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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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지하철 참사, 근본원인은 무엇인가/y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3.02.24. 22:23:45   조회: 953   글쓴이IP: 211.207.71.232
이 글은 금번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하여
y라는 우리 대학 학생분이 2003년 2월 24일
제 홈페이지 [생각나눔터]에 올리신 글입니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에 대해
매우 냉철하고도 깊이있는 시각과 주장을 담고있는 글이라
여겨져 비판적 읽기자료로 이곳 [현실읽기]란에도
옮겨 싣습니다. y학생분의 양해있으시길..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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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신 분들은
정신병원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사는 사람들이
병원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정신병자로 만들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사회도 그 정신병원 못지않게
정상인들도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게끔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비리는 곳곳에 내재해 있어서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그 완악한 힘의 고리를 끊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는지요.
적어도 이번 참사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자기반성적인 자세만 가지고는 조직적인 사회의 악을
그 뿌리로부터 꺼집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기자신이 이런 불미한 일에 이해당사자로
얽혀있다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단죄를 받겠다는 순교자적인 입장보다는
한 발이라도 책임의 불똥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자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낀 감정은 그런 자성적이고 위선적인 슬픔이
자칫 잘못하면 이 사회의 악을 악으로서 바라보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는데 일조를 하는 나약한 반성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먼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번 열차에 불을 지른 사람은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다준 장본인이지만,
제가 앞서 밝히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우발성테러나 또는 계획성 테러는
그가 장애인이든지 아니면 정상인이든지
어떤 인격과 신체적 조건을 갖춘 사람이든지 관계없이
항시 있을 수 있는 안전사고의 한 형태이기에
이러한 사고에 대비한 안전시스템(사고방지체계)을 완벽히 갖추지 못한
업체와 그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의 책임과 처벌을
강력히 원했던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여도
수많은 시민을 태우고 다니는 지하철은 사고시,
탈출이 용의치 않은 지하시설물로 승객을 안내하여 운송할 때는
그 승객의 생명과 안전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TV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마치 이번 사고의 책임이
방화자와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한 기관사에게 있는 것 같이
화제를 집중시키지만,
사실 참사의 책임은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설치가동하지 못한
지하철공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법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지하철공사장이란 지위와 보수는 지하철공사의 이익경영에서
반영되듯이, 승객의 안전운송에도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인간을 생체실험대상으로 삼아서 재난이 일어난 후에
희생자들을 위해 모금활동이나 눈물을 흘리는 이 사회의 만성적인
동정현상이 오히려 이번 사고의 참화보다 더 보기 싫습니다.

왜 어느날 갑자기 그들이 우리 사회의 모금활동의 대상이 되고
TV와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해야 하나요.

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을 남겨둔 밝고 건강한 그들이
제대로 확보된
탈출구를 찾지못해 요동치다가 어머니와 자식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죽음의 길로 떠나야 하나요.

저는 사랑의 공동체로서 슬픈 일에 동조하는 현상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사회적분위기가 한편으로는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참화를 들추어내어 고치지는데는 일조하지 못하고
분노에 찬 음성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모든 입을 "그들을 정죄하는 당신도 똑같은 범인이야!" 라고
가치판단을 내린다면, 그것 또한 잘못인 것입니다.

참화의 책임이 있는 사람을 분명히 가려서 법의 처벌을 받게 하는 것도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모든 안전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드는 것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해야 하는 우리의 권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슬픔 보다는 분노를
용서와 우리 자신의 반성보다는 사회적으로 기득권을 누리면서
무책임하게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자성과 처벌을 더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장애우들을 나쁘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오해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편견입니다.

장애인은 우리 모두가 그 예비성을 갖고 있는 탓에
우리 사회의 보장제도 속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받고
그 심신이 정상인과 동일한 경쟁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애우들의 권리를 옹호하여 주는 것은 나 자신의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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