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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난 것은 바그다드의 허름한 카페에서였다. 뭐 그렇다고 내가 직접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그는 영화를 자기만의 톤과 색채로 맛깔스럽게 버무려 먹여주는 영화를 읽어주는 남자였고, 그가 읽어준 ‘바그다드 카페’라는 영화에 반한 나는 정신없이 그를 곁눈질하며 그의 비밀의 정원을 몰래 드나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가 소개한 그 카페에 앉아서 나처럼 뚱뚱하고 보잘 것 없는 한 여인의 말없는 시선으로부터 무한한 힘과 위로를 받고서야, 나는 비로소 물에 젖은 솜방망이 같던 몸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의 비밀의 정원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 열어놓은 틈새로 여기저기 그들의 삶을 슬그머니 엿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비밀스러운 부분 하나쯤은 숨겨 놓으려하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방 하나 가지기를 꿈꾸면서도, 그 비밀을 누군가에게 토설하고 싶고, 또 남의 비밀을 엿보고 싶은 아이러니컬한 욕구가 똑같은 무게 중심으로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늘 그의 궁전 뜰을 몰래 배회하던 나는,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욕망에 이끌려 그의 방문을 두드렸고 그는 마치 오랜지기를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말없는 미소로 나의 방문을 기꺼이 반겨 주었다.
그렇게 그의 뜨락 한 귀퉁이에 비밀의 둥지를 튼 나는 그 안에서 온갖 색채의 꽃과 나무를 보며 각각의 개성이 담긴 독특한 향과 맛을 음미하는 재미에 입맛이 들어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 안에 고여 썩고 있던 온갖 토사물들을 그 앞에서 자연스럽게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존재의 구토가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까?
한번 터진 봇물은 스스로 감당할 길이 없었고, 저 혼자 격렬한 풍랑이 되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안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며 마구잡이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고맙게도 인내심을 가지고 내가 쏟아낸 토사물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상처를 보듬어주고, 눈물도 닦아주고, 오물을 씻어주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었고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제 그는 마음의 지기로, 영혼의 울림으로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안에 오롯이 자리했다.
그의 마음 밭에서 재배된 정성이 가득 담긴 과일의 자양분을 섭취하는 순간 나는 오랫동안 내 안에 고여 나와 타인 모두에게 독을 품어내고 있던 그 독소의 뿌리들을 하나 둘 캐내어 뇌세포에서 지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곳에 이제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향기가 될 수 있고 자양분이 되는 것들을 들여 놓으려 애쓰고 있다.
그렇게 잔잔한 톤으로 영화를 읽어주고 영혼의 울림으로 마음의 지기가 되어 준 그는 이제
연출이 아닌 연기자의 길을 통해서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내심 내 영혼지기의 변신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셀레네와의 밀회를 통해서나,더럽기 그지없는 내 토사물의 행간을 통해서도 내 내면의 상처와 소리없는 울부짖음까지 간파해내는 그 지기가 어쩌면 만인의 연인으로 자리할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내게서 조금은 소원해지거나 눈길줌이 덜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내게 바그다드의 카페를 통해 소리없이 조용히 다가왔듯이 어느날 소리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해도,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나 ,셀레네의 그림자에서나마 그의 미소와 그가 나를 부르는 영혼의 울림을 들을수 있으리라 확신하기에 그의 변신을 말없이 축복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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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
[서평] <아담을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