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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자료실에서, 혼자 읽기 너무 아까워서 교수님 답변 퍼왔습니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입니다.
<김지헌학생 질문>
그리고 또 질문을 드립니다... 사랑은 세상이 존재하는한 영원한 숙제가 될거라고 합니다.그렇다면 왜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까요? 결혼한 사람들한테 물어봤습니다. 지금도 남편 혹은 아내를 사랑하는가에 대해서요. 사랑한다고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혼 당시에는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들 합니다.사랑이란것은 모든것을 주는데도 아낌이 없어야하고 자기 희생적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랑이란거 자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을 위해 하는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학기때 심리학의 이해를 배우면서 그런 얘기를 들은적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면 그건 물론 동정심도 있겠지만 죄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미안한 감정이 선행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죠..그말에 참으로 공감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김지헌 님 여전히 짧은 글로 답해드리기 힘든 질문이네요. 사랑에는 에로스, 아가페등 여러 종류가 있기도 하고..... 저로선 사랑을 "더불어 함께 하고자 하는 연대의 감정과 그로 부터 자연적이고도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나눔의 실천"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하기야 감정과 실천인 한, 이러한 "말"로 하는 정의도 사랑에 대한 이해에 별 도움은 안된다고 봅니다. 자신이 사랑안에 있지 않고 바깥에서 보고 풀이만 하려는 한, 사랑이 영원하든, 부질 없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해드리면 그 때 사랑을 시작하시렵니까?
분명한 것은 사랑안에 있는 사람은 사랑의 의미를 회의하지 않으며, 사랑 바깥에 있는 사람은 사랑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남녀간의 사랑의 끝에 남은 실연의 아픔 조차 아퍼하는 한, 여전히 사랑안에 있는 것일 겁니다. 사랑은 다함없는 연대의 갈구와 희망이고 그러한 갈구와 희망이 인간 삶의 영원한 존재방식인 한, 사랑은 영원한 것일 겁니다.
사랑이 이기적이라...글쎄요.. 어떤 사람은 남을 위하는 일 조차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이기적이라고 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그러나 그것은 자기 모순적인 말장난입니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이타적이란 말과 대비해서 쓰는 말인데 이타적인 것까지 이기적에 포함시켜 버리면 이타적이란 말 자체가 자리할 곳이 없게 되버리니까요.
그렇게 까지 이기적이란 말을 확대해서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굳이 말을 꾸며 그런 것을 이타적 이기심이라고 한다면 그런 이기심이야 이미 탓할 대상으로서 이기심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해야할 이기심이겠고 또 그런 것이 현실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타심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이야기 자체도 굳이 꾸며서 하니까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고 이 역시 이기심과 이타심이란 개념의 올바른 사용례는 아닙니다.
그리고 유념할 것은 자기를 돌보고 위하는 것 자체를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그것은 기본적인 것이고 오히려 자기가 자기를 위하는 만큼 남도 그 자신을 위한다는 상호인식하에 서로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윤리가 자리하는 것입니다.그러므로 남을 위한 자기희생은 윤리적인 것 이상의 성스러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이기심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그로 인하여 타인의 희생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컫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하지만 오히려 차지하려는, 이기적인 것 아닐까라고도 하셨는데...글쎄요 하기야 남녀간의 사랑은 일종의 자기만의 "배타적 독점욕"이라는 점에서 이기적이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상대의 희생을 통한 나 만의 독점이 아니라, 서로간의 독점이자 그 독점을 통해 오히려 모든 것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서로의 하나됨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이기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겠죠.
그리고 어느 누가 "우리가 사랑안에 있는 한, 아무 것도 부러운 것도 욕심낼 것도 없어요" 한다든가 "그대가 나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버려도 좋소."한다면 그것을 어디 이기적이라 하겠어요. 물론 그런 것들이 둘만의 집단 이기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성경의 고린도 전서에서는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가져야 할 감동적인 덕목들만 나열되어있지 않고 그 둘을 넘어선 더불어 사는 이웃들간의 관계 속에서 가져야 할 사랑의 덕목도 포함되어있는 지 모르겠습니다."사랑은 의를 위해 함께 기뻐하는 것"이라고...
나이 든 부부간의 사랑이야 어디 젊은 시절의 열정적 사랑 같겠어요. 그러나 파릇 파릇한 싹이 돋아나는 봄, 뜨겁고 무성한 여름, 낙엽지는 가을, 앙상한 가지 눈덮힌 추운 겨울 그 모두가 그 마다 아름답고 귀한 모습과 향내가 있듯이 사람의 사랑도 수많은 굴곡의 인생역정을 통해 다 그나름의 맛과 향을 뿜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어쨋거나 사랑은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연대의 감정과 실천"이라고 저는 봅니다. 지금 사랑에 대해 우리가 왈가 왈부하는 동안에도 우리가 이루 다 알지 못하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곳에서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헌신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회의하기에는 이미 그러한 사람들 가슴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사랑 그것 만으로도 너무도 충분하고 분명하게 "사랑은 영원한 것이고 고귀한 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함께 사랑에 대한 이론적 회의는 떨쳐버리고 회의는 커녕 사랑에 목 말라 애타게 사랑을 필요로 하는 그곳으로 달려가서 그들의 갈구에 함께 귀를 기울여 보시면 어떨까요. 남녀간의 사랑이 질문의 초점 같은데 좀 뭉뚱그려 이야기했네요.
짧은 답변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이(?) 회의하고 계신 것 같은데 진실한 회의는 참된 믿음의 밑거름이니까 그렇게 걱정은 안되긴 하지만.... 아무튼 기운내시고 사랑이 가득한 밝고 맑은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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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기심에 대한 질문과 답변
re: 오르페우스의 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