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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진실의 작전명은 '화려한 휴가'
이명옥(mmsarah) 기자
아프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극장을 나오며 울어서 부은 눈꺼풀만큼이나 마음도 무겁기만 했다. 괜히 그 영화를 봤다고 자책하며 투덜대기도 했다.
그러나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폭도로 매도되던 무고한 시민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그 참혹했던 그날의 광주를 재현해 눈과 귀가 막혔던 세대 모두가 진실의 자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인가.
결단코 잊지 않으리라 했건만 세월의 덫에 걸려, 자신도 모르는 채 그날의 기억들이 망각의 늪 속으로 조금씩 침몰되고 있지는 않은지.
1980년 5월 18일 ‘전두환은 물러가라! 계엄령을 해제하라!’며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시작한 가두 시위로, 광주는 순식간에 붉은 물이 든 불순세력과 폭도들을 제압해야하는 특별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작전 지역이 되어 버린다.
아침에 학교 다녀오겠다며 나간 아들이 실종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이들이 별안간 터진 최루탄 연기에 뛰쳐나오면서 개처럼 두들겨 맞고, 굴비처럼 엮여 사형수처럼 끌려가던 것이 공수부대가 수행한 작전 ‘화려한 휴가’다.
동생과 단 둘이 살며 동생을 자신보다 더 소중이 여기던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분)는 같은 반 친구의 죽음 이후 가두 시위에 가담했던 진우(이준기 분)의 죽음으로 시위대에 가담한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던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는 광주 시내를 돌며 헌혈과 동참을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진행한다.
퇴역장교로 택시회사를 운영하며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던 흥수(안성기 분)는 무고한 시민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며 시민군을 조직해 도청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싸운다.
고등학생의 시위 가담을 막느라 사랑하는 제자의 앞을 막아서며 시위대에 끼어 개죽음 하지 말라고 말리던 선생님이 총을 잡는다. 신부님도 총을 잡는다. 그렇게 절대 폭도일 수 없는 나의 누이, 나의 형, 나의 동생이 거리로 뛰어나오고 총대를 잡는다. 그들은 언제나 얼굴을 맞대던 너무나 익숙한 삶의 고리였다.
그런 삶의 고리인 학급 친구가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이웃 형, 혹은 아버지가 이유 없이 몽둥이와 총에 맞아 죽고, 피를 흘리며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는 어린 학생을 본능적으로 차에 태워줬다는 이유만으로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면 누구나 분노했을 것이고, 그 광란으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시민군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랬다.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우고 우리는 살기 위해 총을 들었을 뿐입니다”라고 외치던 시민군 대장 흥수의 말처럼 그들은 그저 살기 위해 두렵지만 함성을 질렀고 총을 들었던 것이다.
80년 5월 당시 내가 다니던 여의도 한 교회 성경공부 시간에 광주가 고향인 한 자매가 창백한 얼굴로 모임에 나타났다. 그녀의 집이 광주였는데 아무도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상태로 소식이 두절된 가족의 생사를 몰라 전전긍긍하던 자매를 위해, 우린 그저 손을 잡고 기도하고 그녀의 가족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자매의 시름과 걱정이 그대로 나의 현실이 되어 미안하고 우울했다. 말 수가 적었던 그녀는, 광주는 지금 이미 들어간 사람들은 나오지 못할 뿐 아니라 외지 사람들은 전혀 들어갈 수 없도록 완전히 차단한 채, 탱크를 동원해 광주 전체를 아예 없애 버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여러 날을 소리 없이 울먹이곤 했다.
그렇게 한 도시를 마치 페스트로 고립된 ‘오랑’시처럼 고립시킨 채 그 곳의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을 토끼 사냥하듯 발가벗겨 몽둥이질 하고, 온몸에 구멍이 뚫리도록 총질을 해댄 사건의 작전명이 바로 ‘화려한 휴가’였다니…. 인간의 잔인함에 머리털만이 아니라 잔 솜털마저 모두 일어서는 기분이었다.
만일 그날, 바로 그 자리에 내 자신이 서 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비겁하게 그저 방관자로 대문을 잠그고 두려움에 떨었을까, 아니면 공포와 두려움을 덜기 위해서라도 내 형제, 자매의 따뜻한 손을 잡고 금남로 한복판에 서 있었을까.
2007-07-27 08:5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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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진실의 작전명은 '화려한 휴가(Special Tip)'
그림에, 마음을 놓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