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학습노하우 모집에 응모하려고 작성했으나, 사정상 응모할 수 없게 되어
여기에 올립니다. 읽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학업의 과정에 있어서 나는 조금 특이하다.
30대 중반에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일반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40대에 방송대에 편입하여 졸업하였다.
그리고 50대인 올해, 취미 겸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교육과에 편입했다.
그러는 동안 입시학원을 다녀본 기간은 고작 두 달이니,
이력으로 보면 공부하는 것에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셈이다.
우선 나는 헌 교과서를 선호한다.
헌책에는 앞서 주인이 남긴 참고내용 등이 들어있고,
중요부분에는 줄까지 그어져 있어서 사용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러나 참고서는 새책이든 헌책이든 사보지 않았다.
교과서만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교과서가 좋은가 하면, 책에도 리듬이 있다.
(이건 책을 유심히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그 리듬이 교과서는 부드럽고 끊김이 없는 반면에 참고서는 울퉁불퉁 뭔가
응어리진 느낌이어서 교과서만큼 머리 속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교과서는 소설 읽듯이 읽을 수도 있지만 참고서는 불가능하다.
책이 준비되면 해야 할 분량에 맞춰 시간배분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하루의 공부시간과 책의 단원 등을 계산하여 맞추되
빡빡하게 하지는 않는다. 느슨하게 한대도 모자라는 게 공부시간인데,
빡빡하게 하면 얼마못가 목표를 수정하게 되고 오히려 의욕상실을 가져온다.
시간이 정해지면 먼저 책의 목차를 찬찬히 살핀다.
목차는 책의 전체적 흐름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걸 보는 것은
책 내용의 이해에 아주 중요하다.
특히 국사나 사회, 역사관련 책이라면 시대의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목차 순례(?)가 끝나면 본격적 내용돌입에 들어가는데,
처음부터 꼼꼼히 읽기보다는 설렁설렁 읽으면서 중요하다 싶은 단어에는
동그라미를 하고, 그와 관련된 중요내용은 줄을 그어 놓는다.
그리고는 인터넷의 보조학습자료를 프린트하고 방송강의를 듣는데,
이때도 강조되는 부분은 줄을 그어 놓는다.
그 후 노트에 정리하는 필기를 하면 머리에도 쉽게 들어오고
꼼꼼하게 읽으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그렇게 된다.
필기하는 일은 시간도 필요하고 귀찮기 때문에 대체로 많은 학생들이 꺼린다.
그러나 손끝에도 기억력이 있다. 어려운 한자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한번 써보면 생각이 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손끝에도 기억력이 있고,
필기하면서 자기화 시켰기 때문에 공부에 훨씬 효과적이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엔 해야 할 분량을 대충 훑어본다(예습).
그리고 끝난 후에도 역시 한번 훑어본다(복습).
그리고 순서에 있어서도 사고력을 요하거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을 연이어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더 지루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졌었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 등을 섞어서 했다.
예를 들면, 국어 - 수학 - 국사 - 과학 - 영어 등의 순서였다.
잠시 쉴 때는 청소나 설거지 등의 간단한 일을 하면서 몸을 풀고 머리도 식힌다.
그런 일도 한목에 하지 않고 머리를 식힐 정도로만 했다.
방을 쓸고 난 후 공부를 하다가 다시 닦은 후 공부하는 방식이다.
잘 외어지지 않는 것은 여러 장을 만들어서
냉장고, 화장실, 식탁 위, 방문 등에 붙여두고 오며 가며 보고 또 보고 했다.
외출할 때도 가지고 다니면서 차 속에서 보았다.
(이 방법으로 의학용어 과목을 A+받았었다.)
그리고 일을 할 때는 무조건 테이프나 방송을 틀어 놓고 있었다.
귀 기울여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느 한 대목이라도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과제물을 할 때 지정된 책이 어려우면, 그와 관련된 좀 쉬운 책을 먼저
읽어보고 나면 이해도 쉽고 정리에도 수월했다.
읽으면서 참고로 할 내용은 반드시 페이지와 줄 위치를 메모해둔다.
그래야만 헤매지 않게 된다.
처음부터 분량에 딱 맞게 작성하지 않고 좀 넉넉히 작성하여
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책을 볼 수 없는 시간- 걷거나 차를 타게 되었을 때에는
머리 속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를 구상하고, 수정도 하곤 했었다.
자료 수집은 과제물 관련 교과서의 참고문헌을 보고 선택하거나
그 문헌 저자의 다른 책을 보는 게 빨랐다.
한 권을 다 읽을 수는 없으므로, 비슷한 소제목 중심으로
학교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을 활용했다.
(사족 : 그런데 이렇게 한 나보다, 시중의 모범답안을 그대로 베꼈다는
사람들의 점수가 더 잘 나왔다. 암만 카피하지 말라고 했어도 이것이 현실이다.)
주관식 시험은 주요단어를 우선 기억한 후에 그와 연관된 내용을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 역시 교과서 외 관련 서적을 한번 쯤 읽어보는 게
큰 도움이 되었고, 직접 써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범위가 넓을 때는 불가능했으므로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나머지는 머리 속으로 써보는(?) 수밖에 없었다.
객관식 시험은 주관식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기출문제가 있을 때는 누가 친절하게 먹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먼저 2~4년 정도의 기출문제를 준비해두고서 그간 공부한 것을 가볍게 복습한다.
그런 후 준비한 기출문제를 푸는데, 이때는 시간을 정한다.
그리고 하나 풀고 곧 바로 정답을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말고사와 똑같은 시간과 방식으로 하여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기억에도 효과적이고, 시험체제에 익숙해지는 지름길이며.
스스로의 수준 을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문제지에 바로 답을 쓰지 말고, 나중을 위해서
답안지를 작성하여서 채점한다.
시험지(문제지)를 채점할 때는 아는 것이 맞은 것은 ㅇ,
찍어서 맞힌 것은 ㅁ, 틀린 것은 세모를 표시하여 다시 해보고 역시 채점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따로 답안지 작성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많이많이 풀어 볼수록 성적 또한 많이많이 나온다.
이전에 내가 다니던 때에 비하면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인터넷 덕분이기도 하고, 또 시험 범위도 많이 축소되어졌다.
그러나 정보에 정확하고 빨라야 한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정보와 동떨어진 공부였다면 좋은 점수와도 동떨어진다.
학교의 공식공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 다르기도 하므로
(이 점은 개선되어져야 한다.) 교수님들의 개인 홈페이지 방문도 중요하다.
과 카페나 모임에서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제공되는 인터넷 자료를 활용하면 굳이 참고서가 필요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나의 성적이 매우 궁금할 것이다.
장황한 글과는 달리 솔직히 드러내 놓고 자랑할만큼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초등학교만 졸업한 부실한 기초로서,
모두들 늦었다고 하던 시기에 시작하여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았고,
성적우수상을 받았던 것을 보면 나의 공부방법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고
믿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엉망이 된 적도 있다.
(학습노하우 공모에 응모할 수 없는 것도 건강 때문이다.
눈의 통증이 심해져서, 의논 결과 학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살면서 때로는 좌절감과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원래 길은 없었으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이다.
나에게 있어서 공부는 그 길을 만드는 데에 희망이 되었으며
위안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
[서평] <아담을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