤잘레스는 발레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며 살고 있다. 기타리스트 겸 보컬인 폼페이 세군도는 변두리의 이발사가 되어 있었다. 한때 쿠바를 주름잡던 이브라힘 페레는 아바나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구두를 닦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음악과 무관한 직업을 가진 채 쿠바인들의 기억에서 잊혀가고 있던 왕년의 노익장 뮤지션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나는 땀에 절어 구두를 닦고 있었어요. 샤워를 하고 가겠다고 했더니 그냥 당장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겨우 세수만 하고 구두의 먼지만 털어 광을 내고는 그를 따라 갔어요. 그는 나를 녹음실로 데려가 노래를 듣더니 당장에 녹음을 하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브라힘 페레가 샤워할 틈도 주지 않고 그를 녹음실로 데려간 라이 쿠더는 노익장 뮤지션들을 모두 모아 이브라힘의 솔로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단 6일 만에 제작한다. 그 음반은 공전의 대히트를 치며 600만 장 이상 팔렸으며 1997년 최고 음악상인 그래미상을 수상하게 된다.
앨범 작업에 동참했던 쿠바 노익장 뮤지션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을 시작으로 마침내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서게 되는 기쁨까지 맛본다. 카네기 홀 공연 성사 여부마저 회의적이던 라이 쿠더의 염려가 무색하게 카네기 홀 공연은 대성황을 이뤘다. 삶의 기저를 흔드는 듯한 생명력이 넘치고 원초적인 노래와 흥겨운 쿠바 음악에 관객들은 열광적인 기립박수로 보답했다.
만일 당신이 스킬과 기교에 익숙한 노래에 길들여진 상황이라면, 그들의 노래에 약간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노래는 청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 살기 위해 기교로 포장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여느 음악과는 아주 다르다. 한 마디로 특별히 음악 수업을 받은 전문가의 노래라기보다 그저 동네잔치에서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조금은 거칠어 보인다. 그러나 생명력 넘치는 쿠바인들의 삶과 사랑을 포장하지 않은 자연의 목소리로 들려주기에 내게는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2. 비포 나잇 폴스(Before night falls)
<비포 나잇 폴스>는 쿠바 출신 동성애 작가며 시인인 레이날도 아레나스(Reynaldo Arenas)의 유작소설 <밤이 오기 전(Avant la Nuit)>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생애를 조명해 본 실화다.
쿠바 출신의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는 오리엔테 지방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어머니와 외조부와 함께 살았다. 쿠바 혁명군에 가담하기 위해 몰래 집을 떠나기도 한 레이날도는 대학 재학 중 스토리텔링 콘테스트에서 자신의 어릴 적 생활을 쓴 글로 작가적 재능을 인정받아 국립도서관에 취직한다.
그 후 호세 라자마, 리마와 같은 작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처녀작을 정돈해 <우물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그 작품이 쿠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간된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아는 화가를 통해 몰래 해외로 밀반출 시켰는데 쿠바 정부 승인 없이 프랑스에서 출판되어 '최우수외국문학상'을 수상한다.
레이날도는 대학 생활 중 쿠바에서 유행하던 동성애에 눈떠 수많은 동성 연인을 만난다. 하지만 동성애는 혁명정신에 반한다는 이유로 카스트로 정부에 의해 핍박받고 정체성을 숨겨야 하기도 한다.
해변에서 연을 미끼로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을 변호하느라 벌인 말다툼 끝에 오히려 성희롱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 그는 숨어다니다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한다. 2년에의 감옥 생활 뒤 정부에 유익이 되는 글만 쓰겠다는 각서를 쓴 뒤 출옥한다. 그 후 혁명 정부에 의해 동성애자, 정신병자 등 '부적격자'로 판정받아 국외로 추방되는 인파에 섞여 뉴욕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무관심한 냉대, 세상의 편견과 차별, 빈곤과 고독에 끝까지 저항하며 자연인 본성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다가 에이즈 판정을 받고 1990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유작이 된 <밤이 오기 전>은 그가 사망한 3년 뒤 영어로 출간됐다.
한 인간으로서 빈곤과 억압에 좌절하지 않고 처절하리만치 치열하게 자신의 삶과 작품세계에 천착하며 살다 간 레이날도의 삶의 행적을 그린 <비포 나잇 폴스>. 이 영화를 가을날 생의 길목에 잠시 멈추어 삶의 의미와 행적을 반추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현존하는 마지막 보컬리스트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음악 인생 60년 기념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 온다. 오마라는 개천절 한국의 가을을 열정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공연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10월 3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라틴 재즈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면 공연장 나들이를 기획해 봐도 좋을 것이다.
2008.09.16 09:4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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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쿠바의 음악과 예술
[서평] <아담을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