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읽기
ADMIN 2020. 10. 20.
 극우의 잔영 - 원한만 있을 뿐 화해는 없다.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2.09.15. 10:13:03   조회: 459   글쓴이IP: 211.207.72.35
50년 한의 '해원(解怨)' 바램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들의 갈등'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멈춰선 시계처럼 정지돼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 전후 좌우 이념의 대립 과정에서 천 여명 이상 끌려가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위령사업 결의안이 고양시의회에서 설전 끝에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고양시의회(의장 김현중)는 14일 오전 10시 제85회 고양시의회 1차 정례회를 열고 본안건에 올라온 '금정굴 희생자 위령사업 촉구 결의안'을 찬성 10명, 반대 18명으로 부결시켰다.

애초 이 '결의안'은 고양시의회 의원 22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된 것으로, 통과가 유력시 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많은 의원들이 지역내 우익단체의 압력을 받아 '반대'로 돌아서면서 결의안 채택이 부결되고 말았다.

<사진>
▲ '두손 모아 간절히...' 고양시의회에서 위령사업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시간. 방청석에 있던 한 유족이 손모아 가결되기를 기원을 하고 있다.

이날 정례회에서는 '결의안'의 의결을 두고 안을 제출한 사회산업위원회 김유임(주엽 2동) 의원과 강태희(신도동) 의원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맞도록 위령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김 의원의 발제에 대해 강태희 의원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젊은 의원들이 사건의 진상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위령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결의안 자체를 반대했다.

시의회 안팎에는 태극단,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등 우익 단체들과 금정굴양민희생자유족회(회장 서병규) 등 관련자들이 몰려들어 결의안의 가부 결정을 지켜봤다. 결의안 부결이 결정되자 우익단체 소속 200여명은 '만세 삼창'을 외쳤고, 반대로 유족들은 시의회 복도에서 눈물을 흘리며 의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찬성한 놈들 때려죽이자!", 우익단체들 "무조건 빨갱이"

'금정굴 학살사건'의 위령사업을 반대하는 우익단체 소속 회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와 전몰군경미망인회, 상이군경회, 태극단 등에 소속된 이들은 "아직 대한민국 주적은 북한 괴뢰집단", "시류에 편승하여 부화뇌동하는 시의회는 반성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표결에 들어가는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날 12시경 결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만세를 부르며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0명라는 결과를 듣고 "찬성한 시의원이 어떤 놈들이냐", "때려 죽여야 한다"는 험한 말을 내뱉었다. 결의안을 발제한 여성 의원을 두고는 "계집애가…" 등등의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또 삼삼오오로 모여 "김대중 빨갱이 때문에 이 모양", "빨갱이들을 위해 예산을 들여 위령탑을 세우고 위령제를 지내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고양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호군(74)씨는 "부결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금정굴 희생자)위령탑을 세운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거나, 빨갱이"라고 주장했다.

우익단체 회원으로 이날 시의회를 찾은 이상옥씨도 "양민학살은 없었고, 동네에서 무고한 사람이 1명이라도 죽었다면 우리가 모를 리가 없다"며 "죽은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회원은 "젊은 의원들이 그 내막을 잘 몰라서 (유족들을)인정상 동정을 하는 모양"이라며 "사건의 내막을 알면 위령사업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50년 한풀이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유족들 '부결' 결정에 오열


한편 금정굴양민희생자유족회 소속 회원들은 '위령사업 결의안'이 끝내 부결되자 시의회 복도에 주저앉아 통곡의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또 "50년 한풀이가 이렇게 힘드냐"며 퇴장하는 의원들을 붙잡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또 "추석이 내일 모렌데, 또 서울대병원에 가서 차례를 지내야 하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너희가 의원이냐"는 유족들의 고성에 몇몇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잠깐 몸싸움이 벌어졌다.

금정굴 학살 때 시부모와 일가친척이 몰살당했다는 이경순(55)씨는 "가해자 처벌이나 유족에 대한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반세기 동안 버려진 부모의 유골조차 거둘 수 없다니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마찬가지로 시댁 식구들을 잃은 마임순(56)씨는 "당시 우익단체들이 서울로 공부하러 가 있는 사람도 붙잡아 와서 죽였다"며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도, 위령탑 하나 못 세우게 하는 것은 우익단체 인사들 중에 직접 학살을 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결의안'이 부결되자 '가결'을 예상했던 몇몇 의원들은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의회가 끝난 뒤 김유임 의원은 "사실 너무 황당해서 진정이 안 된다"고 소감을 밝히고는 "의원들이 전적으로 반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 안을 만들어 다시 의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마이 뉴스 2002.9.1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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