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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속에 똬리튼 '이중국적자'들
[손석춘 칼럼]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 언론을 '자임'하라
오마이뉴스 5월28일
"최근 한국이 한·미동맹서 벗어나고 있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말이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의 국회 국방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한국은 균형자적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일본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관례상 명백한 결례이자 오만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개 일본 사무차관의 비공식자리 발언으로 뒤늦게 한국 언론과 정가에서 '당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없이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래서다. 톺아볼 필요가 있다. 야치 차관이 그 발언을 한 것은 5월 11일 아침이었다. 주일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내용을 보고받은 외교부는 곧장 주한 일본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주일 한국 대사관도 유감을 전했다.
하지만 야치 차관의 비공식자리 발언은 귀국한 국방위원들의 입을 통해 언론에 보도됐다. 첫 보도는 24일이었다. 이어 25일 저녁 TV 뉴스로 이어지고 26일 <조선일보> <동아일보> < 중앙일보>는 일제히 사설을 실었다. 한 목소리였다.
<조선일보> 사설('믿을 수 없는 한국' 을 바로 보라)은 “정부가 야치 사무차관의 말에 대해 그 진위 여부를 짚어볼 생각은 않고 ‘왜 그런 말을 했느냐’ 식으로 따지고 화를 내는 것은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되레 정부를 비난했다. <동아일보> 사설(盧 대통령, 잘못된 정보에 갇혀있지 않나)과 <중앙일보> 사설("한국과는 대북 정보 공유 못한다")도 마찬가지다.
무례한 일본 차관 두둔하는 한국 언론
세 신문은 일본 외무차관의 결례와 오만을 결코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며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했다고 부르댔다. 결국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다시 일본 정부에 항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내 언론의 마구 부풀리기식 비난 탓이다. 그러자 한국 언론은 정부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고 비아냥거렸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 결국 야치 차관은 27일 “(본인 발언이) 한국 내에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오해를 초래했다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세 신문은 28일 또 일제히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 사설('야치 발언' 파문과 한국 외교의 수준)은 “한 나라 외교의 속이 이렇게 훤히 들여다보여서야 외교가 외교다운 구실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동아일보> 사설(‘야치 발언’ 대응이 보여준 外交 현주소)은 “청와대가 그의 발언을 ‘주제넘은 일’ ‘무책임한 언동’ 등의 용어를 동원해 비판한 것이나 ‘한일정상회담 재고(再考) 가능성’을 흘린 것도 외교적 상궤(常軌)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한·일 관계 더 이상 악화돼서는 안 된다)도 “야치의 발언 문제는 이 정도에서 덮어 두는 게 온당하다”며 재차 일본을 두둔했다.
대체 저들이 어느 나라 신문인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외교를 국내정치용으로 삼는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정작 외교를 국내정치용으로 삼는 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세 신문이다. 그들에겐 미국의 위험한 ‘작전계획 5029’에 대해서도 오직 ‘정보 유출’이 문제다. 미국의 선제공격용 전폭기가 다시 이 땅에서 지형숙지 훈련을 벌이겠다고 나서도 침묵한다. 저들은 실제로 미국이 침략전쟁을 저질러도 지지하지 않을까.
어느 나라 언론인지 새삼 궁금한 까닭
그래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부끄럽다. 이 땅의 언론이 수치스럽다. 세 신문이 일본 외무성 차관의 옹호에 이어 한미동맹 강화를 합창하는 풍경을 보라. 도대체 그 사설과 기사를 쓰는 한국의 언론인들은 국적이 어디일까. 저들이 한일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주문하고 어떻게 여론을 호도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바로 그들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이중국적자’가 아닐까.
저 부라퀴들에게 권한다. 차라리 한국 국적을 포기할 것을. 그게 그나마 정직한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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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속에 똬리튼 '이중국적자'들 /손석춘
언론은 민족 자결 눈 떠라/김용옥
