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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수업인 클레멘트 강좌를 시작한 얼 쇼리스 얼 쇼리스가 노숙인, 알콜 중독 여성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시작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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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를 들으니 제 속이 들여다보여요"
'인문학이 대안이다' 임영인 신부에게 듣다
이명옥 (mmsarah)
*밥과 돈에 우선하는 것들
3월 13일 늦은 7시 인권연대 교육장에는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진지한 얼굴로 '가난한 이들의 철학자 얼 쇼리스의 희망수업'이라는 KBS 수요기획 프로그램을 주시하고 있다.
모두 화면에 몰입해 다시 일어서는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그들과 함께 절망하고 그들과 함께 희망을 움켜쥐기도 한다.
미국의 언론인이며 사회비평가 얼 쇼리스(Earl Shorris)는 우연한 기회에 비니스 워커라는 한 여죄수와 대화를 하다가 "왜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할까요?"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 질문에 그 여인은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죠. 우리에겐 공연장, 박물관, 도서관 같은 건물이 없어요"라고 답하고 얼 쇼리스는 그 말에 충격을 받는다.
얼 쇼리스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한 끼 빵에 우선해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1995년 , 노숙자, 빈민, 죄수, 알콜 중독자, 마약 중독자, 에이즈 환자 등을 대상으로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 강좌 '클레멘트(Clemente) 인문학 코스'를 만들었다.
인문학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작업과 자기성찰 과정을 통해 자기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했으며 더 이상 소외된 주변인이 아닌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어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나누는 사람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임영인 신부의 한국판 '클레멘트(Clemente) 인문학 코스'
10여 년 간 빈민연대, 노동자 연대와 함께 한 임영인(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 신부는 노숙인들을 만나는 일을 시작한 후 2005년 대한민국에서도 얼 쇼리스의 인문학 코스를 벤치마킹한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인 '성 프란시스 대학'을 만들어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날 인권연대에서 임영인 소장은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의 의미를 단 두 가지로 요약해 들려준다.
첫번째는 노숙인 자신들이 인문학 강좌를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는 한 노숙인의 말을 통해 그 과정을 실감나게 들려준다. 강좌를 시작한 지 서너 주가 지났을 때 수강생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부님, 참 이상해요.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또 오고 싶어져요."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난 후 그 사람은 또 이렇게 고백했다고 한다.
"신부님, 정말 이 강좌에 오고 싶지 않아요. 이제 제 속이 막 들여다보여요. 그것이 너무 괴롭고 힘들어요. 그래도 계속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 중단하면 마지막 희망이 날아가 버릴 것 같거든요."
그들은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자기 정체성과 자기 존중감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적 삶을 배워나간다.
인문학 강좌의 두 번째 취지는 편견과 차별, 배제의 시각으로 노숙인을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말걸기다. 인문학에 세상사는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지 않은가? 인문학은 인간 삶의 총체지 특정계층의 지적유희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은 인간 내면 깊은 곳에 누구나 자기 성장에 대한 내적욕구가 잠재해 있다는 증거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 스펙트럼은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인문학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인간의 내적 성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문학 본질을 활용하려는 것이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만들게 된 동기다.
임영인 소장은 인간에겐 누구나 성장의 욕구가 있어 기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줘도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비록 가난할지라도 행복하게 살아간다. 인문강좌를 통해 성찰을 끄집어 내 그 부분을 이야기해 준다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성급히 결과를 논하거나 싼 값으로 큰 결과를 얻으려는 생각은 금물!
사람들은 그에게 이런 질문들을 하곤 한단다.
"그래서 그들이 정말 변하던가요?"
그는 주저없이 대답했다고 한다.
"네. 변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당신들에게 묻겠다. 당신 인문학 강의 1년 듣고 180도 삶이 변하고 버리고 싶은 것 다 버렸는가? 당신이 변하고 싶은 방향으로 완전히 변했는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조금도 변하지 않은 당신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왜 당신들은 그들이 모두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라는가?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분명 뼈아픈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변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말투에는 확고한 신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여전히 노숙인들을 차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지식인과 종교인들을 향해 뼈있는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성공회 신부인 그의 눈에 밥 한 그릇으로 신앙과 신을 거래하려는 수많은 노숙인 선교 단체가 그리 편안한 것은 아니다.
"신을 찾는 일과 인간이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묻는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그런데 신을 말하는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사람이나 인문교양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밥 한 끼를 먹여주기는 하지만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거나 그들이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노숙인 선교가 지닌 가장 근본적인 문제지요."
그렇다 신이 인간에게 가르친 핵심은 사실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며 자기 자신이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해 신성을 회복하며 살라는 것이다. 소통의 방법을 잃어버린 인간은 자기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고 남도 사랑하지 못할 뿐이다.
임 신부는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인문학의 위기와 빈곤을 말하는데 그것은 인문학의 본령인 자기성찰은 뒷전이고 결과물만 따먹겠다는 발상에서 생겨난 결과"라면서 인문학 강좌가 많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특정 지식계층의 지적 유희놀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인문학의 본질은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삶의 지혜를 한없이 넓혀가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 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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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차 문화나눔마당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제19차 문화나눔마당은 지난 10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운동가 3인 중 한 사람으로 뽑힌 도로시 데이(Dorothy Day)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어둠속의 천사>(Entertaining Angels: The Dorothy Day Story)를 관람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합니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며 가난한 이웃과 힘없는 노동자의 어머니로 평생을 살았던 도로시 데이는 노틀담 대학교가 수여한 레테르 훈장을 받았습니다. 대학 측은 수상 이유를 "괴로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편안한 사람을 괴롭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1980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수중에는 장례비용조차 남아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이 동참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작품 -어둠 속의 천사(Entertaining Angels: The Dorothy Day Story)
감독-마이클 레이 로즈
출연-모이라 켈리, 마틴 쉰, 레니 본 돌렌, 메린다 딜론
일시- 4월 16일(수) 오후 7시 30분
장소-인권연대 교육장(지하철:4호선 한성대입구역 7번 출구/버스 한성대 입구역)
참가비-무료
문의-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02-336-5642, www. artizen.or.kr)
2008.03.15 10:1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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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를 들으니 제 속이 들여다보여요"
복사꽃 핀 외딴 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