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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부모 마음 헤아리는 날 올까요?
아들이 병영체험 가는 날, 새벽 4시에 김밥을 말았습니다
이명옥(mmsarah) 기자
어제는 일주일간의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이라 점심때쯤 아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후론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지요. 내가 반색을 하며 “와 ! 벌써 왔어? 점심 뭐 먹을래?” 하니 아이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내일 도시락 싸 가지고 7시 30분까지 학교 운동장에 집합하래요”하는 것이 아닙니까?
일주일간의 중간고사를 끝내자마자 수업대신 병영체험을 가는 모양입니다. 현장 학습을 위해 일찍 출발하는 날은 아침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래서 싸 가지고 간 도시락을 차안에서 먹는다고 합니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알 수 없지만 부랴부랴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김밥 재료들을 사왔습니다. 요즘에야 24시간 김밥을 마는 집이 있어 몇 천 원만 가지고 가서 사주면 되지만 시어머니는 김밥을 사서 보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아무리 이른 아침이라도 아침을 거른 적이 없는 아이기에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기로 작정을 합니다.
새벽 4시 휴대폰의 알람 소리에 일어나 김밥 재료를 정리합니다. 시금치 대신 넣을 오이는 껍질을 벗긴 후 겉 부분만 잘라 소금에 절여 둡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기에 쇠고기 다진 것도 반 근이나 준비해 물기가 없어지도록 고슬고슬하게 볶았습니다. 계란도 부치고 맛살과 햄 어묵도 살짝 볶아주고 김까지 굽고 나니 재료 준비가 끝났답니다.
찹쌀을 조금 넣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고, 소금을 약간 넣어 밑간을 한 후 재료들을 넣고 김밥을 말았습니다. 어묵과 우엉을 안 드시는 시어머니를 위해 세 개의 김밥은 따로 말아 두었습니다.
김밥을 썰어 아이 도시락부터 준비합니다. 좀 넉넉히 담고 싶어 김밥을 세로로 꼭꼭 챙겨 넣습니다. 예전에 엄마는 소풍가는 저를 위해 꼭 저렇게 김밥을 가득 담아 주셨거든요. 그때는 왜 그리 밥을 많이 싸느냐고 덜어내고 가로로 담으라고 투정을 부렸지요. 점심때쯤 김밥을 먹다보면 금세 출출해지리라는 것을 아시는 엄마의 깊은 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하던가요? 저도 어찌하든 아이 입에 밥 한술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지니 이제사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알아 가는 걸까요? 투정을 부릴 때마다 엄마는 그러셨지요. “너도 시집가서 애 낳아봐라” 이제 그 마음을 아주 조금 알 것 같으니 나도 엄마의 마음을 닮아가나 봅니다.
이제 점심 도시락과 예비비까지 준비가 끝났으니 남은 김밥은 아들아이와 식구들의 아침으로 썰어 랩으로 싸 놓습니다.
김밥을 다 말아 썰어 놓고 나니 5시 50분이 되더군요. 6시에 아들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는데 역시나 예전의 저처럼 김밥이 너무 많다며 덜어내라고 성화를 대더군요.
저도 예전에 엄마가 하신 것처럼 “점심때는 배고파. 그리고 많으면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면 되잖아” 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마지못해 가만히 있더군요. 새벽에 신문 아르바이트를 나가서 문자로 “도시락이 아침이야, 점심이야?”라고 물어보니“점심” 이라고 하는군요.
세로로 넉넉하게, 그것도 내 손으로 아이 김밥을 싸주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난 수고가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언젠가 아들도 지금의 저처럼 부모의 이 마음을 헤아리는 날이 올까요?
2006-10-18 12:14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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