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읽기

2024. 04. 27.

미국엔 군산복합체, 한국엔 수구반동복합체/신학림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4.12.07. 18:27:55 조회: 917 글쓴이IP: 157.17.1.7

"미국엔 군산복합체, 한국엔 수구반동복합체"
[강연]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의 '신문개혁론'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안홍기(anongi) 기자
ⓒ2004 오마이뉴스 안홍기

"현재의 한국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그 사람이다. 신문업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는 마당에 신문 한 부라도 더 팔려고 노력해야 할 사람에게서 나온 말치곤 생뚱맞다.

그러나 대한민국 신문시장의 현실은 신 위원장 말이 맞다. 신문사들은 낮은 구독료와 높은 부수확장(판촉) 비용을 메우기 위해 광고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광고를 싹쓸이하지 못하면 이익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신문사들은 광고를 싹쓸이하기 위해 신문을 대량으로 찍어 뿌린다.

최근 언론개혁 입법 관련,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신 위원장은 지난 3일 언론노조 오마이뉴스 지부(위원장 황방열) 주최 초청강연을 통해 한국 신문시장의 후진성과 함께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는 오연호 대표를 포함, 30여 명의 <오마이뉴스> 임직원들이 참가했다.

이날 신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을 묶어 '수구반동 복합체'라고 지칭했다. 이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유착, 우리사회 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게 신 위원장의 일관된 소신이다. 신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언론개혁 3대입법안에 대해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억지주장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치열한 반박논리를 펼쳤다.

다음은 신 위원장의 주요 강연내용이다.

＃1. 미국엔 군산복합체, 한국엔 ‘수구반동 복합체’

미국에 군산복합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수구반동복합체’가 있다. 한나라당,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그들이다. 요즘엔 <문화일보>도 넣어야 할 것 같다. 언론개혁을 막고 수구반동세력이 발호하는 것을 보면 그 중심에 '조중동'이 있다. '조중동' 족벌신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이미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작성하여 제출한 언론개혁법안은 '조중동'이 작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의 '신문 등의 자유에 대한 법률’과 '국가기간방송법제정안'을 묶어서 봐야 한나라당 의도를 정확히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신문-방송 겸업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속셈은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족벌신문에게 방송을 하나씩 안겨주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2. ‘조중동’ 신문 한부 확장에 평균 10만원씩 뿌려

자전거, 전화기, 아파트 현관문 전자키, 6개월 이상의 무가지 등 ‘조중동’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건당 평균 10만원 정도 든다. 우리나라 신문의 자연 절독률은 연간 평균 15∼20%에 이른다. '조중동'의 경우는 이의 곱절이 넘고, 지난 8월 홍석현 회장의 말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4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확장을 하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신문사들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경품을 계속 뿌리고, 독자들은 이 신문에서 저 신문으로 이동하면서 원하는 경품을 받는다. 신문시장은 그야말로 완벽한 '돈놓고 돈먹기'인 것이다. 돈이 없는 신문사는 아무리 좋은 신문을 만들어도 ‘조중동’의 상대가 안되는 현실이다.

＃3.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

'조중동' 제조원가와 영업손실을 비교해보자. 광고영업 같은 것은 빼고 오로지 신문을 팔아서 나는 이익을 살표보자. 조선일보 한 부당 월 제조원가는 1만6천원이다. 이는 조선일보 판매국장을 지낸 김효재 일광(조선일보 인쇄 담당) 대표이사가 지난 1월 한 워크숍에서 한 발언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급여수준, 발행면수가 조선일보와 비슷하기 때문에 한 부당 제조원가 역시 조선일보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 구독료를 한 부당 월 1만2천원으로 보면 각 지국에서 드는 비용을 빼고 난 뒤 조선일보는 4700원, 중앙일보는 4200원, 동아일보는 3500원 정도를 본사로 보내게 된다. 이 금액은 지방으로 갈수록 많이 떨어져 작은 시·군으로 가면 한 부당 500원∼1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도권 중심으로 보면 한 부당 조선일보는 1만1300원, 중앙일보는 1만1800원, 동아일보는 1만2500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발행부수공사(ABC)를 완전히 믿을 순 없지만, 부수공사 수치를 기준으로 볼 때 신문판매로만 보면 연간 조선일보는 3368억, 중앙일보는 3218억, 동아일보는 3088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광고를 싹쓸이하지 않으면 이익이 나지 않는다. 광고를 싹쓸이하기 위해 신문을 뿌리게 된다. 광고를 싹쓸이 하지 못하는 신문의 경우 구독부수를 왕창 늘리면 되레 경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역설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4. ‘조중동’에게 서민의 이익은 없다

요즘 광고시장의 대형 광고주는 세 분야 정도가 남아 있다. 첫째는 전자·정보통신, 둘째는 아파트 분양광고, 셋째는 백화점 바겐세일이다. ‘조중동’은 광고시장을 싹쓸이해야 하기 때문에 이 광고주들을 위한 신문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중동’ 이른바 족벌신문들의 특징은 기자·종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사주 이익, 회사 이익과 동일시하고 있다. 또 그 이익을 국민과 독자의 이익에 우선하고 있다. ‘조중동’에게 있어서 서민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다.

