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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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구언론의 폐해 - 서해교전보도기사와 관련하여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2.07.09. 00:39:46   조회: 497   글쓴이IP: 211.212.98.230
최근 서해교전 관련 보도에 관한 다음의 비평기사문은
수구언론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잘 일께워주고
있습니다.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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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부추기는 강경론 속 MBC의 '나홀로 진실찾기'
-손병관 기자 redguard@ohmynews.com



"우리(MBC)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서해 교전을 둘러싼 지금의 보도 경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부 언론의 논조는 '전쟁 못해서 안달이 났다'는 느낌까지 드는군요." (MBC 보도국 이우호 사회1부장)

지난달 29일 서해에서 남북 해군간에 교전사태이 발생하자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들은 1면 머리기사에 "북 함정 주위에 아군함정 8척 포진 / 수천발 쏘고도 격침 못 시켜"라는 제목까지 달아 마치 확전이 되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교전 당시 일부 어선의 북방한계선(NLL) 근접 조업을 처음으로 확인 보도한 MBC(news.imbc.com)는 한동안 '외로운 드리블'을 하다가 나중에는 다른 언론들의 '강력한 백태클'까지 당해야 했다. '국익'과 '안보'라는 이름의 짙은 그림자가 '진실'을 가리는 현실에서 MBC는 '특종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북한의 의도된 선제 공격'이라는 국방부의 공식 발표(7일) 이후에도 서해 교전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한국 월드컵 축구팀의 마지막 경기(3-4위전)가 있던 날에 맞춰 북한이 선제 공격을 한 원인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8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이우호 부장은 "99년 연평해전 이후 올해 6.29 교전까지 연평도 일대에서는 전투까지는 안 갔지만, 긴장상태를 넘나드는 위기가 많았다. 위기 상황은 시기적으로 꽃게잡이가 많은 6월에 집중됐다. 연평도 어민들은 물론, 북한 어민들도 어려웠겠기 때문에 꽃게조업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됐다"고 교전이 일어난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불이익 무릅쓴 어민들 제보에 주목

MBC로서는 교전 당일 오후 5시경 걸려온 연평도 어민 신남석 씨(52, 연평도 재향군인회장)의 제보전화를 놓치지 않은 것이 타 언론사와 차별화된 보도를 하게된 시발점이 됐다. 최문순 사회부 차장이 이 전화를 직접 접수했고, 이후에도 어민들의 제보가 이어지자 최 차장은 곧바로 제보의 신빙성 등에 대해 이 부장과 논의를 했다.

보도국은 제보 내용중 '팔다리 잘린 부상병들을 보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적잖은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이 부장은 "어민들이 스스로 이런 느낌을 가졌고, 방송국에 제보까지 할 정도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경미한 정도가 아니라 군에 아주 애를 먹였다'고 느낀 것이다. 자기들 생계가 걸린 어로작업에 강력한 단속이 걸릴 수 있는 사안인데도 제보까지 한 것을 보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MBC는 6월30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의 증언을 청취했다. 이날 부상자들은 "교전 직전에 어선들이 NLL 바로 밑에 있는 어로한계선을 넘었지만, 해군의 철수요구를 듣지 않았다" "우리는 한 번 나가면 북한군은 물론, 어민들과도 싸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 20여 개에 이르는 방송, 신문, 통신사 기자들이 한꺼번에 병원으로 찾아와 부상자들을 취재해갔지만, 다음날 신문, 방송에는 이 같은 사실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고 천편일률적인 교전 상황 인터뷰가 나갔다. 군 당국이 부상자들의 안정을 이유로 기자들에게 풀 취재(공동의 취재 목적을 위해 차출된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다른 언론사에 알려주는 취재 방식)를 요구했고, 기자들도 이에 쉽사리 응했기 때문이다.

당시 병원에 취재 나온 한 중앙일간지 사회부 기자는 "신문-통신 대표 기자 1명, 방송 카메라 대표 2명이 각각 부상자를 취재했지만, 나중에 풀(pool)된 내용에는 '꽃게잡이 어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풀 기자들이 실수로 어로한계선 월선 조업 부분을 놓쳤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풀 취재의 맹점을 드러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고 상황을 회고했다.

