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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톤'-자폐아의 감동적 홀로서기
<말아톤>을 보고
이명옥(mmsarah) 기자
<말아톤>, 가슴이 시린 영화다.
나처럼 아이를 뱃속에 넣고 가슴속에서 범죄를 꿈꾼 적이 있던 어미나, 영화 속 초원 엄마처럼 아이를 마음속에서 한번 버렸던 어미들에게 '말아톤'은 무서운 자기 검열의 심판대에 다름이 아니다.
27살의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편집증을 지닌 자폐아를 기르던 초원의 엄마는 동물원 앞에서 고의로 아이의 손을 놓아버린다. 지치고 힘든 현실이 이성과 모성의 사랑을 넘어선 순간이랄까?
뒤늦게 얼룩말 우리 앞에 폭우를 맞으며 앉아있던 초원을 발견한 초원의 엄마는 다시는 아이를 버리지 않는 대신,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아이에게 전심전력을 다해 매달리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고의로 버리려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초원은 비를 맞으면서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라는 말을 하기를 거부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또 다시 버림을 받을까 두려운 아이는 자신의 엄마가 디자인한 삶의 궤도를 로봇처럼 순응하며 따라간다.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초원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초원의 엄마는 가슴이 내려앉는다.
자폐아인 아이는 정확하게 15년 전의 진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15년 동안 가슴에 간직한 자신의 속마음을 남편에게 털어 놓으며 "난 죽으면 지옥 갈 거야" 라던 절규가 왜 그리 가슴을 치던지….
심리 치료를 받으며 "만일 엄마가 아프면 초원의 마음이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무서울까?"를 반복해 듣던 초원은 자신의 엄마가 입원을 하고 나서야 세상과 화해를 하며 비로소 입을 열어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용서하는, 닫힌 세상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미는 자기 성숙의 첫 표현이리라.
달리기를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심장의 박동이 힘차게 뛰고 있음을 느끼며, 자아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는 초원의 참 모습을 자신만이 초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초원의 엄마는 결코 알지 못한다.
달리는 뺨에 스치는 바람, 손에 느껴지는 바람을 통해 자기 안에 침잠해 사회와 단절된 세상을 사는 자폐아 초원이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고, 닫았던 말문도 트고, 코치에게 물도 나누어 주고, 자신의 의지대로 달리기를 하고 사육의 도구였던 초코파이'를 버리고도 마라톤의 완주를 이루어 낸다.
초원의 너무나 순수한 진실 된 모습을 통해 서서히 마음이 열려가던 코치, 함께 달린 뒤 벌떡이는 자기의 가슴에 자신의 손이 아닌 코치의 손을 끌어다 얹으며 "초원의 가슴이 뛰어요" 라고 이야기 하던 장면.
엄마가 자신의 달리기를 막으려하자,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세뇌 시킬 때 늘 묻던 물음대로 "초원의 다리는?" 이라고 자신의 엄마에게 되묻던 장면. 초원의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백만불짜리 다리"하자, 초원의 몸매는? "멋있어요"라는 대답을 들으며 버림받을까 두려워 평생 놓지 않고 잡고 가려던 엄마의 손을 놓고 홀로서기에 뛰어드는 감동적인 장면….
버림받지 않으려고 시키는 대로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 길러진 인내심, 달리면서 극복된 두려움, 얼룩말을 보면서 늘 꿈꾸던 자유와 행복의 실체를 깨달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는 나 같은 심리적 범죄 경험자나, 인생의 패배의식에 깊이 젖어 아무런 희망 없이 절망적인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종소리가 될 것이다.
2005/02/10 오후 6:50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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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톤'-자폐아의 감동적 홀로서기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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