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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9.

교육 정책 무늬만 바꾼다고 혁신인가? (브레이크뉴스)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4.04.01. 14:33:52 조회: 472 글쓴이IP: 211.44.155.46

교육 정책 무늬만 바꾼다고 혁신인가?

호박에 줄그어 수박 만들기?

이명옥

쉰세대의 우스개 소리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느냐?” 는 이야기가 있다.

인터넷 수능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을 맞이하여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e-러닝의 시대가 개막되었다“며 11월 수능 시험에 교육 방송 강의를 반영하여 연간 13조에 달하는 사교육 열기도 함께 잡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고 한다.

과연 인터넷 초강국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인가? 개인적인 대답은 단연 ‘아니올시다’ 이다

입시제도, 무한 경쟁, 서열화 된 학교 인식 등 뼈대인 구조는 여전히 남겨둔 채 교육 장소를 학교와 사설학원에서 인터넷 방송으로 옮긴다고 달라지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남을 철저하게 따돌리고 무자비하게 밟고 올라서야만 자신의 자리가 확보되는 입시제도와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학생이나 학부모, 교육부가 기대하는 교육의 효과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실한 음식을 먹이고라도 아이들을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지 않으면, 아이나 부모 모두 주류에 합류할 입구에 줄도 서보지 못할 것이란 불안에 떨지 않았던가?

문제는 사교육이냐 공교육이냐가 아니라 근본적인 입시 제도와 사회구조이다.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칙은 계속될 것이고 통제 불능의 무한경쟁의 사지로 우리의 꿈나무들을 억지로 밀어 넣고 숨통을 조이며 채찍을 가하는 손길을 멈추기도 힘들 것이다.

이런 과열 교육 현상을 두고 누군가는 모두 미쳐있다고 표현했던 것 같다. 그렇다. 자식들을 주류에 합류시킨다는 명분 하에 아이도, 부모도, 사회도 함께 이성을 잃은 것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우선은 과열된 경쟁을 막을만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제안했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학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스스로의 자질을 실험대에 올려 대학에서 살아남거나 탈락되는 방식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즉 입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졸업을 하려면 진짜 공부를 해야만 하는 대학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진 대학은 그 기능을 살려 전문성을 꾀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고 사회인식도 바꾸려는 적극적인 의지다. 여전히 서울대, 연대, 고대의 서열로 사회 서열이 결정된다면 그 서열을 점하기 위한 경쟁은 막을 도리가 없을 것이고 교육부의 ‘사교육비가 감소될 것’ 이란 낙관적인 견해는 교육부의 바람에 그칠 수도 있고 설령 사교육을 잡는다고 해도 원뿌리는 남겨 둔 채 곁가지 하나 쳐낸 격이니 또 다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금세 드러날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면 가진 자들은 기득권을 활용해서 어찌하든 재빠른 변신을 꾀하지 않겠는가? 방송을 보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한 부분,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교육방송 강의 시청을 도와주기 위한 과외나 사교육장이 강남을 중심으로 생겨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부유층 학생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특정 대학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보았다. 내신을 염두에 두고 수행평가 과제물을 대신 작성해주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체육 실기 점수 만점을 위한 체육 과외(구기 종목 등)도 불사하지 않는 것이 작금의 교육 현실이다.

지식을 쌓는 진정한 이유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더불어 사는 양식있는 사회인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로 본다면 지금까지 교육 정책은 목표에 역행하는 쪽으로만 치달아 왔다고 볼 수 있다. 공교육의 목표가 단순한 지식의 전수와 보급이던가? 그렇다면 공교육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종이호랑이에 다름이 아니다.

지식의 전수 효과만 따지자면 무한정보 시대의 총아 인터넷과 유명 석학의 책, 수년간 입시교육 만을 위해 강의해온 명강사의 강의를 학교가 따라 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방송이 학교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더 비중 있는 상황이 된다면 학교교육 무용론이 제기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지금까지 공교육 현장인 학교 교육이 입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음에도 교육은 학교에서 행해져야 하는 이유는 학교는 지식의 전수장이나 기능인 양성소가 아니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사도가 허물어지고 교사의 권위가 상실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얼굴을 마주 대하고 교과서적 지식이 아닌 먼저 인생을 살아낸 선배로서 차세대 이 나라의 주인공들에게 몸과 마음으로 나누어 주는 정신적인 그 무엇을 기대하기 때문에 제도권 학교 교육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리라.

교육의 실제적 목표인 '지, 덕, 체‘를 함양한 총체적인 인간은 공교육의 장에서, 그 외의 기능적인 면들은 전문학원이나 전문가에게 습득해도 대학의 간판만큼 인정받는 사회 구조를 만든다면 모두가 대학에 목숨을 거는 일도, 수능 때마다 타의적 자살로 꽃다운 생명을 포기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학부모의 고충도 덜어지지 않을까?

교육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은 제발 미봉책의 무늬 바꿈이 아닌 단계적으로라도 실제적인 변화의 바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에 힘써 주길 바란다.

2004/04/01 [12:58]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