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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에 만난 한 선배는 맘씨가 참 고왔다.
자신의 것을 잘 나눠주기도 하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늘 깔끔한 옷차림에 예쁜 손수건을 들고 다녔다.
그이의 집은 부자였고, 모자람이 없이 자랐다고 다른 이에게 들었다.
그때 부잣집 아이는 무엇인가 얻기 위해 경쟁할 필요도 없고
집안이 화목하기에 성격도 모난 데 없이 곱게 자란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모님은 지방에 내려가 계셨고 우리 4남매만 서울에서 자취한 적이 있다.
그 때 미술시간에 유화물감을 가져가야 했는데 동생이 먼저 챙겨가 버려서 준비물 없다며 학교에 안 간 적이 있다. 언니는 펑펑 울며 나를 때렸다.
쌀이 떨어져서 일주일간 국수며 수제비를 먹은 적이 있는데,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셔서 어이없어 하며 펑펑 우셨다. 그리고 쌀집에 가서 대판 싸웠다.
애들이 쌀 달라면 언제든지 주라고 하지 않았느냐. 돈은 내가 와서 주면 되지 않느냐며 못된 인간들이라고 삿대질을 하셨다. 그리고 또 펑펑 우셨다.
그렇게 살면서도 크게 불편한 것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그 부잣집의 맘씨 좋은 선배를 보면서 우리가 가난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부자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김진숙님이 재벌들의 재산과 불로소득을 쭈루룩 나열하자 김이 팍 샌다.
세금없는 수억짜리 그림, 기여 입학, 주식 소득........그리고 2mb의 지랄....
하후....... 열심히 쎄빠지게 살고 있는 나는 정말 떠나고 싶다.....
밀어줄 사람은 많은데 깃발 들 일꾼이 없어서 노조가 문을 닫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웃으며 들었지만 약한 사람들의 비굴함이 슬펐다.
양/염소로 이분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적대감은 정말로 눈물이 난다.
뭉쳐도 힘들 판에 자본의 논리에 놀아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연대만이 살 길이라는 상식을 알면서도 재벌의 발가락의 때의 만분의 일도
안되는 몇 푼 때문에 동지를 등져야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패.배.감.'이 가장 위험하다.
지금보다 더 힘든 적도 많았다.
'연.대.'만이 살 길이다...
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난다.....
집안의 평화를 위해 주부로서 집으로 달려와야 했지만
술을 한 잔 해서 목구멍을 뚫어야 숨이 쉬어질 듯 해서 막걸리 석 잔을 마셨다.
숨은 쉬어지는데 눈물은 목에 걸려 있었다.
근데 발표를 시킨다.....
우씨.....
눈물도 흘려버려야 목이 풀릴 듯 하여 손수건을 일단 찾아 들고 일어섰다.
우린 다 노동자들이라며 웃고있는 참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씨..... 일단 한 판 울고 외치듯이 속을 털어놓았다.
어떤 참석자의 말처럼 '친정 온 느낌'으로 마구 털어놓다가 쑥쓰러워서 혼났다.
한홍구 선생님께서 건배를 쳐주셔서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마셨다.
속이 씨어언~했다 *^ ^*
피에쓰: 허균의 글 <호민론>에 "천하에 두려워할 바는 백성뿐이다"라고 전제한 후 백성을 호민, 원민, 항민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항민'은 무식하고 천하며 자시니의 권리나 이익을 주장할 의식이 없는 백성을 말하며, '원민'은 정치가에게 피해를 입고서도 원망만 할 뿐 스스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백성으로 나약한 지식인을 뜻하며, 이와 달리 '호민'은 자신이 받은 부당한 대우와 사회 모순에 과감하게 대응하는 백성을 뜻하며 시대의 사명을 인식하고 현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이라고 한다. 작은책 강좌에 모인 이들은 모두 '호민'이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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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껏 웃으면서 눈물 흐르게 하는 김진숙님의 강의
복사꽃 핀 외딴 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