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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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사실 확인부터 하라 /손석춘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5.10.15. 11:10:07   조회: 476   글쓴이IP: 157.17.1.7

삼류 언론의 얼치기 논설주간
[손석춘 칼럼] 제발 사실 확인부터 하라
손석춘(ssch) 기자


"하루 빨리 삼류와 얼치기들을 몰아내야 대학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조선일보> 10월 15일자 사설의 결론이다. 제목은 "튀어서 눈길 끌려는 대학가의 강정구 무리"다. 사설 제목에서 '튀어서 눈길 끌려는' 논설위원실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넘어가자.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튀어서 눈길 끄는 데 있지 않다.

먼저 새삼 확인할 상식이 있다. 언론의 상식, 저널리즘의 'ABC'다. 무엇일까. 사실 확인 또는 정확성이다.

<조선일보> 사설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도 없는 튀는 주장으로 제2, 제3의 '강정구'가 돼 시선을 끌어보겠다는 천박한 소영웅주의의 구린 냄새가 풍길 뿐"이라고 험악한 인신공격을 한 상대는 동국대 장시기 교수다. 장 교수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에 실은 글 때문이다.

'최소한의 객관성도 없는 튀는 주장'은 누가 하고 있나

<조선일보>는 장 교수의 글을 10월 14일자 1면과 A5면에 기사화했다. 기사 제목은 "장시기 동국대교수 '제2의 강정구'?-"김일성은 위대한 지도자"주장"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글쓴이의 전체 맥락을 무시한 전형적인 왜곡보도다. '최소한의 객관성'도 없다. 그것이 취재기자의 잘못인지 '데스크'의 왜곡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선일보>가 1면에 부각해 보도하고, 사설로 살천스레 비난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보라. 당장 한나라당이 자극적 논평을 내놓았다. "김일성 때문에 대접받고 사는 사람들이 어찌 장시기 교수 뿐이겠느냐"며 "강정구 교수 감옥 가는 것을 사력 다해 비호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대접받을 생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섬뜩하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다음에는 북한 체제를 지지할 참인가" 사설을 내보냈다. <동아일보>도 "부활하는 김일성"이라는 한 논설위원의 칼럼을 실었다. 세 신문과 한나라당의 닮은 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를 개탄한다.

하지만 장시기 교수의 글은 "부활하는 김일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니 오히려 김일성은 '근대적 지도자'일 뿐임을, 그리고 앞으로 현대적 지도자가 절실하다는 논지를 펴고있다.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라는 분석은 그 논리전개 과정에서 쓴 말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교수가 말하고 쓰는 거라 해서 무조건 학문과 사상의 영역이라고 우기는 것은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더 나아간다. "대학 교수의 주장이라고 해서 모두 학술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그들의 주장이 연계성을 가진 게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연계성은 물론, 평양과의 연계다. 우리시대의 공안당국이 누구인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공안당국은 언론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 있나"

분명히 짚어두자. 강정구 교수의 주장은 한국전쟁이 북침으로 시작했다는 평양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장시기 교수의 글 또한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중시하는 조선노동당에 따가운 비판의 글이다.

그런데도 보라.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친북"으로 몰아세운다. "연계성 조사"까지 주문한다. 과연 이들을 언론인이라 할 수 있는가. 장시기 교수는 논란이 된 글에서 이미 한탄했다.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 있는가?"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하는 '삼류언론'과 그걸 토대로 '용감'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 '얼치기 논설책임자'들, 바로 그들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주범 아닐까. 그래서다. <조선일보>가 대학에 보낸 욕설을 되돌려준다.

"하루빨리 삼류와 얼치기들을 몰아내야" 언론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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