제보 3일째 되는 1일 연평도 현지 어민들의 증언까지 확보한 MBC 보도국은 이번에는 보도 여부를 놓고 고심해야 했다. 보도국의 관계자는 "김택곤 보도국장, 엄기영 앵커(특임이사) 등이 모여 회의를 했는데, '이건 우리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보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재발될 것이다'고 결론내리고 보도를 결정했다.

뉴스 편집도 처음부터 4꼭지를 연속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매체들이 '왜 확전을 안 했냐'고 몰아가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첫 보도가 나간 다음날 어떤 언론도 MBC와 같은 시각에서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MBC로서는 큰 고립감을 느껴야 했다.

MBC는 2일에도 '어민들 사전 담합' '조업중 총격전' '이번 일 교훈삼자' '해군도 손 못썼다' '꽃게어장 노다지' 등 총5꼭지의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같은 날 SBS '8뉴스'의 경우 월드컵 국민대축제 등 월드컵 기사를 10꼭지 이상 내보낸 후에야 서해교전 관련 뉴스를 내보내면서 MBC의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문에서는 <한겨레>가 유일하게 3일자에서 '어선 월선이 교전 불러'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로 우리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편 다른 언론들은 '월선 조업'과 관련,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국방부와 일부 어민들의 반응을 통해 은근히 MBC의 보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남북 교전에 연평도 어민들의 책임이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어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KBS)

"요즘 국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마치 우리 어민들이 이번 교전의 원인을 제공한 듯한 정황이 있다는 식의 일부 주장입니다"(SBS)

또 한나라당 등 보수성향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MBC의 보도를 두고 '의도가 불순하다'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는 비상식적인 반응은 물론 심지어 '서울의 방송이 아닌 것 같다'는 등의 색깔론을 통한 비난까지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언론계 일각의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엄기영 '뉴스데스크' 앵커는 4일 서해사태 관련 보도 직후 "MBC는 북한군의 선제공격이 명백히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또 그들의 무력도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에서 MBC가 모든 책임을 어민들에게 돌려서 북한의 도발을 물타기하고 있다고 계속 몰아세우기를 해오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타 방송국의 '특종'이었어도 MBC는 따라갔을 것"

이우호 부장은 "서해교전이 비록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일어났지만, 우리 어선들의 월선 조업도 당시 교전상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타 방송국에서 특종을 했다고 해도 진실 접근에 실마리가 되는 보도였다면 우리는 아마 따라갔을 것이다. 아니,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우리는 경쟁사의 특종보다 더 심층적으로 후속 취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해교전의 가리워진 진실'에 대한 MBC의 보도는 '4명 전사, 1명 실종, 19명 부상'이라는 아군의 피해 상황을 접한 대중들의 격앙된 감정을 다스릴 수 없었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서해교전 관련 시청자 전화가 오면 비난과 격려가 3 : 2로 부정적인 반응이 약간 앞서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MBC의 보도방향에 대해 격려성 글도 적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서해교전의 본질은 좁혀서 보면, '꽃게 전쟁'이고, 넓게 보면, 남북간의 해빙 무드와 군사적 긴장이 갭(gap)을 보인 것이다. 어쨌든 MBC의 보도로 공동어로수역 문제가 공론화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서해교전의 진실'은 대충 묻혀 지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자유민주민족회의(my.dreamwiz.com/ncfd), 베트남참전전우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친북좌익세력 명단공개 추진본부'(회장 서정갑)가 5일 성명을 통해 MBC를 형사고발하고 시청거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www.antichosun.or.kr)와 통일연대는 9일 오후 3시 조선일보 사옥 옆(서울시의회 청사 앞) 도로에서 '한반도 평화위협·전쟁분위기 조장, 아직도 조선일보를 보십니까?'라는 주제로 조선일보 규탄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6.29 서해교전이 보여 준 한 가지 진실은 월드컵 기간 동안 표출된 '4700만의 응집된 에너지'가 축제의 끝물에 일어난 민족 갈등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다수 언론들이 문제해결은 차치하고라도 오히려 앞서서 갈등과 반목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MBC의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안보' 사이에서 진실추구를 통한 언론본연의 자세에 충실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2/07/08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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