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터

2024. 05. 12.

1차 기말 시험기~

글쓴이: 이순이 날짜: 2009.12.15. 12:02:42 조회: 760 글쓴이IP: 122.32.60.208

이번 시험기간엔 수도 없는 시험에 들었다 나오느라 시험공부 할 새가 없었다....
워낙에 발등에 불 떨어져야 공부하는 나로서는, 하루에 6과목의 시험을 보는 것은 무리라
1,2학년 과목과 3,4학년 과목으로 분산해서 두 주에 거쳐 시험을 본다.

4학년 과목인<문화비평과 미학>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간다는 스터디 팀원들의 요청에,
"걱정마! 이 언니가 다 설명해줄게~!!!"라고 큰 소리를 쳐놓은 바람에 설명해줄 정도의 공부를 하느라
써대고 표 만들고 문제 뽑고해서 하루 저녁 날 잡아 함께 훑었다.
사실 이 기간엔 1,2학년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게다가 팀원 중의 한 명이 자기 아이 수학과외를 좀 봐달라고 애걸복걸이다.
집이 멀다느니, 내가 몸이 아프다느니, 내 시험공부해야 된다느니 온갖 이유를 대며 거절했는데,
"언니... 대학생 과외도 너무 비싸드라... 사실 돈이 없어서 그래...."라는 한 마디에,
"우쒸! 아라써 내가 해줄게! 이번에 100점 맞게 해서 수학에 자신감을 확 갖게 해줄게!" 라고 말하고는
'내가 미쳤지...겨우 두 주 안에 어떻게 100점 맞게 하냐??? 내 셤공분 언제 하지???'라고 궁시렁 거리며
한 시간이나 걸리는 그이의 집을 두 주동안 여섯 번이나 방문해 공부에 불붙은 듯 싶으면 3시간 연속으로 문제를 풀어재꼈다.

그 두 주 사이에 밤새 이야기 나누고 보리밭도 즐길 수 있었던 1박2일의 소중한 모임도 있었다.

게다가 과외 봐주는 초딩들의 시험기간도 끼어 있었는데,
한 녀석이 하도 소심해서 이번에 수학을 100점 맞게 해줘야 내년에 가르치기 쉬워질 것이기에
그녀석의 취약점을 쏙쏙 뽑아내주는 최선 또한 다해야 했다.
당연히 100점 맞은 그 녀석 왈," 선생님, 내가 왜 갑자기 공부를 잘 하게 됐죠?"
'짜아아식.... 이 쌤이 열나게 연습 시킨 걸 모르는 군!'
"네가 갑자기 잘하게 된 게 아니라 지난 일년 동안 큰 독에 물을 끝없이 부었기 때문이야~"라고 대답해주면서
내 공부는 언제 하나 걱정이었다.

오늘은 진짜 공부할 거야!!! 라고 맘 먹은 날 아침,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 아니면 올해 안에 네 얼굴 못 볼 것 같아서 지금 니네 집으로 가는 중이다!"
헐....
3시간 이상을 열나게 떠들고 나니 과외하러 갈 시간....
그렇게 오전 시간이 날아갔다....ㅜㅜ;;
근데 그 친구와 그렇게 떠들고 나니 며칠 동안 체해서 고생했던 속이 화아악 풀어지더라는~
흠~~ 친구와의 대화는 셤 따위를 뒤로 밀쳐둬도 될 만큼 소중한 것이지만,
왜!! 꼭!! 그날이어야하냐구.....^^;;;;;;

아들넘은 알바에서 구두랑 바지 사입고 오란다고 전화해대지...
딸은 지갑 잃어버렸다느니, 찾았다느니, 늦는다느니 전화해대지....

그러다 보니 셤 전날까지 내 교재를 읽어보지도 못했다.
다행이 밤새 잠이 오지 않고 정신도 말똥말똥하여 열나게 책을 읽어줬고,
남편이 잉크에 물을 부은 바람에 프린터기가 고장나서 화면에 자료들을 띄어 후다닥 읽어냈다.
그렇게 한 번은 읽어줬지만 천재가 아닌 담에야 그 많은 양을 어찌 머리에 담을꼬....
그러나 밤 새면 다음날 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몸의 음모에 의해 새벽 5시에 잠들 게 무언고.....
불현듯 불길한 느낌에 놀라 깨어보니 8시....
시험은 9시에 시작하고, 20분이 지나면 입실이 금지되는데,
시험장까지는 한 시간 이상이 걸릴테고....으아아아아.........
세수하러 들어가면서 남편에게 어서 차대기 시키라고, 미아리로 가야 한다고 외쳤다.
세수를 하고 나오니 남편은 벌써 사라졌다....흠... 역쉬 빨라....
로션을 찍어바르고 나서니 8시 20분.... 아히고.... 이러다 시험 못볼라....
차를 타고 달려가는데 배에서 신호가 온다...얼른 화장실 가자고.....아후....
화장실 위치를 정확히 아는 곳으로 가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에 예전에 살던 답십리 역에 차를 세우게 해서는=3=3=3=3
잽싸게 뛰어올라와 차에 올라타서 밤새 정리해뒀던 노트를 사진 찍듯 노려보지만,
그것이 찍혀서 자동 재생되고, 줌인이 되어 확대되던 일은 다 옛이야기다.
그저 하아아얀 백색광만 떠오를 뿐.....

남편이 열나게 달려준 덕분에 10분 전에 도착하는 기적이 이뤄졌다.*^ ^*
그렇게 정신없이 시험을 치뤘는데 엄청 많이 틀렸다.
틀려도 싸지.... 제 일에 집중못하고 남의 일에 집중 잘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니~~~*^ ^*

"공부는 시간싸움!"이라던 지인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