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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날 민주주의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기륭전자 1040일, 일일 단식과 3보 1배에 동참하던 날
이명옥 (mmsarah)
무관심과 냉소가 가져 온 현실
6월 28일은 기륭전자의 해고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복직을 외치며 힘겨운 사투를 벌여온 지 104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은 힘겨운 싸움에도 불구하고 18일째 단식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의 단식에 단 하루 동참해 줄 1040명이 필요하다기에 단식과 3보 1배 평화 행진에 동참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성 조합원은 인사말에서,
"조합원들이 18일째 곡기를 끊고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단순히 하루 곡기를 끊고 단식을 하는 것으로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했습니다. 우리도 사람답게 대우받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파견직 불법통보를 받고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안해 본 일이 없습니다. 단식, 삭발, 3보 1배, 고공 투쟁, 노숙 투쟁을 진행하면서 비정규직의 설움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기륭전자 여성 조합원의 고공 농성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조합원 3명 고공농성을 통해 정규직에 가까운 합의안이 만들어졌었습니다. 내심 기대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 문제 해결되는구나. 우리가 일했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하지만 사장 이하 내부 직원 4명의 반대로 복귀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복직을 약속했던 사장은 내부직원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서 어쩔 수가 없다. 그동안 일 없었던 것으로 하고 손 씻고 떠나라. 그리고는 언론을 통해서 우리 문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돈 받고 떠나려고 했으면 4년이란 세월동안 투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회사가 조합원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단식을 진행하게 되었고 1040인의 단식 단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됐고 짧은 시간인 일주일 남짓 한 기간에 과연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의구심도 일었습니다. 조합원들은 단식으로 걸어 다니기조차 힘겨워 많이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최종집계를 해보니 8시경 이미 1040명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조합원들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하루 굶는데 함께 해 주시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루 단식과 3보 1배를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 광우병 문제에 대해 항의를 할 것입니다. 조합원들 우리들만의 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뒤 “미친 소도 막아내고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구호로 이야기를 마쳤지요.
그곳에서 22년 전 생명을 던져 6월 10일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되어 준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이신 박정기님을 현장에서 가까이서 뵌 것은 처음이었지요.
박종철 열사 아버님 박정기 님은 “오늘도 역시 투쟁 현장에 와 계셨구만요. 기륭노동자들의 천 일이 넘는 투쟁의 현장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 투쟁은 일방적인 투쟁이 아닙니다. 이미 투쟁이 시작되었다고 저들도 말하고 우리들도 투쟁 현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어코 미친 소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첫 째 목적이고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보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투쟁이 보람 있는 투쟁이 되도록 합시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께서는 “많은 우리들의 현실을 이야기 했다 이 현실이 우리들의 목을 조이는 것들이다. 우리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 말씀하셨지요.
그 어르신들이 마이크를 잡고 말씀을 하시는데 가슴이 먹먹해 오더군요. 특별히 박종철 열사 아버님이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제 아들아이가 제 1회 박종철 열사 인권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나라가 보호해야 할 인권의 문제, 비정규직 보호 문제해결을 위해 아들을 민주화 현장에 내어 준 어르신들이 여전히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더군요. 3보 1배를 시작하기 전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의아해 하시는 어르신께 아들아이가 박종철 열사 인권장학금을 받았노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 열심히 사세요” 하시는데 터져 나오는 울음과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더군요.
가슴에 묻고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을 그 아들이 바라던 세상이 아직도 오지 않아 지금도 그 분들이 거리에 서 계신다는 그 사실이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하던지요.
사실 전 열사들의 피 값에 단 한 번의 함성조차 보태지 않은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이한열 열사가 누워있던 세브란스 같은 병동에 누워있었지만 민주화 운동 때문이 아니라 그저 놀러갔다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입원해 있었거든요.
어쩌면 저처럼 무관심과 냉소에 가득 찬 사람들 때문에 다함께 사람답게 사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라도 아들아이에게 부끄러운 어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촛불을 끄지 않겠습니다. 22년 전 아들을 민주화의 불씨로 내어준 그 어르신들을 이제는 편안하게 놔 드려야 할 테니까요.
민주주의는 죽었지만 시민의 촛불은 죽지 않았다!!!
기자 회견이 끝나고 3보 1배의 평화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태평로에 이미 전경들이 막아놓은 닭장차들로 저희는 청계 광장을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비까지 내리는 거리에 몸과 마음을 한껏 조아리며 부디 이명박 대통령이 시민들의 소박한 바람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 온 것은 경찰의 방패로 가려 진 시야와 소화기 세례 불법집회니 강제 해산을 진행하겠다는 위협의 방송뿐이었습니다. 기륭의 조합원들은 18일째의 단식으로 걸음조차 힘겨워 보였고 동참한 이들은 3보 1배를 위한 무릎 보호대와 종이 뿐이었는데 그것이 불법이라면 언제까지라도 불법으로나마 우리의 소박한 바람을 외쳐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갑자기 하얀 국화가 전경들이 막아 선 길 앞에 놓였고 검은 리본을 잘라 주는 이가 있었지요. ‘민주주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는 즉석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흰 국화를 불법으로 도로를 막아 놓은 전경들의 닭장차에 장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민주주의를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돌아 온 날 저녁 공안정국의 부활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폭력을 막아내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도로에 드러누웠던 YMCA 간사들과 시민들은 경찰들의 군화 발에 짓밟히고 방패에 찍혀 피를 흘리며 잡혀가야 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가슴에 밝혀 진 촛불은 결단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되살아오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2008.07.01 15:40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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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날 민주주의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복사꽃 핀 외딴 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