＃5. ‘조중동’이 왜곡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제한’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신문시장 점유율을 왜 강제로 끌어내리려 하는가’라면서 언론개혁법안을 비판하고 있는데 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법안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시장점유율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이 되는 신문은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몇 천만원의 지원기금이 ‘조중동’에게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불공정 판촉행위를 했을 때 매출액 5%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장지배적이지 않은 사업자의 경우에는 3%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신문시장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지극히 초보적이고도 낮은 수준의 조치다.

＃6.‘소유지분 제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87년 10월 한국일보 노조가 언론계에서 최초로 결성됐고 89년 6월 편집국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그래서 얻어낸 것이 편집국장 임명 동의제와 편집제작평의회 제도였다. 이 제도를 가지고 잠깐 편집권이 독립되는 듯 하더니 금방 허울뿐인 제도가 되고 말았다. 사주가 버티고 있는 한 사주에게 찍히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집권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주 영향력을 줄이는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최소한의 요구사항이 ‘소유지분 제한’이다.

'조중동'과 한나라당 등이 ‘소유지분제한’을 반대하는 논거는 첫째, 위헌의 소지가 있다, 둘째, 외국에 비슷한 사례가 없다, 셋째 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등이다. 이들은 소유지분제한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얘기한다. 사유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재산권 행사도 보장하고 있지만 공공복리 관점에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특정인의 소유지분을 12%로 제한하고 있고 노르웨이의 경우에는 인수·합병 시에 장관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인수·합병시 지분취득율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30%의 소유지분 제한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은 ‘재벌총수들이 2∼3%의 지분을 갖고도 그룹을 다 지배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는데 그것하고는 경우가 다르다.

재벌들은 그룹내 회사들의 지분 교차소유를 통해서 그룹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1개 신문사의 경우와 다르다. 지분의 70%를 사주에 대한 비우호지분으로 채우게 되면 사주를 견제하는 엄청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7. 한나라당 법안은 ‘조중동’ 위한 것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은 ‘조중동’이 방송을 겸업할 수 있도록 굉장히 교묘하게 만든 것이다. 겸업허용에 대해 시장점유율 20%미만인 신문사는 방송사를 인수해서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시장점유율이 높은 ‘조중동’에 대해 방송분야 진출을 못하게 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점유율 측정과 관련, '유가 및 무가로 판매 또는 배포된 부수’라고 했기 때문에 무료신문도 포함된다. 만약 무료신문이 포함되면 ‘조중동’의 경우 시장점율이 20%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조중동’이 방송사를 갖는 것은 시간 문제다.

＃8. 민간배달회사가 아닌 신문유통공사를 설립해야

신문유통구조 개선과 관련, 지금은 입장을 바꿨지만 열린우리당은 민간배달회사가 만들어지면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돈많은 ‘조중동’은 민간배달회사를 설립할 수 있지만 나머지 작은 신문사들은 비용 측면에서 회사를 설립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관광부가 재정 지원은 하되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신문유통공사를 설립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신문사가 신문유통공사에 다 참여하게 하고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모든 정기간행물을 취급하게 해야 한다. 프랑스가 이렇게 하고 있다. 신문유통공사를 통해 공동배달제를 하면 ‘조중동’은 신문값을 올리고 다른 신문이 따라가는 형태로 구독료가 전체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은 광고와 구독료 수입비율이 9:1 정도 되는데 구독료 비율이 올라가면 신문사 재무상태 개선효과가 크다. 신문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9. 참여정부-중앙일보-삼성의 관계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는 콘텐츠 제작부터 배포까지 수직·수평적으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계열사만 23개가 있고, 케이블TV까지 갖고 있다. 이제 지상파 TV만 가지면 완벽한 복합미디어 그룹이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으로 검찰에서 기소하려고 했는데 왜 삼성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선에서 끝났을까? 몇 백억에 달하는 삼성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이 이건희 회장 모르고 가능한 일이었을까? 구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건희 회장을 기소는 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 홍석현 회장이 무관하다고 보기에는 뭔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앙일보는 삼성의 ‘이재용 변칙증여’약점이 있고, 지상파를 받을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보다는 덜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내년 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지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보다 더 거세게 정부를 공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