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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
[서평] 비즈니스의 성공 열쇠 제시해주는 <컬처코드>
이명옥(mmsarah) 기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 한 편이 현대자동차가 수년간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사실로 볼 때, 현대에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 인간이 속한 문화를 통해 문화를 대하는 독특한 코드가 있음을 발견하여 쇼핑, 취향, 사고 유형, 감각지향을 밝혀낸 이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이상적으로 여겨 이민을 감행한 클로테르 라파이유라는 프랑스계 미국인이다.
<컬처코드>는 자신이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프랑스와 자신이 이주해 삶의 뿌리를 내린 미국, 즉 유럽과 미국의 상이한 문화코드를 살펴봄으로써 광고나 상품이 나라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를 여러 가지 실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문화코드라는 독특한 매체를 통하여 자동차, 사치품, 기호 식품, 패스트푸드 등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다른 문화코드를 지닌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열쇠를 제시해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은 성숙함, 노련함, 교양, 체면치레 등과는 거리가 먼 호기심이 충만하고 활동적이며, 충동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기 문화의 코드를 지녔다. 또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은 노년기의 완벽을 추구하지만 상상력이 결여된, 조금은 이상적이고 정체된 문화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문화는 개척정신으로 집약되는 동적인 문화다. 처음부터 영국의 종교와 문화, 정치적인 노쇄함에서 탈피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만든 나라이며, 끊임없는 이주자들로 인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고 융합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문화코드에는 정체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뇌적인 코드가 아닌, 생존과 생식 등 본능에 충실한 파충류 뇌가 언제나 승리한다. 파충류 뇌는 활동적이고, 절제보다는 자유를 구가하며, 언제나 성장을 거부하는 영원한 젊은이로 남고 싶어하며, 완벽함보다는 실수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삶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성향이 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가 주는 이미지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코드로 인식된다. 크라이슬러사는 지프 랭글러를 '말(horse)'로 묘사하는 광고를 내보냄으로 대 히트를 치게 된다.
컬처코드를 바르게 인식한 경영진들이 저자의 접근법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 곧바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인의 문화코드를 정의하자면 역동적이며 충동적인 요소가 강하고 때론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이고 폭력적이며 도피적인 요소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 변화의 폭이 큰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유럽의 문화나 일본의 문화는 완벽함, 최상의 질, 감정과 허영심을 만족시킬만한 정교함 등으로 대변되나 일반적이지 않은 고급함을 추구한다.
예를 들자면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으며, 이탈리아인들은 미각적인 음식문화나 장식 문화가 고급스럽게 발달했다는 점 등이다. 프랑스에서는 만찬의 화제는 대부분 섹스나 섹스시 체위 등 섹스에 관한 것이고, 만찬에서 '돈'을 언급하는 것은 천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만찬에서 '섹스'를 언급하는 것을 저급한 것으로 여기는 반면 '돈'에 대한 화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미국인에게 '섹스'는 '폭력'과 '강간'이라는 문화코드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부르다(FULL)'와 '맛있다(BON)'의 차이
프랑스인들에게 섹스, 음식, 술은 쾌락과 맛, 즐거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오감을 총동원하여 맛을 감각적으로 즐기고 음미하는 것이 음식과 술에 대한 프랑스의 문화적 코드이다. 프랑스에서는 어릴 적부터 과자를 와인에 찍어 먹게 함으로 와인의 깊은맛을 음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음주를 권총과 동일시하는 미국은 술을 금기시함으로 술은 폭력적이고 반항적이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고, 실제로도 미국인의 음주 문화는 본능에 충실한 폭력적이고 반문화적 요소가 강하다.
패스트푸드로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고 배만 채우면 된다는 의식을 지닌 미국인들과 슬로우푸드 개념을 만들어낸 프랑스 사람들의 음식문화와 문화코드는 정반대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인들은 밤새워 만찬을 즐기고 하루종일 와인을 마시면서도 성급하게 음식을 쓸어담는 것처럼 폭식을 한다거나 단숨에 위스키를 들이켜는 일은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소식을 하면서도 만찬이 끝난 뒤, 접시가 비었거나 와인 잔이 비어 있으면 천박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뷔페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는 일이나 가득 차려놓은 음식을 몽땅 먹어치우는 것, 배부르게 먹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미국인들은 식사가 끝난 후 '배부르다(FULL)'고 말하고 프랑스인들은 '맛있다(BON)'고 말한다고 한다. 이것을 저자는 미국인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연료를 채우듯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개념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음식마다 고유한 맛을 최대한 살려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프랑스의 문화가 음식, 화장품, 예술품에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음식은 최대한 빠르게 배를 불릴 수 있는 조건만 갖추면 되기에 패스트푸드가 성업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청년기 문화코드를 지닌 미국인들은 완벽함보다는 편리함을 요구하며 완벽함이 아니라 단지 원하는 기능이 작동하는데 이상이 없으면 된다. 좁은 땅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최고의 성능에 완벽함을 덤으로 갖추고자 하는 일본의 기술전략이 미국에서 실패한 이유는 미국인들은 완벽함을 더는 발전할 수 없는 상태인 '죽음(DEATH)'으로 보기에 미국인 스스로 완벽함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해, 술은 취하기 위해, 물건은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명분을 제공해주는 불완전한 것을 원한다.
프랑스인이 사치를 부리는 것은 사치를 위한 사치지만, 미국인이 최고의 사치를 구가하는 것은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는 계급장과 같은 것이다. 미국인들은 더 큰 집, 더 좋은 자동차, 더 사치스러운 물건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정신적 문화적 우위를 고집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인들은 미국의 경박한 문화를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열정, 자유분방함, 기발한 상상력, 거대한 힘의 문화를 부러워하고 놀라워한다.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도전 정신과 역동성,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해지는 미국인들의 자유분방함이 가져온 성공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은 성숙도 포기도 거부하는 나라라고 표현한다. 끊임없는 충동 속에서 역동적인 힘과 상상력의 산물을 만들어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 미국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이 동하는 연구 대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노년기 문화의 대표적인 코드를 지닌 우리 역시, 미국의 저돌적인 문화코드를 바르게 읽어내는 작업을 통해 문화의 상대성을 인식하되 문화적 우월감과 과거의 화려함에 젖어 현재의 퇴행을 합리화하려는 비겁함을 버리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보는 현명함을 배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컬처코드> / 클로테르 라파이유. 김상철·김상수 옮김 / 리더스북 / 1만3000원
2007-02-05 15:5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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